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물에 대한 xacdo의 입장을 물어본다면? - 야하다면 무조건 OK. 즉 나는 포르노로서의 BL물을 좋아한다. 사실 포르노만큼 솔직한 장르도 없다고 본다. '작품을 볼때 어디에서 재미가 오는가' 하는 문제에서의 솔직함 말이다.
하지만 남성향 포르노와 BL물의 가장 큰 차이는 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 사실 남자야 바람둥이여도 사회적으로 큰 질타가 없지만, 여자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여러 남자를 섭렵하고 싶은 욕구는 분명히 있을 터. 보이 밴드들이 꼭 여러명인 것만 봐도 그렇고. 그래서 아예 여자가 스토리 전면에 나서지 않는 식으로 BL물이 만들어진 것 같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분명히 수많은 남자들을 섭렵하면서 이 남자에서 저 남자로 취향을 이동해가며 일종의 바람을 피울 수 있지만, 그 모습이 작품 안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 식으로 사회적인 문제를 피해간 것 같다.
어찌됬건 '냉장고 속은 비어있다'도 전부터 보고 싶긴 했는데 참 눈치가 보여서 보지 못해오다가 이제야 보게 되었다. 나는 원래부터가 포르노라면 게이물까지 즐겨 보던 터라 이제 BL물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되기도 했고. 야하다면 뭐든지 OK니까. 19금 딱지가 왠지 나를 즐겁게 했다.
비디오 가게를 가봐도 알겠지만 놀랍게도 19금 비디오가 반을 넘는다. 아니 굳이 에로 비디오 뿐만이 아니라 일반 영화까지도 그렇다. 이것만 봐도 사람들이 얼마나 19금을 원하는가를 알 수 있다. 게다가 꾸준히 검열수위가 낮아진 것을 봐도 시대가 그렇고 추세가 그렇다. 나는 이것을 사람들이 좀 더 솔직하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을 통해 사람은 다른 세계를 살고 다른 사람이 되어본다. 거기서 오는 가장 큰 즐거움은 바로 대리만족이다. 이것을 충실하게 보여주는 것이 포르노 아니겠는가.
얘기가 샜는데 물론 BL물 같은 경우는 단순히 대리만족이라는 측면 만으로는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원래 여자 쪽이 사회의 구속이 심했기 때문에 욕구가 더 왜곡되어 나타난다. 어찌됬건 원하는 모습이 왜곡이 되었던 안 왜곡되었던 욕구가 있는 것만은 분명하고, 그 중심에는 남자나 여자나 바람둥이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포르노와 BL물이 접점이 보인다.
아 젠장.. 요즘에는 글이 쓸데없이 길어져서 문제라니까.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제목을 찾지 못해서 글을 못 쓰는 것 같다. 이 제로보드 시스템은 제목+내용 의 구조이기 때문에 제목이 없으면 내용을 쓸 수가 없다. 아니 제로보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게시판의 구조적 한계라고 해야겠지. 정말 생각이 날때마다 자유롭게 집어넣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한 제목이 한정해서 글을 쓰려니 답답해.
어쨋든 하여튼. 냉장고 속은 비어있다. 이 작품은 참 잘 만들어진 BL물이다. 기본적으로 엑셀 사가나 타로 이야기에서 볼 수 있었던 가난 개그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학원물이고, 진로 문제도 나온다. 특히 만화가 지망생이 BL물 어시스턴트를 하다가 성정체성에 눈을 뜬다는 얘기는 정말 기발했다. ^^ 역시 전부터 기대해왔던 대로 재미있는 작품이었다. 나름대로 결말도 깔끔했고, 너무 한 문제에만 집착하지 않는 균형감각도 뛰어났다. 이참에 팬이 되버릴까.
이 작품으로 인해 "역시 제목이 특이해야 재밌어"라는 나의 편견이 당분간 더 굳어질 것 같다. 음 우리 만화 동아리에 냉장고를 소재로 했던 만화가 떠오르네. 거기서 나왔던 '저장해놓고 필요할때만 꺼내가는' 의미로서의 냉장고의 비유도 있었다면 더 재밌었겠지만.. 뭐 그거야 다른 얘기고. |
|hit:2197|2003/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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