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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봉사활동 단상

08/01/29 03:51(년/월/일 시:분)

봉사활동을 그만뒀다.

처음에 한 것은 결식아동 도시락 배달이었다. 난 또 도시락 배달이라길래 직접 도시락을 싸는 줄 알았는데

도시락을 싸기도 하지만, 대체로 "푸드 뱅크"라고 해서 각종 요식업체로부터 기증받은 걸 사용한다. 예를 들자면 유통기한이 지나기 직전의 레토르트 직화 짜장, 짬뽕, 카레, 인스턴트 밥 등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갖다 주는 것. 아마도 기증한 양 만큼 세금공제 혜택이 있고, 업체로서도 유통기한 지나서 버리는 것보다는 낫겠지.

물론 기증하는 양이 업체의 사정에 달려있기 때문에, 가끔은 모자라는 경우도 생긴다. 그렇다고 기증을 법으로 강제할 수도 없고, 결식아동들을 손가락만 빨게 할 수도 없기 때문에... 이게 또 골치가 아프다.

내가 간 복지관에서는 약 270여명의 결식아동이 등록되 있었는데, 등록된 자원봉사자가 100명이 넘는다. 그러므로 한명당 2-3명씩밖에 배정이 안 된다. 게다가, 학원가기 바쁜 아이들을 대신해서 엄마들이 봉사활동을 하기도 한다. (한 반 정도는 엄마들이다)

흠... 애들한테 이런 인스턴트 음식을 맨날 먹이는 것도 좀 그렇지 않나, 생각하면서 음식을 배달하러 갔더니, 생각보다 비싸보이는 집에 장식이 화려한 문이 빼꼼히 열리고, 음식만 재빨리 받더니 서둘러 문을 잠궜다. 불과 20여분만에 봉사활동 끝.


자, 다음은 발달장애 아동 교실이다. 1주일에 1시간씩, 발달장애 아동에게 요가, 종이접기 등을 가르치는 건데.

시간이 되면 복지관 앞에 비싼 수입차들이 즐비하게 주차를 한다. 거기서 비싼 모피를 입은 엄마들의 손에 이끌려 발달장애 아동들이 들어온다. 그리고 요가의 엄청 어려운 메뚜기 자세 같은 걸 한시간만에 끝내고, 내가 접기도 어려운 고난이도 종이접기를 이 손가락도 제대로 못 펴는 애들한테 시킨다.

다소 무의미한 교육이 끝나고, 아이들이 탄 고급 세단이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걸 내려다보면서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958

  • 민트 08/01/29 06:09  덧글 수정/삭제
    봉사활동 요런 실체가 있네요. 중딩때 고아원에서 벽돌 나르는 봉사 해본 이후에 봉사를 제대로 한 적이 없어서 몰랐는데 신선한데요 ㄱ-
    • xacdo 08/01/29 14:25  수정/삭제
      물론 모든 봉사활동이 이렇지는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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