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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성대 AV 나라 - 미니기기, 이어폰 수리 전문

06/10/29 17:06(년/월/일 시:분)

SONY MDR-EX51

이어폰 줄이 가방 지퍼에 걸려서 죽- 찢어졌다. 완전한 소비자 과실인데다, 이어폰 같은 소모품은 AS도 안 되기 때문에 그냥 버려야 할 상황. 기껏 4만원이나 주고 산건데 아깝다.

그런데! 국내에서 이어폰을 수리할 수 있는 곳이 딱 두 군데 있으니, 프론티어와 낙성대가 그 곳이다.

http://www.wemd.co.kr/
프론티어 - 미니기기 수리 정보 사이트

물론 수리 비용이 들기 때문에 어지간히 비싼 이어폰이 아니면 새로 사는 게 나을 수준이다. 선은 멀쩡한데 납땜이 떨어진 경우(단선)는 5천원, 줄을 새로 가는 것(교체)은 8천원~1만원까지 간다. 나같은 경우 기껏해야 4만원 짜리지만, 20만원 이상의 고가 이어폰을 쓰는 경우 특히 유용한 곳이다.

문제는 프론티어가 인천에 있어서, 내가 사는 구리에서 갔다 오려면 왕복 4시간이 필요하다. 물론 택배를 통한 수리도 가능하지만, 그러면 왕복 일주일은 걸리기 때문에 기다리기도 싫고.

그래서 비교적 가까운 낙성대에 갔다.

낙성대 AV 나라

점포 이전 안내: 서울대입구역 7번 출구 쪽

그런데 가봤더니 낙성대 아저씨가 짐을 싸고 있었다. 점포 이전을 한다는 것이었다. 어수선한 가게에서 수리를 받으면서 아저씨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점포 이전을 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돈이 잘 안 벌리니까. 원래 본업을 벌려놓은 가게가 있는데, 거기에 부업으로 들어가는 식이라고 한다. 아니 수익이 어느 정도길래 부업 정도밖에 안 되는 걸까.

아저씨가 예상하기로 국내 미니기기 수리 시장의 70%는 프론티어, 20%는 낙성대, 10%는 업체 자체의 AS망이 나눠 갖는 정도라고 한다. 여기서 아저씨가 그냥 반찬값이나 버는 정도라고 했으니까 월 40~50만원으로 치면, 전국적인 규모라고 해봤자 월 200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옛날에 CDP, MD를 쓰던 시절만 해도 벌이가 꽤 괜찮았다고 한다. 그때만 해도 남대문 수입상가에 유명한 숭례문 전자, 석미디어 등에서 일본에서 보따리로 들여온 내수품이 많았다. 그런건 정식 유통망을 통한 AS가 어렵기 때문에 낙성대에서 수리를 맡아서 했다. CDP만 5억원 단위로 일본에서 들여오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MP3가 나오고, 인터넷 쇼핑이 나타나면서, 불과 5년만에 세상이 바뀌었다. 사람들로 가득 차던 남대문 수입상가가 순식간에 텅텅 비고, 권리금은 커녕 관리금만 내라고 해도 들어오는 가게가 없다고 한다. 그나마 기존 업체는 DSLR 등의 고급 카메라로 근근히 버티는 정도다.

다행히도 이어폰은 하드웨어가 바뀌어도 계속 바뀌지 않는 소프트웨어라서 근근히 부업 정도로 살아남을 수 있었지, 주위 가게들은 순식간에 빚더미에 올라앉고 망한 곳이 한둘이 아니라고 한다.

물론 미니기기 수리 정도야 언제고 그만둘 수 있지만, 부품을 도매로 만개~10만개 단위로 사놓았기 때문에, 평생 수리를 해도 다 쓰지 못할 양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쪽이 기술자는 전국적으로 극히 드물기 때문에 아르바이트 삼아서 계속 하신다고 한다.

미니기기 수리는 누가 가르쳐줘서 할 줄 아는게 아니라, 순전히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맨땅에 헤딩하며 배우는 것이다. 일본에서 정식으로 매뉴얼이 넘어오는 것도 아니고, 그냥 고장난 기계나 이어폰을 보고 그 상태에서 러프하게 수리를 하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이런 기술자는 적어도 한달에 200만원은 줘야 일을 할 거라고 한다. 인천의 프론티어도 그렇게 따지면 그리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할 것으로 아저씨는 예상했다.

그래서 가게 주인보다 고용한 기술자가 벌이가 더 좋은 셈이다. 그 예로 짜장면집을 들 수 있는데, 가게 주인이 한달에 150만원을 벌 때, 배달 알바는 180만원을 벌고, 주방장은 200만원을 번다. 이런게 요즘 세상이다. 그래서 아저씨는 동업 제의를 여러번 받았지만 전부 거절했다고 한다. 차라리 기술자로 들어가면 모를까.

참 이렇게 한국은 시장이 좁아터진 곳이다. 전국에 단 2명이 수익을 나눠갖는 시장이 있을 정도. 나같이 고가 이어폰을 즐겨 구입하는 헤비 유저의 경우 정말 갈 곳이 없다. 낙성대 아저씨도 언제든지 그만 둘 수 있고, 인천의 프론티어도 올해 초에 교통사고 때문에 일주일간 휴점을 했었다.

그리고 요즘 추세가 AS보다는 1:1 교환이기 때문에 수리 시장 자체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자잘하게 부품을 구비하고 기술자를 고용해서 AS 비용을 높이는 것 보다는, 아예 고장날 제품 몫까지 대량으로 더 찍어내면 비용을 낮출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아이팟이다. 아이팟은 수리를 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AS센터도 없다.

그래서 옛날과 달리 정품이라 하더라도 점점 수리를 기대하기 힘든 시대가 되고 있다. 전문 기술자 또한 점점 줄어들어서, 어떤 제품 같은 경우는 고칠 줄 아는 사람이 없어서 본국으로 돌려보내야 할 정도로 척박한 시장이 되고 있다.

물론 한국 유저들은 다들 실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집에서 온갖 리폼과 리모델링을 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부품 한 두개가 만개~10만개 단위로밖에 팔지 않기 때문에 프론티어나 낙성대 같은 곳이 최소한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짧은 줄을 길게 한다던가, 긴 줄을 짧게 한다던가, 유닛을 교체한다던가 하는 자잘한 튜닝의 재미가 생기는 것. 그만큼 제품을 더 오래 쓸 수 있고 애착이 가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장사하는 재미가 좀 떨어지겠지만.

낙성대 사장님도 연세가 꽤 되셔서 언제까지 수리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나는 그래도 그만두지 마시고 오래도록 수리를 해 달라고 부탁하는게 고작이었다.

낙성대 AV나라는 월요일~토요일, 오후 1시~6시에만 영업한다. 옮긴 가게 위치는 전화로 물어보세요. 02-884-3433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516

  • 권용우 07/12/05 03:00  덧글 수정/삭제
    석미디어 얘기도 나오고,
    저도 궁금했던 부분을 해소하고 갑니다.^^
  • 박형열 08/09/20 07:51  덧글 수정/삭제
    휴 이어폰선만 있으면 납땜자격증이있어서 고칠수있는 사람인데-_- 현재 이어폰들 만지작 거리는중이니 이 직업 저도껴들어볼가효 ㅎㅎ
  • 이은색 09/01/17 00:48  덧글 수정/삭제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LD 09/04/03 04:34  덧글 수정/삭제
    저도 좋은 정보 감사드리면서~ 추가정보
    전화해봤더니 PM3:30~5:30만 계신답니다. (4/3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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