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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영상

괴물 세번째 보고서 - 봉준호 감독의 능수능란함

06/08/17 13:48(년/월/일 시:분)

내가 이걸 극장에서 세번이나 보게 된 건 순전히 정성일 때문이다. 아래의 글을 보라.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4004&mag_id=40622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4004&mag_id=40623
노골적이고 단호한 정치적 커밍아웃, <괴물> [1/2]
노골적이고 단호한 정치적 커밍아웃, <괴물> [2/2]

지면으로 12페이지나 이어지는 이 글의 맨 앞부분은 이렇다.
-괴물은 가족영화가 아니다.
-괴물은 정치적인 영화다. 그것도 노골적이고 단호한.
-이렇게 정치적인 영화를 100억이 넘는 돈을 들여 만들다니, 봉준호 감독은 (최상의 의미로) 미쳤다.

그래서 정말 그런가 해서 두번째 봤고, 대학교 도서관에서 2005년 8월 19일 씨네21 516호에 실렸던 "정성일과 박찬욱의 대담"(온라인에는 없음, 27페이지 분량)을 찾아 읽고 세번째 봤다. 그런데 진짜로 그런거야. 괴물 12페이지, 친절한 금자씨 27페이지. 그 많은 분량 가운데 간혹 과장된 면은 있어도 틀린 말은 없더라.

기대되는 건 위의 괴물 리뷰가 "(하지만….)" 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친절한 금자씨 때 "(그리고….)" 로 끝나고 박찬욱과의 기나긴 인터뷰가 계속되었던 것을 볼때, 정성일은 이번에도 봉준호와 긴 인터뷰를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물론 인터뷰는 성사되지 않을 수도 있다. 봉준호 감독은 이미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고, 다음달에 있을 일본 개봉에 맞춰 홍보도 해야 하기 때문에 당장은 힘들 것이다. 그리고 정성일은 박찬욱과 친분이 있었지만, 봉준호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봉준호는 박찬욱과 많이 다른 사람이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와 봉준호와의 관계를 보자. 이 영화에 노골적으로 드러나 정치적인 성격, 특히 반미적인 성격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언론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고, 그 중 조선일보는 (젊은층의 우익화 차원에서 평소부터 자주 지면에 실어주던) 뉴라이트 진영의 글을 실어 자신의 불편함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전략) 이런 가족의 해체를 이 영화에서는 교묘하게 반미 감정과 연결시켜 버린다. 나 역시 엄청나게 미국을 싫어하고, 부시 혐오증에 걸린 놈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미국을 씹어대는 모습을 보면 인상이 구겨진다. 포름 알데히드를 한강에 버린 미군은 분명 욕을 먹어도 싸지만, 그것을 빌미로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설정하고, 그것의 결과가 마치 우리네 소시민들의 가족들을 와해시킨다는 것으로 대책 없는 반미주의를 표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후략)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023&article_id=0000199328
[조선일보] 초유의 싹쓸이…'괴물'의 만행에 돌을 던져라 - 최공재 (독립영화감독)

이런 불편한 글이 실린지 불과 4일 후에, 봉준호 감독의 인터뷰가 같은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그것도 조선일보를 염두에 둔 접대성 멘트, 적당히 노무현 대통령을 깍아내리는 센스까지 발휘하며.

―이 영화가 흥행하면서 스크린쿼터 축소를 반대해온 영화인으로서 부담도 적지 않을 듯 하다.

“‘왕의 남자’ 때 영화 흥행이 쿼터 축소 빌미가 될까 걱정했던 이준익 감독 심정에 공감한다. ‘결국 영화만 잘 만들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들 하시는데, 사실 영화를 잘 만든다는 말 속에 이미 산업적 요소가 큰 비중으로 담겼다. 충무로 감독은 개별 영화를 지켜주는 스크린쿼터 속 한국영화산업의 건강함 속에서 비로소 작품을 잘 만들 수 있다. 영화 생산구조 자체가 개인적 작업인 소설과 다르다. 스크린쿼터가 대선공약이었는데 대통령이 왜 공약을 안 지키는지 실망스럽다. 공약에 없던 쌍꺼풀 수술은 하면서.(웃음)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023&article_id=0000199784
[조선일보] 봉준호 감독 인터뷰

이렇듯, 적 마저도 자기 편으로 만드는 봉준호의 능수능란함. 실질적으로 조선일보의 가장 반대편에 서 있는 영화를, 조선일보의 입맞에 가장 알맞게 인터뷰 해서, 지면으로 따지면 뉴라이트 진영의 글 보다도 더 중요한 지면에 훨씬 커다랗게 실리는 기회를 잡는 센스. 이렇게 언론을 다루는 법을 아는 사람을 본 건 황우석 교수 이후 처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성일이 아마도 바라고 있을 봉준호와의 인터뷰가 과연 성사될지, 성사된다 하더라도 도대체 어떤 식으로 진행될지 도저히 추측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만큼 더욱 궁금하고 기대도 된다.



다음 얘기. 괴물은 과연 죽었는가? 제 2의 괴물은 출현할 것인가? 라는 질문에 대한 답.

이 영화는 2000년 2월 맥팔랜드 사건에서 시작한다. 그 후 2006년 10월 한강 다리에서 한 중년의 남자가 투신자살하며 한강에 "커다랗고 시커먼 무언가"가 있다는 걸 본다. 그리고 한강 매점의 모습이 보이며 괴물이 나타난다.

질문. 그렇다면 괴물이 나타나는 시점은 언제인가? 그 대답은 박남주 선수가 양궁 대회를 하는 TV 속에 있다. 배경을 잘 보라! 분명히 2006년 5월이라고 나온다. 그렇다면 투신자살하는 중년남이 본 건 무엇인가? 분명히 괴물은 2006년 5월의 며칠 범위 안에서 죽었다.

자 그렇다면 마지막 장면. 살아남은 강두와 세주. 눈 오는 매점 먼 발치에서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그것은 괴물인가? 영화를 세 번이나 봤지만 그 이후로는 조용하게 눈 오는 소리 이외의 어떤 것도 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2006년 10월에 투신자살할때 한강에는 괴물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는다.

즉 제 2의 괴물이 있는지는 모르는 일이다. 영화에서는 괴물의 기척을 느끼는 인물들의 모습과, 그에 잡아먹히는 중년 남자, 그리고 그 기척을 느끼고 총을 잡아드는 강두의 모습을 보여준 후, 그 이상의 어떤 힌트도 제공하지 않는다. 있을수도 있고, 없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강두가 더 이상 졸지 않고 언제든지 총을 쏠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다음. 박찬욱 감독과 달리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기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면 놓치는 부분이 많으니까. 프랑스 사람들이 맥팔랜드 사건이나 광주항쟁이나 효순이 미선이 사건을 알까? 그런 것도 모르는데 이 영화 괴물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마지막. SK텔레콤 사원으로 출연한 임필성 감독은 딱 보는 순간 "개발자"라는 느낌이 들었다. 맨날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만 두들기다보니 배 나오고 건강 나빠지고, 심지어는 조금만 걸어도 가쁜 숨을 몰아쉬는, 누가 봐도 개발자의 분위기가 풀풀 풍겼다! 나도 컴퓨터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참 정겨운 순간이었다.

개발자, 혹은 오타쿠.. (혹은 둘 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384

  • maim 06/08/18 04:47  덧글 수정/삭제
    http://kids.kornet.net/cgi-bin/Boardlist?Article=anonymous&Num=395126&Position=P395129

    [ anonymous ] in KIDS
    글 쓴 이(By): 아무개 (Who Knows ?)
    날 짜 (Date): 2006년 8월 18일 금요일 오후 12시 57분 05초
    제 목(Title): Re: 정성일의 괴물 평론

    글 중간에, 물론 지엽적일수도 있는 화제이긴한데,
    영어 제목 "Host"가 왜 괴물이 아니라, '주인'이어야 하는가하고
    한참을 개똥철학 씨부리는 부분이 있다.
    이런 게 바로 대가리에 먹물만 차다만 글쟁이들의 한계랄까.
    바이오 전공한 사람들이라면 딱 듣자마자 감이 오는 호스트란 단어를,
    기껏 사전에서 찾아본 지식 정도로 대충 이해하고 해석해서 나름의
    결론을 내려버리고 있어서 참 같쟎다.
    돌연변이는 바이러스가 원인일 거라 추정해서 그 난리부르스를 치고,
    이 미지의 (아니, 원래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바이러스의 '숙주'가 바로
    괴물일 거라고 미군측에서 몰아부치는 전개가 나오지 않던가 말이다.
    씨발 근데 뭐 누가 기생을 하고, 누굴 먹이고 어쩌구 한참 지 좆꼴리는대로
    썰을 풀어대니 참 한심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짜증이 난다.
    • xacdo 06/08/18 11:48  수정/삭제
      Host를 숙주 말고도 주인으로도 봐야 한다는 것은 봉준호 감독 인터뷰에도 나옵니다. 먹고 먹히는 관계, 그 주인과 시종의 관계.

      http://www.cine21.com/Magazine/mag_pub_view.php?mm=005001001&mag_id=39953
      봉준호 감독 인터뷰
      “가족 얘기가 아니다, 보호의 모티브가 중요하다”

      -장르적 재미를 추구하면서도 색다른 괴물영화를 만들려 했던 흔적이 엿보인다. 개인적으로 가장 신경을 썼던 설정이랄까, 내세우고 싶었던 것이 있다면.
      =표면적으로는 가족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지만, 자세히 보면 가족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는 누가 누구를 보호하느냐의 문제가 중요하다. 가족들이 애타게 구하려드는 현서는, 비좁은 하수구 은신처에서 자기보다 연약한 애를 구하기 위해 사투를 벌인다. 처음엔 전혀 인연이 없던 사람들이 그렇게 보호하고 보호받는 관계를 맺으면서 쭉 연결고리를 갖는다. 일종의 선(善)순환 고리. 그 반대편에는 독극물에서 괴물, 바이러스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있다. 그런 선순환 고리가 가족보다 큰 개념이라고 생각했다. 일반적으로 괴물영화에서 중요한 건 괴물에게 사람이 어떻게 잡아먹히느냐, 그리고 유일한 생존자가 괴물을 어떻게 죽이느냐가 관건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는 보호의 모티브, 그리고 먹는 장면이 반복된다. 한국어로 거둬먹인다는 게 결국 영어로 feed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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