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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다문화 한국인

15/12/15 01:24(년/월/일 시:분)

1.

우리 부부가 매우 즐겨찾는 곳으로 수원역전시장의 "다문화 푸드랜드"가 있다. 한국인 입맛에 맞춰 적당히 타협한 퓨전 음식이 싫고, 정말 해외여행을 가서 현지의 로컬 푸드를 먹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우리에게 다문화 푸드랜드는 비행기 값을 아껴주는 고마운 곳이다.

여기서 특별히 자주 간 곳은 타이 음식점인 타이란나. 밥, 면, 요리, 후식까지 어느 하나 빠질 것 없이 훌륭한 곳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도미 짝퉁으로 오명을 받고 있는 틸라피아(역돔) 요리가 훌륭하다. 심지어 틸라피아가 도미보다 더 비싸다. 회로 먹지 않고 익혀서 먹는다면 살도 큼직하고 맛도 훌륭한 생선이다.

2.

근데 수원역전시장의 다문화 푸드랜드를 처음 가려면 정말 큰 마음을 먹고 가야 한다. 처음 가기에는 정말 무서운 동네이기 때문이다. 수원역전시장 자체가 상당히 낙후된 곳인데다가, 그 후진 건물의 지하 1층을 내려가려면 사행성 성인게임장을 지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다문화 푸드랜드 자체가 수원시의 다문화 지원사업으로 임대료를 1년간 무상으로 지원하는 거라, 한정된 예산 안에서 장소를 고르려다 보니 다소 낙후된 곳을 고른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바로 옆에 사행성 성인게임장이 버젓이 있다니 이건 좀 아니지 않나.

3.

수원역전시장이 낙후된 것은 둘째 치고, 그 골목이 좀 무섭다. 저소득층이 사는 곳이라 범죄율이 높기도 하고, 사행성 게임장에 홍등가도 있는 곳이다. 그래서 흔히 조선족이라 부르는 중국계 한국인들이 많이 살기도 하고, 그 근처에서 토막살인 사건이 일어난 적도 있다. 사람이 드물어지는 깊은 밤에 각종 유인물이 지저분하게 떨어져있는 골목길을 걸으면, 건장한 체격의 남자인 내가 걸어도 무서운 느낌이 든다.

그래도 그 근처의 라메이즈마라탕(매운 자매 마라탕)의 매운 맛이 생각나고(이 집은 장사가 워낙 잘 되서 가게를 늘렸다), 베트남식 바게트 샌드위치인 반미의 액젓과 고수 향이 그리울 때면 또 어김없이 이 골목을 찾는다. 리지아마화(이가네 꽈배기)의 중국식 꽈배기도 정말 맛있다.(이 집도 리모델링하고 메뉴를 늘렸다) 그런 무서움을 무릅쓰고 맛을 찾아 오는 것이다.

5.

다문화 푸드랜드를 갈때마다 "다문화"라는 말이 불편하다. 왠지 토종 한국인과 다문화 한국인을 구별짓는 말 같다. 나같이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고 있는 원주민에게는 굳이 다문화라는 말을 붙이지 않는다. 파고다어학원에서 볼 수 있는 서구 문명권에서 온 백인들에게도 다문화라는 말을 잘 안 한다. 다문화라는 말은 수원역전시장처럼 우리보다 생활 수준이 낮은 중국, 베트남, 태국 등에서 온 분들에게 붙인다. 마치 2등 시민으로 낙인을 찍는 것 같다.

물론 나는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또한 어차피 같은 IT 일을 할 거라면, 외국에서 더 좋은 조건에서 일할 수 있다면 그 나라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도 크다. 세계 시민으로서, 누구나 자신의 자질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이라면 국경을 넘어 그 어디에서라도 살 수 있는 자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개인은 물론 사회를 진보시킨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상하게, 나는 이 "다문화"라는 말이 불편하다. 기본적인 개념은 미국의 "Melting Pot / Salad Bowl"에서 가져온 것 같은데, 컨셉은 같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한국으로 수입해놓으니 이상하게 이질감이 든다. 차별적인 단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차별적인 느낌이 든다.

6.

그럼 다문화라고 부르지 뭐라고 부르냐? 라는 질문에 대한 답. 그냥 한국인이라고 부르면 되지 않을까? 태국에서 오신 분은 태국계 한국인. 중국에서 오신 분은 중국계 한국인. 이렇게 외국계 한국인이라고 부르는게 어떨까? 여기서 포인트는 외국계가 아니라 한국인에 찍는 걸로.

십자가 밟기 같지만, 월드컵을 보며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대~한민국" 구호를 외치며 한국 팀을 응원한다면, 고수 냄새가 풀풀 풍겨도 다 같은 한국인으로 퉁 쳐주는 대범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이렇게 지난 글의 결론을 복사해서 붙여넣으며 글을 마치고자 한다.

http://xacdo.net/tt/index.php?pl=2525
『 광화문과 새민족 새역동성 』
토종 한국인은 물론 한국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이민자까지도 한국인으로 받아들이는, 세계 시민, 세계 민족으로서 한국을 코스모폴리탄으로 만드는 새 민족주의. 붉은 악마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휘날리며 한국 팀을 응원하면, 그 어떤 피부색이라도 모두 한국인으로 퉁 치는, 비빔밥의 고추장처럼 모든 식재료를 하나의 맛으로 비벼버리는 새 민족주의. 다이나믹 코리아. 코리안 드림. 당신의 꿈을 이뤄주는 새 겨레, 새 대한민국. 이 정도까지 가야 한국을 크게 진보시킬 원동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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