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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오늘은 세계 에이즈의 날

06/12/01 15:58(년/월/일 시:분)

나도 마침 며칠 전에 에이즈를 소재로 한 소설을 썼는데.

http://xacdo.net/tt/index.php?pl=549
버터 랜드 스토리

이 소설의 포인트는 "사랑하는 사람한테 에이즈가 옮았다"는 것. 이것만큼 애증을 잘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없을껄. 사랑하는 동시에 증오하는 것.

그러니까 우리가 보통 생각하기에 사랑과 증오는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사실 이 두 감정은 별개의 것으로, 얼마든지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


자, 그렇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에이즈에 걸렸다면, 바꿔 말하자면 에이즈에 걸린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이게 에이즈가 아니라면, 약을 먹거나 수술을 하거나 장기이식을 해서 치료하면 된다. 그런데 에이즈는 세상에, 요즘 같이 기술이 고도로 발전한 최첨단 현대 문명 사회에서도 치료가 불가능하다. 뭐 이런 병이 다 있어?

그러니까 만약 에이즈에 걸린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그를 에이즈라는 악의 구렁텅이에서 그 어떤 방법으로도 구할 수 없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어가는 모습을 옆에서 3년에서 12년 정도를 지켜봐야 한다. 섹스도 할 수 없고, 애도 낳을 수 없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할 수 없는 게 아니라, 하면 안 되는 거지.

예를 들어 박찬욱 감독의 "싸이보그지만 괜찮아"에 에이즈를 적용해보자. 아직 개봉을 안 해서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영화는 상대가 정신병자라도 괜찮고, 정신병이 낫지 않아도 괜찮다는 내용일 것이다. 그러므로 거기에 정신병 대신에 에이즈를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다.

에이즈에 걸려도 괜찮아.

물론 사랑은 사람을 바보로 만들기 때문에, 가뜩이나 불완전한 인간을 더욱 불완전하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기 때문에, 사랑에 빠진 사람은 이렇게 정신나간 대사를 얼마든지 읊을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는 진심으로, 온 몸과 마음을 다 해서.

뭐 물론 이해는 가는 일이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윤리적으로 봤을때 과연 그게 옳은 일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 바꿔 말하면 에이즈에 걸린 사람을 사랑하면 안 되고, 섹스도 하면 안 되고, 애도 낳으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꼭 하지 말란 법도 없다. 하면 나쁘지만, 나쁘다고 해서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죽어도 좋아.

에이즈에 걸리면 죽는다. 하지만 죽어도 좋아. 사랑하니까. 실제로 에이즈는 섹스를 통해서 옮는 경우가 가장 많고, 그 중에서 특히 남성 동성애자의 아날 섹스를 통한 경우가 가장 많다. 아날 섹스는 출혈 위험이 크고, 남자들이라 체력이 좋아서 격렬하다보니 더욱 그 위험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이즈가 공식으로 인정된 것도 1981년 남성 동성애자의 감염에 의해서고, 현재도 그 상황이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역사적인 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도 같은 이유로 죽었고.

Queen -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This thing called love I just can't handle it
This thing called love I must get round to it

I ain't ready
Crazy little thing called love...

이 노래를 부른 보컬이 에이즈에 걸렸다고 생각하면, 참 의미심장한 가사가 된다. 통제가 안돼, 피해야 돼, 난 아직 준비가 안 됐어, 이런 사랑이라 불리는 미친 것.
(내가 버터 랜드 스토리에서 노렸던 것도 바로 이런 부분이지. 같은 가사라도 보컬이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것.)


어쨌든
이 모든 것이, 에이즈를 치료할 수 있다면 일순간에 해결된다. 만약 에이즈가 치료 가능한 병이라면, 에이즈에 걸린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전혀 나쁜 일이 아니게 된다. 그런데 그 간단해 보이는 것이 이 최첨단 현대 문명 사회에서도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에이즈가, 문란한 성생활을 막는 최후의 보루로 작용하는 면도 있다. 피임의 발달과 성병 퇴치, 여권 신장으로 이제 섹스를 얼마든지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마지막으로 발목을 잡는 것이 에이즈다. 그러니까

콘돔은 쓰자. (현재로서 가장 확실한 에이즈 전염 방지책)

혹은, 몸이 부서지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사랑을 하자.

혹은, 사랑이 당신을 파괴시킨다면, 사랑에서 도망쳐라.




http://www.youtube.com/watch?v=483ed-Ct9d0
AIDS Awareness - Sugar baby love (Protect yourself)


http://ko.wikipedia.org/wiki/%EC%97%90%EC%9D%B4%EC%A6%88
위키피디아 - 에이즈

http://en.wikipedia.org/wiki/AIDS
Wikipedia - AIDS

http://www.reportworld.co.kr/report/data/view.html?no=325507
1993년에 나온 영화 [데몰리션 맨]에서 실베스터 스탤론과 산드라 블록이 헤드기어를 착용한 채 사이버 섹스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는 체액을 교환하는 섹스는 비위생적이어서 법으로 금지됐다.

http://joofam.egloos.com/1247097
옛날 사람 스텔론은 "우리 그냥 옛날 식으로 하는 게 어때?"라고 한다. 이에 블록의 반응: "체액교환 말이에요? 그렇게 불결한 걸!"

아프리카 일부 지역은 감염률이 전체 인구의 40%에 육박하는 곳도 있다.
(한국은 0.1% 미만)


...쓰다보니 에이즈의 날이 오늘이 아니라 어제가 됐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553

  • 황진사 06/12/02 05:21  덧글 수정/삭제
    에이즈가 빨리 확산되는 이유가 예전엔 섹스였다면 요즘은 마약이야.. 소독안된 주사기 돌려쓰니 한번 찔렀던애중에 한명이라도 에이즈면 그걸로 찌르는 족족 전부 에이즈..
  • 황진사 06/12/02 05:24  덧글 수정/삭제
    사이버 섹스가 그렇게 좋다면.. 결국 인간은 매트릭스로 들어가는게 제일 좋은거 아니겠어?ㅋㅋ 시스템 부하만 견딜 수 있다면 영화처럼 사람들끼리 부대끼지않고,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혼자 왕이 되게 셋업만 걸어놓으면 전인류의 행복이 보장되는거 아닐까..ㅎㅎ
  • 고민인김씨 06/12/02 12:33  덧글 수정/삭제
    관련글 썼습니다 [..]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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