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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이해

히피 Hippie - 마약에 취해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네

07/06/05 16:39(년/월/일 시:분)

히스토리 채널 - 히피(Hippies)를 보고.

http://store.aetv.com/html/product/index.jhtml?id=77489
History Channel - Time Machine: Hippies DVD

1960년대 미국을 상징하는 아이콘, 히피. 세계 2차대전으로 갑자기 부자나라가 되버린 미국에서 그들은 마약에 취한 눈으로 길거리에 나 앉으면서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고, 비록 그 움직임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정말 여름 한 철만에 끝나고 말았지만(Summer of Love), 그들이 보여준 가능성, 미국이 좋은 나라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은 마치 미국 땅 깊숙히 자리한 유전처럼 자리하며 지금도 두고두고 알게 모르게 여기 저기서 울궈먹어지고 있다.

http://en.wikipedia.org/wiki/Summer_of_Love
Summer of Love - Wikipedia

히피의 시작은 LSD였다. LSD는 놀랍게도 중독성이나 습관성이 없는 환각제였다. 특별한 부작용이나 금단증상도 없이 순수하게 환각만 일으키는 놀라운 약이었다. 그래서 1960년대 미국에서, LSD는 불법이 아니었다.

생각해보자. 우리는 지금까지 마약이 몸에 해롭기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만약 몸에 해롭지 않은 마약이 있다면 어떨까? 마약에서 금단증상이나 부작용을 제거하고 순수하게 환각만을 선사해주는 멋진 약이 있다면 어떨까? 그 약으로 우리는 고통스러운 인생을 멋지고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히피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http://blog.naver.com/michelin09/21304461
'LSD의 아버지' 호프만 올해로 100세
LSD는 극소량으로도 환각효과를 나타낼 수 있어 환각효과는 코카인의 100배, 메스암페타민의 300배에 달하고 8~12시간 지속된다. 특히 시각기능이 현저하게 변화하여 색채를 듣거나 소리를 보는 등 초월적이고 신비로운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LSD는 내성이나 심리적 의존현상은 있지만 신체적 금단증상은 일으키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비틀즈(Beatles)의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를 꼽을 수 있다. 딱히 논리적 인과관계도 없이 단순히 화려하고 다채로운 색감을 나열하는 것이 이 시기 히피 예술의 특징이다.

Picture yourself in a boat on a river, with tangerine trees and marmalade skies.
Somebody calls you, you answer quite slowly, A girl with caleidoscope eyes.
Cellophane flowers of yellow and green, Towering over your head
Look for the girl with the sun in her eyes, And she's gone.

귤나무와 마말레이드 하늘과, 강에 배를 띄운 모습을 그려봐.
누군가 나를 불러, 나는 아주 천천히 대답하지, 만화경 눈 소녀.
내 키를 넘는 노랗고 초록색의 셀로판 꽃.
태양을 눈에 가진 소녀를 찾아, 그리고 그녀는 가버렸어.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ah... ah...

다이아몬드 하늘에 루시
다이아몬드 하늘에 루시
다이아몬드 하늘에 루시
아... 아...


The Beatles - 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

http://en.wikipedia.org/wiki/Lucy_in_the_Sky_with_Diamonds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 - Wikipedia


하지만 환각은 그 자체로 위험하다. 아무리 금단증상이나 부작용이 없어도, 인간이 현실감각을 잃어버리고 공중에 붕 뜬 것 같은 상태로 계속 행복하게만 살 수 있을까? 그럴리가 없지. 실제로 LSD에 취한 일부 젊은이들이 가끔씩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고, 캘리포니아를 시작으로 일부 주에서 LSD를 금지하기 시작했다.

갈 곳이 없어진 히피들은 1967년 샌프란시스코(San Francisco)로 몰려들었다. 이 곳에서는 일부 이상주의자들이 히피를 새로운 문화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를 했고, Summer of Love(사랑의 여름)라는 행사에 오면 잠자리, 먹을거, 음악, 축제 등 모든 것을 아무런 조건 없이 제공했다.

그래서 이 시기에는 무려 10만명의 히피들이 샌프란시스코 길 바닥에 나 앉았다. 미국 전체 인구에 비하면 큰 비율은 아니지만, 갑자기 미국의 한 동네가 히피 천지가 되버린 것이었다! 그들은 마약에 취해서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고, 옷도 거지같이 입고 다니면서도 항상 행복에 취해 있었다.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했고, 많은 사람들이 히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심지어 어떤 고속버스 회사는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히피 투어" 상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_-;;

http://en.wikipedia.org/wiki/Hippie
Hippie - Wikipedia

히피는 물론 마이너에 불과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도 히피는 흥미로운 구경거리였다. 그래서 딱히 LSD를 하는 것도 아니고 히피도 아닌 주제에 일부 예술가들이 히피 예술의 화려한 색채감각을 따라하기도 했고, 음악에서도 싸이키델릭(Psychedelic)이 유행했다. 또한 사랑과 평화도 유행했다. 전쟁을 반대하고, 자본주의의 삭막함을 반대하고, 이들은 아무런 밑천도 없이 도시를 버리고 자연으로 나가서 원주민같은 생활을 했다.

하지만 즐거웠던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왔다. 히피를 지원하던 단체들에 자금이 끊겼다. 수많은 히피들이 얼어죽고 굶어죽었다. 이런 아비규환의 상태에서 히피는 참담한 최후를 맞이했다.

특히 나이어린 소녀들이 미래를 잃고 울타리 밖으로 던져졌다. 세상물정 모르는 10대 가출소녀들이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세상에 던져지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우리는 지금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 않는가.

http://xacdo.net/tt/index.php?pl=555
10대 가출소녀
- 가출소녀 16살 박 모 양은 남자 친구 21살 이 모 씨와 함께 2004년 5월 한 PC방에서 어머니가 불치의 병에 걸려 급하게 돈이 필요하니 도와달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무작위로 보내 지난 2년 동안 모두 850여 명에서 1억 4천6백만원을 받았다.
- 가출한 10대 소녀들을 협박해 숙소에 감금해 놓고 성매매를 강요하고 1억5000만원 상당의 화대를 뜯은 티켓다방 업주가 경찰에 적발됐다.
- 지난달 19일 오후 경북 상주시외버스정류장 앞길에서 만난 최모(17) 양 등 10대 소녀 3명과 경북 구미의 한 여관에 투숙, 필로폰을 함께 투약한 뒤 성관계를 가졌다.



이렇게 히피는 참담한 최후를 맞이했지만, 그렇다고 히피를 한때의 어리석은, 치기어린 젊은 날의 실수로만 생각하기에는 좀 아쉬운 구석이 있다. 그래도 그때 많은 미국 젊은이들이 사랑과 평화로 모든 사람이 하나가 되어 세상 물정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희망을 잠시나마 가졌었기 때문이다.

히피 운동은 나중에 베트남 전쟁 반대 운동에도 큰 역할을 했고,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공유하는 인터넷(Internet) 정신, GNU, 자유 소프트웨어(Free Software) 등을 만드는 데도 기반이 되었고, 애플(Apple)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도 한때 히피였고, 구글(Google)도 히피 스타일의 사옥을 만들었다. 우드스탁(Woodstock) 같이 수많은 음악 팬들이 함께 모여 며칠을 함께 노는 락 페스티발도 히피 문화의 소산이다.

우리가 지금 자유로운 공유 정신에 기반한 리눅스(Linux), 인터넷, 위키피디아(Wikipedia) 등을 쓰는 것도 이런 히피 문화의 기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마치 고생대에 땅에 묻힌 생물처럼 오랜 시간을 거쳐 숙성하여, 지금에 이르러 석유처럼 그 시절의 혜택을 쏙쏙 뽑아먹고 있는 것이다.

그 시절이 꼭 좋았던 건 아니다. LSD로 화려한 색채감각을 경험하고, 마리화나로 청각이 극도로 예민해져서, 새로운 예술 사조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이제와서 그들을 흉내내어 마약을 할 필요는 없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마약 때문에 젊은 나이에 죽었고, 나는 이를 정말로 안타깝게 여긴다. 만약 그들이 현실감각을 끝까지 놓지 않고 늙어 죽을때까지 오래오래 예술을 했다면 더 많은 가능성이 보였을텐데. 존 레논(John Lennon)은 죽었지만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는 아직도 살아있잖아.


나는 아직도 궁금하다. 마약에 취하지 않고도 사랑과 평화를 노래할 수 있을까? 마약이나 종교나 신비주의 같은 것에 의지하지 않고도 인간은 서로 평화롭게 싸우지 않고 사랑하며 살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그 시절 히피들이 목청껏 노래불렀던 사랑과 평화가 공허한 울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ps. 지금도 매년 6월 중순이면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Monterey Pop Festival)이 열린다. 또 뉴욕에 있는 여러 미술관에서도 히피 미술을 전시하고 있고, 때를 같이하여 폴 매카트니의 새 앨범 "Memory Almost Full"도 발매가 되었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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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핑크 07/06/08 01:44  덧글 수정/삭제
    이성을 갖은 차가운 따뜻함을 가지고... 인간이 얼마나 추악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강함이. 따뜻한 강함을 개인개인이 마음을 단련해서 조금씩 준비하면 될지도. 한때의 감정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한때 맛보았던 사랑과 평화를 오래오래 끌 수 있음 강함을 키우면. 오, 말하다 보니 무지 산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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