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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이해

히스패닉과 미국의 미래

07/07/11 05:35(년/월/일 시:분)

최근 들어 미국-멕시코 국경지대의 검문이 상당히 강화되었다. 얼마 전에 어학원 친구가 멕시코에 놀러갔다가 미국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생겼을 정도. 검문에 4시간 이상이 걸리기도 하고, 멕시코에서 불법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엄청난 규모의 장벽을 건설해서, 농담삼아 "만리장성"이라고 불릴 정도.

처음에는 왜 미국이 이렇게 멕시코 불법이민을 강하게 막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멕시코에서 건너와봤자 미국의 빈민층으로 흡수되면서 계층구조를 확고하게 만들어줄텐데, 왜 그걸 굳이 막는 거지? 아니 지금까지 미국은 거의 새로 건너온 이민자들이 바닥을 깔아준 덕분에 성장한 것이 아니었나? 그런데 왜 히스패닉에는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일단 히스패닉(Hispanic)이라는 말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히스패닉은 미국에 거주하면서도 미국말을 잘 쓰지 않고 스페인어를 쓰는 사람을 가리킨다. 즉 기존의 이민자들은 어떻게든 영어를 쓰면서 미국 문화에 동화된 반면, 히스패닉은 별로 영어를 배우려는 노력도 하지 않고, 미국에 살면서도 익숙한 스페인어를 계속 쓰면서 미국에 잘 동화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멕시코 국경지대의 한 마을에서는 아예 마을 전체가 영어 대신 스페인어를 쓰는 곳도 있고, 심지어는 동사무소를 가도 공문서까지 스페인어로 번역해서 제공하고 있다. 이때문에 주민들이 마을 공식어를 스페인어로 바꾸는 청원을 냈다가 연방정부에서 퇴짜를 맞은 적도 있을 정도.

미국 전체로 볼때 히스패닉은 불법 이민을 제외하고도 무려 13%를 차지하며, 이는 이미 흑인(Afro-American)의 12% 비율을 넘어섰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히스패닉은 더욱 많아서 30%를 넘으며, 교포를 포함하면 이민자(non-native American)의 비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미래의 인구 비율인데, 미국 평균 자녀수가 1.2~1.3명 수준인데 비해 히스패닉은 5명 수준이다. 이대로 방치하면 앞으로 미국의 히스패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여 앞으로 몇십년 안에 미국의 주 언어가 스페인어로 바뀔지도 모르는 상황.

이런 이유로 미국 학교에서는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며, 어떻게든 영어 문화권으로 아이들을 끌어들여서 미국이라는 거대한 탕(Melting pot) 속으로 집어넣어서 전부 같은 미국인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실제로 십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학교에서는 고등학교까지 영어 이외의 언어를 전혀 가르치지 않았다고 한다(요즘은 아니지만). 교사들도 영어 이외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에 극히 민감했다고 하고. 현재 나의 어학원 강사도 중국 교포 2세(Chinese-American)인데,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중국어를 쓰면 선생님이 화가 나서 화장실에 가둬 놓기도 했을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많은 교포 2세들이 이런 이유로 영어 이외의 언어에 아주 취약하다. 겉으로 보기엔 중국인, 한국인인데 실제로 대화해보면 완전히 미국 사람이지.

그런데 유일하게 히스패닉만 이런 미국의 거대한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꿋꿋히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곳 어학원에도 중국 교포, 한국 교포 등 여러 교포 강사가 있지만, 유일하게 히스패닉 강사만 없다. 로스트(Lost), 다이하드 4.0(Live Free or Die Hard), 트랜스포머(Transformers) 등의 유명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아랍 사람, 한국 사람, 프랑스 사람 등 각종 인종이 유창하게 영어로 대화하며 미국 사회에 섞여 사는 것이 나오지만, 이상하게도 히스패닉은 별로 등장하지 않고, 등장하더라도 꿋꿋히 스페인어를 쓰는 경우가 많지.

이러니 미국으로서는 미래가 걱정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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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둥. 07/07/11 11:36  덧글 수정/삭제
    평소 작도닷넷에서 자주 글을 읽는데, 오늘 처음 이렇게 댓글을 답니다.
    글 중에 몇 가지 사실과는 다른 것이 있는 것 같아서요..
    일단 "미국 학교는 고등학교까지 영어 이외의 언어를 전혀 가르피지 않는다."라고 하셨는데요,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California 공립 고등학교의 경우, 이 년 이상의 Foreign Language (우리나라로 치면 제2외국어 되겠습니다.)가 졸업을 위한 필수 과목일 정도로 외국어 학습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타 주의 경우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California 주의 교육 시스템은 꽤나 성공적인 편이라고 알고 있고, 타 주의 교육 시스템에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일반적으로 고등학교에서 제공하는 외국어 수업이 Spanish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부분이 Spanish와 French 수업만을 학교에서 제공할 뿐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는 같은 공식 Foreign language 코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상 등의 이유로 제공되어 지지 않고 있습니다.) Spanish의 위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melting pot'에 대해 언급 하셨는데, 이미 80년대부터 미국의 문화 정책은 'Salad bowl'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교육계에서는 더 이상 타 문화권에서 온 이들을 미국화 시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문화 역시 타인의 것이 아닌 미국 안에 존재하는 문화로써 받아들이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점점 강화되는 멕시코 국경 지대의 검문은 부시 대통령의 안보 정책의 일환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문화적인 이유라기 보다, 부시 대통령의 정치 신념에 따른 것으로, 실지로 미국의 야당의 경우 보다 관용적인 이민 정책을 지속적으로 국회에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실 이러한 시각은 상당히 위험한 것입니다.
    만일 히스패닉 인구의 급속한 증가로 미국의 주류 문화의 물결이 바뀌고 있다면 이를 저지 할 (물론 누군가가 그러한 변화를 저지 할 의도를 가진게 된다면 말이지요.) 세력은 바로 현재 존재하고 있는 주류 문화여야지 그 주체가 정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문화는 그 문화 자체로 존중 받아야 하고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새로운 문화가 현재 이미 존재하고 있는 문화를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그 문화를 다른 문화의 안티테제로 본다면 그것은 단순한 흑백논리일 뿐이니까요.

    제가 괜히 지나치게 흥분해서 기분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허나 많은 분들이 이 블로그에서 익숙치 않은 미국의 subculture를 접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실과 다른 정보는 많은 분들에게 잘못된 선입관을 심어 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남김니다.
    부디 다시 한번 알아보신 후 글을 수정해 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 xacdo 07/07/11 14:28  수정/삭제
      댓글 감사합니다.

      제가 얘기를 들은 강사분의 나이가 좀 되셨기에 최근에 바뀐 것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실제로 미국 학교는 고등학교까지 영어 이외의 언어를 전혀 가르치지 않는다." -> "...않았다"로 고쳤습니다.

      Salad Bowl, 참 마음에 드는 말이군요.
  • Sugar 07/09/06 11:53  덧글 수정/삭제
    에..저도 자주 글 읽다가 덧붙일말이 있어서 글 남깁니다.
    우선 라티노 인구가 미국내에(특히 남부에) 있는 까닭부터 좀 더 명확히 햇으면 하는 바람으로 몇자 적습니다.
    우선 앵글로 색슨 족들이 경작할 땅을 찾아 점점 멕시코 근처로 남하하게 되죠..그러다 텍사스 지역(그때까진 미국 아니었습니다)을 중심으로 한 양국간 국경분쟁이 미멕전쟁으로 발화 합니다 (1846-1848)그리고 그 전쟁에서 멕시코가 패하여 1848년 치욕의? 과달루페-이달고 조약을 맺게 됩니다. 그 조약의 내용은 멕시코 북부지역, 지금의 미국 남서부 지역(캘리포니아,유타,애리조나,플로리다 등..)을 1825만 달러라는 헐값에 넘기게 되고 그 과정에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약 75000명가량의 라티노들이 미국 시민권을 택하게 됩니다. 하루아침에 사는 곳은 바뀐것이 없는데 국적이 바뀐셈이죠. 그런면에서 히스패닉들이 게을러서..영어를 배우지 않아서..라는 뉘앙스를 풍기는 본문이 좀 안타깝게 여겨집니다.
    • 놀람 09/09/14 22:46  수정/삭제
      미처 몰랐던 재미있는 사실이군요.역사를 알고나니 히스패닉의상황이 새롭게 다가오는군요.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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