작도닷넷 블로그
작도닷넷 블로그

일기

파인만의 연설문과 제네바 선언이 슬픈 이유

08/02/10 12:51(년/월/일 시:분)

http://sonnet.egloos.com/2064627
카고 컬트 과학: 과학, 사이비 과학,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방법
1974년 캘리포니아 공대 학위 수여식 연설 - 리처드 파인만

(전략)
예를 들어 여러분이 어떤 실험을 하고 있다면, 여러분의 설명을 지지하는 결과뿐만 아니라 반박하는 결과도 모두 보고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결과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원인들, 몇 가지 다른 실험으로 여러분이 제거했다고 생각한 것들, 그리고 그것들이 어떻게 주효했는지를 모두 보고하여 다른 사람들도 그것들이 제거되었다는 것을 분명히 알도록 해야 합니다.
여러분의 해석에 의문을 던질 수 있는 세부 사항도, 여러분이 알고 있다면 마땅히 보고해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이 틀렸거나 틀릴 수 있는 것들을 설명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이론을 만들어서 이것을 선전하거나 발표할 때, 이론과 일치하는 것만이 아니라 일치하지 않는 사실도 밝혀야 합니다.
(중략)
나는 바랍니다. 시간이 없어서, 한 가지 희망만을 말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어디를 가든 내가 말한 과학적 성실성을 유지할 자유가 있는 곳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조직에서 자금 지원 따위를 통한 압력을 느낀다면, 자기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필요성 때문에 성실성을 잃게 됩니다. 여러분이 자유를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나는 이 파인만의 연설문을 읽고 슬펐다. 왜냐하면 그는 "...하면 안된다"가 아니라 "...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기 때문이다.

이 연설문은 캘리포니아 공대 졸업생들을 위한 것이다. 이들은 이제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로 나가서 활동할 것이다. 그래서 보통 이런 연설문은 사회 초년생을 위한 "조언"이나 "충고"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리처드 파인만은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대신, 바램을 말하고 기원을 했다. 나는 이 점이 정말로 슬펐다. 왜냐하면 리처드 파인만이 "..하지 마라"라고 명령하거나 충고하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조직의 압력을 받는다면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어쩔 수 없이 굴복하고 말것임을 알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래서 리처드 파인만은 기원한 것이다. 여러분이 과학적 성실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에 머물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이 자유를 누리기를 "기원"합니다. 즉 과학성 성실성을 유지하거나, 과학적인 연구의 자유를 누리는 것은 과학자 개인의 의지를 벗어난 것이다. 자기 마음대로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인혁당 사건이 있었고, 이근안이 수많은 사람을 고문해서 빨갱이로 만들기도 했지만, 꼭 고문까지가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는 수많은, 심지어는 합법적이고 인도적인 테두리 안에서라도 정말 도저히 굴복할 수 밖에 없는 다양한 압력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과학자의 성실성을 지키고 싶어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제네바 선언도 마찬가지다. 이것도 "..하지 마라"는 명령문이 아니라, "..하겠다"는 선서다. 앞으로 그러겠다는 희망이다. 바램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과거에는 그래왔다는 얘기다.

http://nopain365.com/geneva_declation.html
제네바 선언 (히포크라테스 선서)

의업에 종사할 한 일원으로서 받아들여지는 이 시간에 나는
나의 일생을 전 인류에 대한 봉사에 공헌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
나는 스승에 대하여 당신이 당연히 받아야 할 존경과 감사를 드리겠다.
나는 나의 의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양심과 권위를 가지고 행하겠다.
내 환자의 건강은 나의 최대의 관심사이다.
나는 환자의 비밀을 말하지 않겠으며 환자가 사망한 후라고 하여도 그에 관한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
나는 모든 최선을 다하여 의업의 명예롭고 숭고한 전통을 유지하겠다.
나의 동료들은 나의 형제와 같다.
나는 환자의 종교나, 국적이나, 종족이나, 정당이나, 사회적 지위 등에 관계없이 그들에 대한 나의 의무를 다하겠다.
나는 인간이 수태된 그대부터 인간생명에 대하여 최상의 존경을 바치겠으며 어떠한 위협이 온다 하더라도 인류애에 위배되는 의술을 행하지 않겠다.
나는 자유로이, 그리고 내 명예를 걸고 이 약속을 한다.

http://www.koreabioethics.net/pds/code/code8.htm
이 헌장은 1948년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최된 제 22차 세계의학협회에서 개정된 것으로 의학이 추구하는 인간적인 목표에 대한 의사들의 공헌을 표현한 헌장이다. 이것은 특히 이 헌장이 발표되기 직전에 행해졌던 나치의 의학적인 범죄라는 측면에서도 중요한 헌장이었다.


병든 인간을 치료하는 의술은 신성하지만, 과학과 마찬가지로 언제나 다양한 압력에 처해왔다. 종교에, 국적에, 종족에, 정당에, 사회적 지위에, 의사들은 때론 인류애에 위배되는 의술을 행할 수밖에 없었던 때도 있었다. 실제로 있었고, 지금도 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다. 제네바 선서의 바램과는 상관없이.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일부러 이런 선서를 하는 거겠지. 의술이 올바르게 사용되는 상황은 전혀 자연스럽거나 일반적이지 않다. 어쩔 수 없다, 원래 그러니까. 그러니까 이렇게 간절하게 비는 거 아니겠어. 바라고, 빌고, 기원한다. 두손을 싹싹 비비며 빈다. 지금까지 세상에 있었던 수많은 재앙을 생각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기원한다.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어쩔 수 없을수도 있다. 당신이 그런 상황에 안 처하기를 희망한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984

  • shaind 08/02/13 00:30  덧글 수정/삭제
    저 글을 보셨군요. 저거 참 좋죠. 역시 명불허전이라는 생각이...
이름
비밀번호
홈페이지 (없어도 됩니다)

비밀글로 등록
작도닷넷은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전 목록]   [1] ... [580][581][582][583][584][585][586][587][588] ... [822]   [다음 목록]

최근 글

이웃로그 관리자 옛날 작도닷넷 태터툴즈 ©현경우(xacdo) since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