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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이해

문맥

07/08/26 08:57(년/월/일 시:분)

모든 말은 문맥이 있다. 그냥 문장 자체로 뜻이 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말이 쓰인 배경에 따라 뜻이 통한다.

예를 들어 이 글도 개인 블로그라는 문맥에서 쓰여지고 읽힌다. 일단 여러분이 보시는 디자인은 정부 공식 문서라던가 권위있는 통계 자료와는 거리가 멀다. 말투도 다소 거칠고 짜임새가 덜한 편이다. 그래서 내가 별도의 공지사항을 띄우지 않더라도 여러분은 아마도 대체로 내 글을 그저 개인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논문에 인용한다던가 할 정도로 신뢰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어를 공부할때도 단순히 영어 단어와 한국어 단어를 1:1로 대응해서 외워서는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단어가 설령 절대적인 뜻이 같더라도, 한국에서 쓰일 때와 미국에서 쓰일 때의 문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http://xacdo.net/tt/index.php?pl=660
예를 들어 assertive라는 단어를 보면, 한국어로 보면 자기 주장이 강하고, 독단적이고, 단정적인, 즉 부정적인 단어 일색인데, 영영사전으로 보면 clearly, take notice 등 긍정적이거나 중립적인 단어로 설명이 되어 있다.
언어는 문화를 담고 있다. 같은 뜻이라도 쓰이는 곳에 따라 뉘앙스가 달라질 수 있다. 이 assertive라는 단어처럼, 자기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뜻이 같다고 하더라도, 한국에서는 부정적인 단어가 될 수 있고, 미국에서는 긍정적인 단어가 될 수 있다.


위의 사례는 플라톤의 이데아론의 반증으로 볼 수도 있다. 만약 인간 이전에 절대적이고 보편적인 뜻이 존재한다면, assertive라는 단어가 한국과 미국에서 동일하게 쓰여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절대적인 뜻이 같다 하더라도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다른 식으로 사용된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이 다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단어가 같은 식으로 사용되기는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라서 의외의 부분에서 대화가 삐걱거리는 부분이 분명히 존재한다. 에스토란토어가 공용어가 되기 힘든 이유도 이런 데 있다. 번역기 등의 언어처리 기술이 한계를 가지는 것도 그렇고.

http://cafe.naver.com/a0o0/92
비트겐 슈타인 - 언어놀이 개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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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스타 쿄스케의 비트겐슈타인


예술도 그렇다. 예술작품도 그 자체로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걸 만든 예술가, 사회적 배경, 독자들이 받아들이는 방식 등 작품 이외의 것에 따라서 평가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60년대에 지미 핸드릭스가 히피들 앞에서 기타줄을 물어뜯으며 신들린 연주를 했다면 충분히 의미가 있겠지만, 2007년 이제와서 똑같은 퍼포먼스를 해봤자 무슨 의미가 있으랴.

컴퓨터그래픽 기술로 괴수가 등장하는 장면을 보여줄 때도, 설령 완전히 똑같은 장면이라 해도 봉준호의 문맥에서 보는 것과 심형래의 문맥에서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또는 똑같은 KBS 굿모닝팝스를 들어도, 진행자가 전문대 출신인가 석사 출신인가 하는 학력에 따라서 다르게 들릴 수 있다.

여자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것도, 술자리에서 낄낄대면서 지나가는 말로 할 수도 있고, 단 둘이 로맨틱한 자리에서 다소 뜸을 들이다가 말할 수도 있다. 이 둘의 차이가 얼마나 큰가. 완전히 같은 말이라도 문맥에 따라서 완전히 다르게 쓰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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