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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희망을 직업 말고 꿈을 가지세요 - 코요테 어글리(2000)를 보고

07/05/22 04:27(년/월/일 시:분)

요즘 사회적 책임이니 금욕이니 하는 소리를 늘어놨지만, 실은 난 지난 주에는 서핑(surfing)을 갔다 왔고, 이번 주에는 라스 베가스(Las Vegas)에 갔다 왔다. 특히 뉴욕뉴욕(New York New York) 호텔의 코요테 어글리(Coyote Ugly)가 기억에 남아서 영화를 챙겨 봤는데.

아악! 다음 주에 플레이보이 모델이 코요테 어글리에 온다고!!
일주일만 늦게 갈껄.. ㅠㅠ

코요테 어글리는 뉴욕에 있는 실제 바(bar) 이름이다. 거기 가면 젊고 건강한 여자 바텐더들이 주문도 받고 때론 바 위에 올라가서 춤도 추고 하는 엄청 시끄럽고 정신없는 곳이다. 개인적인 감상은 참 요즘에는 술만 팔아서는 먹고 살기 힘들구나, 참 바텐더들도 고생이다 싶은 느낌. 실제로 가 보면 술은 맛없고 바는 비좁은데 사람은 미어터지고 음악은 시끄럽고 덥고 짜증나서, 이런 상태에서 술에 취하면 딱 미치기 좋은 곳 같다.

그런데서 일하는 바텐더들도 참 근무환경이 열악한 것이, 어두컴컴하고 시끄럽고 정신없는 곳에서 손님들의 주문을 일일이 받아주다가, 30분에 한번씩은 바 위로 올라가서 춤을 춰야 하고, 취객들의 술주정에도 비위를 맞춰줘야 하고, 무거운 술병도 직접 날라야 하고, 사장 한마디에 언제 짤릴지 모르는 비정규직의 처량한 신세다.

영화는 이런 열악한 곳에서 작곡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젊은 시골처녀의 성공기를 다루고 있다. 제리 브룩하이머 연출 답게 군더더기 없이 상업적인 감각이 참으로 마음에 들긴 하지만, 나는 결국 모두가 예상한대로 여주인공이 코요테 어글리에서 벗어나 작곡가의 꿈을 이루면서 끝나는 것에 다소 불편함을 느낀다. 물론 단순히 반쯤 댄서에 반쯤 바텐더를 겸하는 열악한 환경에서 벗어나서, 한번 곡이 히트하면 집에서 편하게 인세 받아먹으면서 띵까띵까 지내는 작곡가가 되는 것이 다소 발전한 것은 사실이지만

작곡가의 꿈을 이뤘다고 거기서 멈춰버리다니.

나도 알아, 그게 상업적으로 딱 적당한 선에서 끝내는 거라는 걸. 만약 내가 연출가라고 해도 그 쯤에서 멈추는 걸 좋아할꺼야. 하지만 지금부터 내가 할 얘기는 영화의 끝 다음의 얘기다. 많은 영화들이 어떤 직업을 얻거나 결혼을 하거나 하는 어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르면서 딱 끝을 내버린다. 하지만 과연 그것이 인생의 결말일까? 만약 당신의 꿈이 어떤 직업이라면, 그 꿈을 이뤘다고 행복할까?


2006년에 우리 대학교에 만화가 강풀이 강연차 온 적이 있었다. 그때 강풀이 맨 마지막에 이런 말로 끝을 낸 적이 있었다.

저는 만화가가 꿈이었는데
막상 꿈을 이루니까 허무하더라구요.

그런데 만화가는 꿈이 아니라 직업이잖아요.

예를 들어 회계사를 지망했던 친구가 있다고 해보세요.
그 친구가 회계사가 되면 그게 꿈을 이룬 건가요? 그건 아니죠.

그러니까 여러분은 앞으로 하고자 하는 걸
직업 말고 꿈을 가지세요.

저의 꿈은 제 만화를 보면서 사람들이 피식 하고라도 웃는 거에요.

코요테 어글리의 경우를 보자. 그녀의 꿈은 작곡가였다. 그래서 작곡가의 꿈을 이뤘다. 그래서 그 다음에는? 그걸로 끝인가? 그건 시작일 뿐이다! 아마 작곡가가 된 후의 삶이 훨씬 고통스러울 것이다. 수많은 작곡가들과 경쟁해야 하고, 상업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사람들의 구미를 살살 구슬려 맞춰야 하고, 때론 취객들보다 더 정신나간 사업가들과 계약을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어느 지치고 힘든 날이면 이런 질문이 솔솔 떠오를 것이다.

넌 꿈을 이뤄서 행복하니? - 와이키키 브라더스 중에서

http://xacdo.net/tt/index.php?pl=66

있잖아, 나나.

꿈이 이루어지는 것과 행복해지는 건
왜 별개의 것일까.

그걸 아직도 모르겠어.

- 나나 6권 중에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애초에 직업을 꿈으로 갖는 것이 적합하지 않았던 것이다. 직업은 꿈으로 적합하지 않다. 직업은 먹고 사는 방법일 뿐이다. 그것은 꿈이나 행복과는 별개의 것이다.

꿈은 이런 것이다. 만화를 통해서 다른 사람들을 잠시나마 피식 하게라도 웃게 만들고 싶다 같은 것. 음악을 통해서 연인들이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이 소설 "상실의 시대"를 읽고 깊은 밤에 연인의 품으로 달려가서 짧은 인생에 조금이라도 사랑을 더 했으면 좋겠다 같은 것.

나의 꿈은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며 건강하게 사는 거다. 물론 나는 아마도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모든 사람을 일단은 사랑해보려는 태도를 가지려고 한다. 개인적인 행복보다는 사회적인 평화를 우선시하려고 한다. 나의 꿈은 삶의 어떤 지점이나 상태가 아니라, 삶에 대한 나의 태도다.

...우리는 항상 장래희망을 적어야 한다. 나는 정말 어린 시절, 유치원때부터 장래희망의 빈칸에 뭐라도 적어야만 했다. 그때 내 꿈은 과학자였다. 그 후로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에 이르기까지, 혹은 이력서를 쓸 때도 나는 장래희망을 적을 것을 강요받는다.

하지만 직업은 단기적인 목표일 뿐이다. 나같은 경우 직업을 장래희망으로 가질 경우, 길어야 5년에서 10년 정도밖에 오래 가지 않는다. 하지만 나의 목표가 사랑과 평화 같이 추상적일 경우, 평생을 지속해도 부족함이 없다. 그러니까

직업 말고 꿈을 가지세요.

나의 꿈은 모든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679

  • 제목: 라스 베가스와 미국의 키스
    Tracked from 작도닷넷 07/05/22 06:42 삭제
    뜨거운 사막을 6시간이나 차로 달려서 도착한 라스 베가스(Las Vegas)는 사막 만큼이나 황량한 곳이었다. 별 네개짜리 호텔 방에는 냉장고도 없고 생수도 제공되지 않았다. 이미 35도를..
  • 황진사 07/05/22 16:31  덧글 수정/삭제
    퍼감.. 강추..
    사실 나도 대학 입학이후 많이 헤매던 문제인데..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놓으니 뭔가 환해지는 느낌이군...
    강풀이 우리 고등학교 선배 아니었던가? 잘 모르겠네.
    don't try to become,
    just try to be.
  • 광남고 07/05/25 06:09  덧글 수정/삭제
    광남고등학교 출신이셨네요!
    저도 광남고에 재학중인 3학년입니다.
    선배님이시라니 괜히 반갑네요.
    음악경력(?)이 있으신것 같은데, 혹시 광남고 재학중에 동아리 활동도 하셨나요?
    • xacdo 07/05/25 22:16  수정/삭제
      교지편집부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죠.

      지금은 해체했지만 인디밴드 중에서 위퍼(Weeper)도 광남고 교지편집부 출신입니다.
  • joowon 07/05/28 13:54  덧글 수정/삭제
    많이 공감되는 포스팅 입니다! 저는 예전에 라스 베가스에 갔을 때 MGM 빼고 다 돌았는데 그 안에 코요테 어글리가 있었군요...ㅋ
    • xacdo 07/05/29 01:14  수정/삭제
      코요테 어글리는 뉴욕뉴욕 호텔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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