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1/17 11:23(년/월/일 시:분)
매력적인 여비서와, 그녀를 고용한 중년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벌어지는 그들의 은밀한 SM 관계!
그래서 봤으나 정작 영화는 단순한 멜로물이었다. 화끈한 SM 영화를 기대했던 나로서는 실망이 컸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여비서라는 점이다. 아니 제목부터 비서니까 당연히 비서가 주인공이겠지, 근데 그게 아니다. 보통의 이런 영화는 철저히 남성의 입장에서 여성을 욕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의외로, 여성의 입장에서 돈 많고 능력도 있는 중년 남성을 꼬시는 영화다. 그런 면에서 백마탄 왕자님에 품에 안기는 할리퀸 로맨스와 통하는 점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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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여비서는 자해를 하며 스트레스를 푸는 마조히스트다. 나름대로 재활 치료도 받고 사회에 적응도 하려고 한 변호사 사무실에 여비서로 취직을 했는데, 우연찮게 이 변호사가 사디스트였던 것이다.
워낙 여자가 띨빵하고 괴롭히기 좋게 생겨서 그만 변호사는 몇 번 선을 넘고 실제로 여비서를 괴롭힌다. 나중에서야 후회하고 다시는 안 그러려고 하지만, 그는 여자가 마조히스트 일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그는 이제 SM 관계를 끝내고 싶은데 여자 쪽에서 달라붙어 안달이다. 그래서 그는 여자에게 돈을 주고 해고한다.
여자는 방황한다. 별로 맘에 안 들던 남자친구와 첫 경험도 해보지만 별 감흥이 없다. 다른 SM 관계를 찾아보지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무언가가 없다. 결국 여자는 남자의 사무실에 쳐들어가 단식농성을 벌인다. 각종 매스컴에서 취재를 오고 사무실은 사람들로 바글댄다. 그래서 결국 여자는 견디다 못한 남자의 사랑을 얻어 결혼하고 해피엔딩~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소설도 아니고 결말이 이게 뭐야)
조금 특이한 로맨스 영화로 본다면 조금 재미있을지도 모르겠지만, SM 영화로 볼 때 이 영화는 볼만한 게 별로 없다.
SM을 소재로 행복하게 가정을 이루며 끝나는 영화는 정말 살다살다 처음 본다. 거기다가 남자가 너무 불쌍하게 나온다. 그래도 명색이 새디스튼데 맨날 여자한테 휘둘리기나 하니 이거야 원. 여비서의 경우도 처음에는 사회에 적응도 잘 못하고 띨빵하고 어리버리한 전형적인 매저키스트로 나오지만, 점차 사랑에 눈을 떠 갈수록 매력적인 모습으로 탈바꿈하면서.. 결국 마지막에는 오히려 남자를 리드하는 전형적인 현대의 적극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여배우의 얼굴이 자신감 있어지고 아름다워진다는 것은 남자로서 싫어할 수는 없겠지만, 결국 이 영화는 SM으로 시작해서 SM이 아니게 끝나는 나로서는 참으로 실망스러운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