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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 (Borat, 2006) - 중동(아랍) 사람들을 깔보는 방법

07/06/10 06:12(년/월/일 시:분)

2007년 타임지 선정 올해의 100인(The Time 100)에 보랏(Borat) 역을 맡았던 사차 바론 코헨(Sacha Baron Cohen)이 선정됐다. 원래 타임지가 화제를 모으려고 일부러 엉뚱한 인물을 선정하는 경향이 있기도 하고, 이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게 꼭 좋은 영향력 있는 인물만 뽑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감안할 때, 과연 이 영화가 미국 사회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는지는 장담할 수 없다만, 하여간에 이 영화가 꽤 화제를 일으키긴 했었나보다.


http://www.time.com/time/specials/2007/time100/article/0,28804,1595326_1595332_1616201,00.html

이 영화는 중동(아랍) 사람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잠재적 불만을 깔고 봐야 한다. 최근들어 중동(아랍) 지역이 산유국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부유해졌고, 그 여파로 많은 아랍 젊은이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오거나 이민을 오고 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아랍 사람들을 접하는 경우가 생기는데.

문제는, 아랍 문화가 엄청나게 이질적이라는 것이다. 아니 전 세계에서 별 6개, 7개짜리 호텔이 유일하게 있는 엄청나게 부유한 나라에서 아직도 자유 연애가 없고 남녀칠세부동석이 지켜진다는 게 상상이 가? 하루에 다섯번씩 메카를 향해 절을 하고, 돼지고기를 못 먹어서 어디 햄버거 먹으러 같이 가지도 못하고, 커피에다가는 또 매운 향신료를 타서 마신다니까. 그러면서 핸드폰을 한달에 하나씩 바꾸고 폭스바겐을 몰고 다니는 부잣집 아들내미들. 그들의 행실이 겸손하거나 예의 바르기를 기대하기는 힘든 편이겠지.

하지만 그들이 돈을 쥐고 있는 터라 함부로 뭐라고 할 수는 없고, 하지만 마음 속에 뭔가 말 못한 불만덩어리가 쌓이는 것도 사실이고. 이러던 차에 이런 아랍 사람들에게 대한 불만을, 아랍 국가 중에서 다소 못사는 편인 카자흐스탄을 통해서 해소한 것이 보랏이다. 카자흐스탄은 산유국이 아니라서 다소 비하하더라도 뒷탈이 없겠지, 이런 안이한 태도가 뒤에 깔린 것이다.

물론 보랏도 결코 허술한 캐릭터는 아니라서, 아랍 인종을 비하하는 만큼 미국에 대한 자기비하도 거의 같은 비율로 교묘하게 섞어놓고 있다. 그래서 아랍인의 문화 충격을 보면서 한참을 웃고 나면, 미국 사회의 부조리를 보면서 괜시리 찝찝해지고 숙연해지는 식으로 균형을 맞추는 거지. 아랍 사람도 바보같지만, 미국 사람도 바보이긴 마찬가지다, 라는 양비론으로 슬쩍 논쟁을 피해간다. 영리하기는.


http://leegy.egloos.com/3021443
하지만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중에 정말로 카자흐스탄이라는 나라를 원시적이고 비문명적인 국가라고 믿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습니다. 관객들도 이게 말도 안되는 '완전 개구라'라는 것쯤은 기본적으로 알고 보지 않을까요? 심형래의 바보연기 속에서 정신 지체아들에 대한 비하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이 지나친 것처럼, 이 극도로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코미디 영화 속에서 정치적인 편견과 인종차별적 시선을 읽어내는 것도 너무 지나치면 오바가 될 수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대통령도 오히려 이 영화가 자국의 홍보를 위해 도움이 된다고 여유있게 넘겼듯이 이 영화에 분노할 시간이 있으면 오히려 그 시간에 그동안 생소하게 여겼던 카자흐스탄이란 나라에 대해서 인터넷이라도 뒤져보는게 더 유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689

  • 세희 07/06/10 09:30  덧글 수정/삭제
    이거 한국에도 개봉했어요? 보고싶은데.. 흠..
    • xacdo 07/06/10 16:36  수정/삭제
      한국에서는 올해 초에 개봉했고, DVD도 나왔습니다.
  • 황진사 07/06/11 05:13  덧글 수정/삭제
    개인적으로 이 영화를 '아랍문화에 대한 질투섞인 비하'로 보는건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봄. 엘리트가 사회를 이끄는가 대중이 사회를 이끄는가..에 대해선 영화 Wag the Dog이나 Manchurian Candidate 을 한번 보는것도 나쁘진 않을듯?... 뭐 의견차란 있기 마련이지만.. 뉴욕엔 언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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