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10/05/22 15:26(년/월/일 시:분)
구글은 광고회사다. 광고로 돈을 번다. 매출의 99%가 광고다. 그러므로 광고가 잘 팔리면 회사가 잘 나가고, 광고가 안 팔리면 회사가 망한다.
그런데 구글의 광고는 인터넷 문맥 기반 광고다. 인터넷에 올린 문맥을 분석해서, 문맥에 맞는 광고를 자동으로 붙인다. 이런 문맥 기반 광고는 오버추어의 키워드 기반 광고보다 수익은 적지만, 키워드 기반 광고를 유치하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자나 일반 개인 같은 롱테일을 공략할 수가 있다.
이런 문맥 기반 광고는 롱테일이고, 구글의 장기는 자동화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잘한 롱테일 시장을 컴퓨터로 분석하여 자동 대응한다. 이런 문맥은 데이터가 많을수록 잘 동작하고, 적어도 최소한의 임계치를 넘어야만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잘 안 쓰면 문맥 기반 광고도 잘 안 돌아간다.
즉 구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쓰는 것이다. 인터넷을 많이 쓰면 쓸수록 구글의 광고 수익이 늘어나고, 구글의 광고가 잘 작동한다. 반면 사람들이 인터넷을 안 쓰면 안 쓸수록 구글의 수익은 줄어들고 구글의 광고가 잘 안 돌아간다.
그러므로 구글이 현재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계속, 더 많이 쓰게 하자" 이다. 애초에 소규모 사업자나 개인 등 롱테일을 공략하기 때문에 적절한 타겟 오디언스가 없다. 타겟이 너무 모호하고 폭이 넓어서 적절한 전략을 짤 수가 없다. 그러다보니 "인터넷을 활성화하자"가 가장 명확하고 손에 잡히는 구글의 전략이 된 것이다.
구글이 모든 것을 오픈하고,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배포하고, DNS를 공개하고, 꽤 비쌀 것 같은 메일, 달력, 지도, 책 등의 웹 어플리케이션도 마음껏 쓰게 하고 하는 것도 실은 사람들을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이 인터넷에 묶어두려고 하는 것이다.
혹시라도 사람들이 인터넷을 안 쓴다던가, 인터넷 말고 다른 기술이 나와서 그쪽으로 다 가버리면 구글은 망한다. 아니 정말로, 망한다. 검색기술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다. 그러므로 사람들을 인터넷에 묶어두는 것이 구글로서는 위험을 회피하는 수단이 된다.
안드로이드로 돈을 벌 생각이 구글에게는 없다. 사실은 스마트폰의 품질이나 사용성 같은 것도 크게 중요하지 않다. 구글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사람들이 앞으로 스마트폰이던 넷북이던, 크롬이던 익스플로러건 상관없이 하여튼 인터넷을 계속 많이 쓰는 것이다. 그래야 광고가 팔리니까.
사실 구글의 수익이 광고로 너무 편중되었기 떄문에,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는 노력이 계속 있었다. 구글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손을 댓지만, 대부분 실패하거나 괄목할만한 수익이 나지 않았다. 지금도 여전히 구글은 광고에만 목을 매는 형편이다.
나는 솔직히 구글이 광고 수익이 나는 것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구글을 처음 만들었을때는 이렇게 광고 수익이 회사를 먹여살릴 정도라고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여기에 특별한 전략적인 선택이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 단지 얼떨결에 봉 잡은 거다.
그래서 구글은 이렇게 우연히 길에서 주은 보석을 놓치고 싶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매우 파괴적으로, 심지어는 인터넷에 다른 수익모델이 생길 것까지 사정없이 가지치기를 하면서까지, 현재의 수익모델을 고수하려고 하고 있다.
이렇게 구글이 모든 것을 오픈하고 무료로 제공하다보니, 예전 같으면 어떻게 틈새로 끼어들어서 뭐라도 조그만 거라도 소소하게 먹고 살만했을 비즈니스까지 전부 돈이 안 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즉 구글이 실리콘밸리의 성공의 상징이지만, 오히려 구글의 성공 때문에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성공 신화가 탄생할 가능성이 확 줄어들어 버린 면도 있다.
그러므로 구글의 성공이 참 운이 좋고 부럽고 대단하긴 해도, 그게 100% 긍정적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다. 예를 들면 안드로이드도 단순히 모바일 인터넷 트래픽을 증대시키는데 목적이 있다보니 다른 부분은 아무래도 상관없이 가버리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사용자를 위한 것도 아니고, 세계 평화를 위한 것도 아니고, 그저 구글의 광고를 파는 플랫폼일 뿐이다. 이것이 현재 구글의 한계이다.
다행이도 구글은 현재 돈을 잘 벌고 있고, 앞으로 다소 돈을 못 벌어도 당분간 버틸 현금도 있다. 그러므로 시간을 벌면서 어떻게든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성공하기 전까지는 현재와 같은 한계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