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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이해

Laguna Beach, Akon - Don't matter

07/04/15 19:09(년/월/일 시:분)

Laguna Beach


요즘엔 주말마다 해변에 간다. 지난 주에는 패션 쇼핑몰로 유명한 뉴포트(New port) 해변, 이번 주에는 서핑으로 유명한 헌팅톤(Huntington) 해변을 거쳐서 허니문으로 유명한 라구나(Laguna) 해변에 갔다. 어딜가나 사람들은 무진장 복작거렸고 날씨는 캘리포니아답게 언제나 눈부시게 반짝였다.

라구나 해변에서 허니문을 즐기는 신혼부부들을 멍청하게 쳐다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어디선가 로맨틱한 멜로디가 들렸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어떤 여자는 꽉 막힌 도로에 갇힌 차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듣더니 가볍게 몸을 흔들며 조그만 소리로 그 노래를 따라 불렀다.

나는 그 노래가 좋기도 하고 도대체 뭔가 궁금하기도 해서, 집에 와서 VH1(음악 채널) Top 20 프로그램을 봤다. 그 노래의 정체는 에이콘(Akon)의 Don't matter(상관없어) 였다.


http://www.youtube.com/watch?v=b3u65f4CRLk
Akon - Don't Matter

뮤직비디오에도 해변이 나오기도 하고, 참 이 노래는 해변에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생각된다. 특히나 갓 결혼한 신혼부부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로맨틱한 노래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 노래는,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계속하려는 연인의 노래거든.

Nobody wanna see us togher
But it don't matter, No.
Cause I got you, babe
아무도 우리가 같이 있기를 바라지 않아
하지만 상관없어, 전혀.
왜냐하면 니가 있으니까, 베이비

Cause we gon' fight
Oh yes we gon' fight
Believe we gon' fight
fight for our right to love yeah
왜냐하면 싸울 거니까
그래 싸울꺼야
싸울꺼라고 믿어
우리가 사랑할 권리를 위해 싸울꺼야

난 참 이 노래를 들으면서 누가 떠오르더라. 그 사람은 무려 11살 연상의 남자와 4년을 사귀고 결혼을 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아니 너는 도대체 어떻게 된 애가 무려 11살이나 나이를 더 먹은 남자랑 결혼하려고 하느냐고 반대를 해서 결국 헤어지게 되었거든.

물론 이렇게 부모님의 반대로 결혼을 하지 못하는 건 한국의 경우겠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남자와 여자가 서로의 뜻대로만 결혼을 덜컥 하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다. 결혼은 단순히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두 집안의 결합을 의미하기 때문에, 부모님과 일가 친척들의 입장도 챙겨야 하니까.영화 미트 페어런츠(Meet the parents, 2000)나 퍼펙트 워딩(Monster-in-law, 2005)를 봐도 이런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결혼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통적으로 부딪치는 문제 같아.

참고로 우리 반에는 UAE(아랍 에미리트)에서 온 학생이 있는데, 그 나라에서는 결혼하기가 참 쉽다고 한다. 그냥 자기가 결혼하고 싶을때 아버지에게 "저 결혼하고 싶어요"라고 하면, 아버지가 알맞은 여성을 구해주는 것. 물론 그 여자가 마음에 안 들면 아버지에게 "다른 여자를 구해주세요"라고 하면 되고, 만약 나는 여자가 마음에 들지만 여자가 나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을 경우에는, 그 여자가 그 여자의 아버지에게 "나 그 남자 싫어"라고 말하면 그만이다.

UAE의 결혼 풍습은 이렇기 때문에, 그 나라에서는 에이콘의 Don't matter가 로맨틱하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UAE에서는 결혼여부를 부모님이 먼저 결정하고 자식이 나중에 결정하기 때문에, 주위의 반대가 별로 없을 테니까.

즉 이 노래는 어디까지나 결혼여부를 자식이 먼저 결정하고 부모가 그 결혼을 사후에 승낙하는 국가에서만 로맨틱하게 들릴 것이다. 특히나 아까 위에서 얘기한 그 11살 차이 커플의 경우 이 노래는 아주 가슴에 와닿는 노래로 들릴 것이다. 나도 아버지께서 꽤 완고한 성격이라서, 아직 결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만약 하게 된다면 그때가서 이 노래가 꽤 로맨틱하게 들릴 것 같다.

아무도 우리가 같이 있기를 바라지 않아
하지만 상관없어, 전혀.
왜냐하면 니가 있으니까, 베이비.

왜냐하면 싸울 거니까
그래 싸울꺼야
싸울꺼라고 믿어
우리가 사랑할 권리를 위해 싸울꺼야

그런 의미에서 사랑은 단순히 개인적인 감정의 문제만이 아니라, 어느 정도는 결혼 풍습이라는 문화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두 집안간의 결합 같은 사회적인 문제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다.

http://blog.daum.net/foreversunshine/11607571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자아의 무게에 맞서는 동시에 외적 사회의 무게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이기도 하다.
무라카미 하루키 - 상실의 시대 - 서문 중에서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656

  • 황진사 07/04/16 02:12  덧글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11살 차이...
    너무 안좋은 기억이 있어서... ㅅㅂ 여름에 이 책이나 읽어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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