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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박근혜의 남자취향, 꿈을 이룬 변희재, 말 안듣는 안철수, 열에 한둘

13/08/26 01:10(년/월/일 시:분)

최근 한국 정치에 대해 이런저런 잡스러운 생각을 해봤다.

1.
내가 좋아하는 Hubris님이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전두환 추징금 수사에 대해 이런 트윗을 하셨다.



나도 이런 식으로 사람을 보는 방법이 좋다. 과거에 했던 행동을 바탕으로 미래에 할 행동을 예상하는 것이다. 행동주의적 인간관.

나는 이것을 박혜신의 심리평전 - 남자 대 남자, 인간 대 인간 에서 접했고 , 김어준의 나꼼수와 닥치고 정치에서 접했다. 한 인간에 대한 분석을 그 사람의 됨됨이나 의무, 책임, 역할 같은 당위성의 문제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욕망, 지금까지 살아온 배경, 좋아하고 싫어하는 호오의 문제, 정치인이 아닌 자연인으로서의 날 것 그대로의 충동, 욕구, 야망의 관점으로 분석하고 앞으로의 행동을 예상하는 것이, 생각보다 쉽게 와닿고 꽤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취직할때 이런 걸 숱하게 접했다. 나를 평가할때 나의 생각을 물어보는 게 아니라, 내가 실제로 했던 과거의 행동을 물어본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고, 살아왔던 대로 살아갈 것이다. 이것만큼 확실하고 예측 가능한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박근혜의 남자, 최태민에 대해 생각했다. 나는 박근혜가 환갑이 넘도록 결혼을 안 한 것이 이상해서, 혹시 레즈비언이 아닐까 검색해보니, 박근혜의 남자로 최태민이 나왔다.

박근혜는 아버지 박정희의 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최태민을 사랑했던 것 같다. 최태민은 사이비 교주였다. 여성 편력이 지저분했고, 부패한 사람이었다. 박근혜에게 접근한 것도 본인의 이익을 위해서였던 것 같다. 그 누구라도 말릴만한 사람이었다. 질이 나쁜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는 최태민에게서 어떤 매력을 느꼈던 것 같다. 평생 온실 속의 화초로 곱게 자란 최고의 엘리트 박근혜가, 본인의 어떤 해방구로 약간 나사풀린 매력을 좋아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여튼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도덕성 이외에, 사람이 됨됨이 이외에 박근혜가 그 모든 것을 감안하고도 이를 뛰어넘는 어떤 매력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싶다.



노태우 회고록에 보면 어린시절 박근혜의 날밤 일화가 나온다. 박정희가 박근혜에게 날밤 1개를 권했지만 박근혜가 먹지 않고 손에 꼭 쥐었다고 한다. 그래서 노태우는 "박정희가 참 외롭겠구나" 생각했다고 한다.

박근혜는 "날밤 먹기 싫어"라고 말하는 대신, 그냥 묵묵히 날밤을 손에 꼭 쥐었다. 싫다고 대들지도 않았고, 다른 걸 달라고 타협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먹기 싫은 날밤을 안 받을 수도 없어서 받기는 받았는데 손에 꼭 쥐어 버렸다.

아마도 박근혜는 본인이 좋거나 싫다고 생각하는 것을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끝까지 손에 꼭 쥐고, 절대 놓지 않고, 그것이 아버지의 명예회복이던, 최태민에 대한 사랑과 의리던, 본인에게 충성을 바쳤지만 인간성이 엉망이었던 윤창중 전 대변인이던 그렇게 하지 않을까 싶다.


2.

변희재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난 사실 변희재가 생각보다 똑똑하고, 때때로는 번뜩이는 통찰력을 보인다고 생각한다. 이상한 말도 많이 하지만, 사실명제와 가치명제를 구분하여 살을 잘 발라내서 엄밀히 따지면, 그가 하는 말의 20~30% 정도는 상당히 쓸만하다. 오히려 진보에게도 잘 가려들으면 뼈가 되고 살이 될만한 입바른 말이 많다.

문제는 번뜩이는 20~30%가 아니라 말도 안되는 70~80%인데, 왜 변희재가 쓸데없이 이상한 말을 많이 할까? 나는 그 이유가 변희재의 개인적인 욕망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한다. 변희재는 자신의 꿈이 자기만의 작은 인디 언론사를 차리는 것이라고 했다.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하고, 사람들이 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했다.

변희재가 트위터와 종편해서 하는 자극적인 말이 정확히 타겟층을 자극하여, 실제로 변희재의 인디 언론사인 미디어워치의 정기구독자수가 최근 4000명을 돌파했다. 1년 5만원이니 연매출 2억에 육박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변희재가 안티조선 운동을 했던 것도 이해가 가고, 최근에는 종편 출연도 뜸한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그에게 중요한 것은 어쩌면 정치적 방향성이나 정의나 도덕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자신의 정기구독자들을 만족시키는 자극적인 한방이 아닐까 생각한다. 말의 내용보다 사람들의 반응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변희재를 포섭하려면, 그의 언론의 정확한 타겟층을 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만약 미디어워치의 정기구독자가 4천명이 아니라 4만명이 될 수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마음껏 할 수 있다면, 변희재에게 진보 보수나 친노종북 같은 것이 그렇게까지 큰 의미가 있을까? 더 이상 자극적인 이슈몰이를 할 필요가 없고, 그래도 사람들이 가만히 앉아서 적극적으로 호응해준다면 과연 그래도 지금처럼 이상한 말을 많이 할까 싶다.

변희재도 어떤 면으로는 순수한 인디 언론인이다. 다소 괴팍하지만 열정만큼은 순수하다고 생각한다. 그의 열정을 올바른 방향으로 해소시켜줄 무언가가 있었으면 좋겠다. 내가 정치인이라면 참모로 두고 싶은 사람이다. 물론 그가 하는 말을 다 듣지는 않겠지만, 잘 가려들으면 가끔 보석같은 말을 떨어트릴 것이다.


3.

최근 최장집이 안철수의 정책 네트워크 내일 이사장직을 사퇴했다. 안철수로서는 십고초려를 다해 모셔온 분인데 무척이나 아쉬웠을 것이다. 왜 그만뒀나? 최장집은 이에 대해 명확히 대답했다. 안철수가 내 말을 안 들어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308&aid=0000011040
최장집의 조언 "안철수, 중도는 안 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32&aid=0002343057
김종인, “안철수·최장집 생각 부합하는지는 두고볼 일”


최장집은 현재 민주당도 엄밀히 따지면 보수이고, 현재 한국에는 진보 정당의 자리가 비어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안철수는 진정한 중도로 가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왼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을 것이다.

왼쪽으로, 더 왼쪽으로... 박노자 교수도 생각나고 그런다. 이론적으로, 이념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그 말이 맞다. 나는 이 대답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안철수 생각에는 100점 만점에 90점짜리 대답이었을 것이다. 안철수는 100점 만점에 100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 사람이다. 자기 마음에 완벽하게 드는 답이 나올때까지 끝까지 버틴다. 남의 말을 정말로 안 듣는 사람이다.



안철수에게는 최장집도 윤여준도 100% 마음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완벽한 해답이 나올때까지 질문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제 막 시작한 신인 정치인으로서는 모범적인 자세일지는 모르나, 다음 대선후보는 이미 물건너간게 아닐까 싶다. 정말로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다.


4.

최근 허지웅이 국정원 관련 시국선언과 촛불집회가 오버이며, 취미활동 이상이 아니라고 말해 화제가 되었다.



나도 솔직히 지금의 촛불집회가 매우 무력하다고 생각하고, 취미활동 수준이라고 생각은 한다. 근데 그 말을 직접 들으니 좀 열받기도 한다. 무력할지언정 가벼운 마음으로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 사장님이 사원 간담회에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열에 한둘이라고. 여러분이 회사에 원하는 것이 있으면 최대한 강력하게 요구하라고. 다양한 소통 채널을 이용하여 최선을 다해서 회사가 움직이도록 하라고.

물론 그래봤자 열에 한둘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열에 한둘도 바뀌지가 않는다. 원래 세상이 그렇고, 우리 회사가 그렇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하라.


나는 지금의 시국선언과 촛불집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비록 무력할지언정 지금의 상황에서 비폭력적인 방법으로 대응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의사 표명을 해야, 그나마 윗분들이 아주 조금이라도 생각이라도 해줄 것이 아닌가? 비록 10~20%의 확률이라도 열심히 돌을 던져봐야 뭐라도 될 것 아닌가?

10~20%의 확률이 전혀 높은 건 아니다. 하지만 10~20%냐, 0%냐, 둘 중에 하나의 선택을 하라면 당연히 10~20%다. 열에 한둘이라도, 그게 어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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