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출판
16/10/31 03:21(년/월/일 시:분)
나는 도올 김용옥을 사상계의 JYP라고 생각한다. 자기 과시적인 면이 닮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아가 너무 강해서 표출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게 참 재미있다.
도올의 중국 일기는 연변 대학 강사로 초청받아 지냈던 일들을 소소하게 기록한 일기이다. 보통은 네이버 블로그에 쓸 법한 내용을 이 분은 굳이 책으로 냈다. 그것도 그냥 낸 게 아니라 전문 사진사를 대동하여 굳이 훌륭한 사진을 찍고 (주로 자신이 멋지게 강의하는 모습, 아니면 저명한 교수와 지적인 대화를 나누는 자신의 모습 등... 보통은 셀카로 찍을 걸 이 분은 사진사를 데려다 찍었다) 또 그걸 두껍고 무거운 고품질 종이에 고화질로 인쇄했다. 그래서 책 값도 19,000원으로 비싸고 묵직하다.
일단 처음 책 날개부터 대단하다. 자신을 "한국을 대표하는 사상가"로 소개하고 (어떻게 자기 입으로 뻔뻔하게!) (그래도 석학이 아니라 사상가라고 표현한게 나름의 겸손이 아닐까) 이 책을 "지적인 모험의 여정"을 "일기체"로 기록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지적! 모험! 여정!)
그 뒤에 이어지는 내용으로는... 요즘 중국 학생들은 샹차이(고수)를 빼달라고 하질 않나, 교수 숙소에 갔는데 집기가 마음에 안 들어서 직접 목공소에 가서 설계도면을 그려주고 자기가 원하는대로 책상, 의자를 만든 얘기나... (자기는 인체의 부드러운 윤곽선을 따라 만든 것보다, 직선으로 딱딱하게 만든 단순한 디자인이 몸에 잘 맞는단다) 전자 모기채로 모기를 하룻밤에 스무 마리씩 잡은 얘기, 독립운동가들이 활동했던 집안에 놀러갔던 얘기 등 온갖 시시콜콜한 일상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내용도 무겁지 않고, 사진도 워낙 많아서 거의 도올 김용옥의 연변 화보집을 보는 것 같다. 나처럼 도올 김용옥의 인간적인 면을 좋아하는 팬보이라면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아, 나는 도서관에서 빌려 봤다. 요즘엔 JTBC 차이나는 도올이 끝난지 한참 되서 빌리기도 쉬웠다.
* 전자책은 안 나왔다. 도올도 옛날 분이라 종이책을 너무 좋아하신다. 언제쯤 전자책을 내주실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