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인물
07/01/07 04:20(년/월/일 시:분)
어제 도올과 한대수의 공연에 감명을 받고 도올 관련해서 계속 찾아봤다. EBS 논술세대를 위한 철학교실 35강~36강 "재즈란 무엇인가"도 감명 깊었고.
http://www.ebs.co.kr/Homepage/?progcd=0003607
EBS 논술세대를 위한 철학교실
그 중에 48강 "이념의 종언(현대사: 박정희)" 편에 나온 내용을 정리해본다.
우리가 기억하기로 박정희 정권은 반공을 필두로 내세운 극우 정권이었다. 하지만 정작 박정희 본인은 좌파였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박정희는 좌파 독립운동가였던 형 박상희를 존경해서 남로당원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크게 좌파였던 건 아니고 아마 단순히 형의 사람 됨됨이를 존경하는 선에서 그랬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 학살, 여수/순천 항명 사건이 터지면서 이승만은 군 내부적으로 대대적인 빨갱이 숙청을 시작했고, 박정희도 이에 걸려들어 무기징역을 받는다. 박정희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남로당원 리스트를 불고 풀려난다.
물론 여기서 비굴하게 동료들을 부는 대신 떳떳한 죽음을 선택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정희에게는 살아남는 것이 먼저였다. 애초에 크게 좌파도 아니었으니까. 존경했던 형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좀 더 시간이 지나서 4/19가 터졌다. 이승만 독재가 힘을 잃어가고, 학생들이 들고 일어나는데도 미국이 이를 용인하고 있는 것을 보고, 박정희는 여기서 만약 새로운 우파 정권이 일어난다면 미국이 이를 받아줄 것으로 기대했다. 그래서 5/16 쿠데타를 일으켰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이 박정희 정권을 좌파로 봤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개심을 했다지만 과거 경력이 남로당원이었다. 북한에서도 이를 기회로 알고 박정희와 친분이 있는 사람을 남파간첩으로 보낼 정도였다. 박정희는 미국의 눈치를 보느라 그 친한 사람을 총살형에 처했다.
결국 박정희는 좌파라는 낙인 때문에, 이를 씻고자 나라의 방향을 우익으로 크게 돌린 것이었다. 미국에 잘 보여야 하니까. 눈치를 보기 위한 우익. 이것이 1900년대를 살아갔던 사람들의 슬픈 현실이었다.
박정희는 술에 취하면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내 무덤에 침을 뱉어!"라고 말하곤 했다. 자신의 인생이 잘못되었다는 걸 아는 최소한의 양심은 있었던 것이다. 살아남기 위해서 이념의 껍데기를 뒤집어 써야 했던 20세기의 인물. 잘못된 인생이었지만, 그 시대에는 그렇게 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박정희의 무덤에 침을 뱉을 필요는 없다. 과거의 역사가 잘못한 점을 보고, 앞으로 그러지 않으면 끝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잘못된 역사를 그리워하고 그 시절로 되돌아가려고 한다. 이것 참.
http://blog.naver.com/thawng/33816211
도올 강의 '이념의 종언' 을 보고 - '박정희'에 대한 객관적 사실 정리
- 도올을 좋아하거나 하진 않아도 그의 지식은 충분히 가치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강의 '이념의 종언'을 보게 되었는데 박정희에 대해 정리를 좀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