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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버 MP3CDP iMP-550 사용기
안녕하세요, xacdo입니다.

이제 550을 쓴지 2주일 정도 됩니다.
원래는 한달 정도 써보고 사용기를 올리려고 했는데.. 그냥 오늘 기분이 좋아져서 씁니다 ^^


1. 지금까지의 미니기기 편력

가장 처음 썼던 기기는 파나소닉 400입니다. 무작정 테크노마트 가서 된통 당해 샀죠. 나중에 미니기기 동호회를 돌아다니면서 바가지 썼다는 걸 알게 되고 혼자 침대에 뒹굴면서 분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_-;; 어찌됬건 배터리 체크도 안되고 재생시간도 짧고 여러모로 아쉬운 기종이었죠. 어찌됬건 이어폰도 848도 꽂아서 신나게 듣고 다니다가 테크노마트 DMZ에 두고 온 후로 잊어먹고 맙니다 ㅠ.ㅠ

그러다가 저도 소니가 써보고 싶어서 산게 999 입니다. 좀 비싸긴 했는데 뽀대는 엄청 나더군요.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소니 CDP중 상당히 답답한 소리를 내는 편입니다. 게다가 픽업부 고장이 두번이나 나는 바람에 (수리하는데 7만원씩 들더군요.. 밀수품이라 기술료도 따로 받고) 결국 그다지 소니 제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파나소닉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아직도 999는 수리 안 한 채로 집에 있습니다.

그 사이 샀던 거로 테이프를 들으려고 샀던 소니 워크맨 EX9가 있습니다. 중고로 샀는데 그럭저럭 쓸만했죠. 기기 자체의 성능보다는 둥그렇게 생긴 리모콘이 신기했고, 번들로 있던 방독면 이어폰을 한동안 재미있게 썼습니다. 특히 868에 방독면을 달았더니 재미있는 음을 내더군요 ^^

어찌됬건 CDP를 또 사게 되어서 파나소닉 570을 삽니다. 꽤나 오랬동안 잘 썼죠. 그러다가 고3 졸업하는 우왕좌왕한 와중에 없어집니다. 누군가 훔쳐간게 분명해서 온 학급을 돌아다니면서 찾았더니 누군가 저랑 똑같이 생긴 걸 갖고 있더군요. 제가 붙여놨던 스티커 띄어낸 흔적 하며 곳곳에 있던 흠집하며.. 하지만 싸움을 잘하던 녀석이라 뭐라고 말도 못하고 그냥 이어폰 848만 받고 끝냅니다 ㅠ.ㅠ

그래서 친구한테 소니 100번대 기종.. 완전 초기기종을 빌려서 쓰는데요. 알카라인 건전지를 넣어도 1시간을 채 못가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는 중고로 3만원 주고 산 소니 245를 쓰게 됩니다. 그래도 이건 200번대라 그런지 4시간은 가더군요. 기록적인 재생시간이었습니다 -_-;; 뭐 그래도 매일 충전하면 되니까 잘 쓰는데.. 뭐 이건 음질이 999보다 구린 것이.. 그냥 사놓은 음악CD가 많아서 씁니다.

그러다가 파나소닉 780을 샀는데 이건 동생이 버스에 두고 내려서 잊어먹고.. 보다못한 어머니께서 하이마트에서 파나소닉 490을 14만원 주고 사오십니다. 그래도 이건 9시간은 가더군요. 그래서 한참 잘 쓰다가 최근에.. 문 닫는 부분이 망가져서 무조건 OPEN이라고 나오는 고장이 납니다. 전자과 선배에게 인두로 어떻게 해서 수리를 맡겨 볼 생각이긴 한데 방학이라 연락이 잘 안되네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얘기는.. 저는 이른바 하이엔드 기종을 써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어떻게든 음악을 들으려고 저가형 기종에서 발버둥쳤죠. 그러던 저에게 아이리버 550은 소니 999 이후 참으로 오랜만의 하이엔드 기종입니다. 아니 첫 하이엔드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의 미니기기 편력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제 말씀드릴 550은 다른 기종에 비해 상대적 위치가 장난아니게 높습니다. 그런 이유로 객관적 평가가 무뎌져있으니 이점 양해바랍니다. ^^


2. 아이리버의 고급화전략

사실 저는 이번에도 값이 싼 파나소닉 800을 사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참 자잘한 기능에 끌려서 거의 2배 가까이 비싼 아이리버로 마음이 바뀌는데요. 특히 제가 가장 끌렸던 기능은 resume이었습니다. 파나소닉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트랙 단위 리쥼이 좋다면 좋고 귀찮다면 귀찮죠. 뭐 탐색은 시원시원하니까 어떻게든 커버가 되긴 하지만.. 특히 테크노 계열의 길쭉길쭉한 음악을 듣다보면 귀찮기도 하고 그렇죠.

그래서 저는 하도 트랙단위 리쥼에 질린 터라 좀 기분전환 삼아 초단위 리쥼을 쓰고 싶기도 했습니다. 마침 요즘 P2P에서 구할 수 있는.. 앨범 하나를 통 MP3로 만들어버린 파일을 몇개 받은 터라 초단위 리쥼이 더 간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소니를 사기에는 별로 끌리는 구석도 없고.. 그러던 차에 아이리버에서 신기종이 나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게 참 재미있는게 가격대를 보면 파나소닉 < 소니 < 아이리버 인 것입니다. 세상에 소니보다 더 고급화전략을 추구하다니 이런 말도 안되는 경우가 있나 했는데.. 그 비싼 값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많은 분들이 사서 잘 쓰는 겁니다. 하긴 뭐 2만원 남기고 2대 파는 것보다 1대 팔고 4만원 남기는게 이미지 차원에서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찌됬건 국산 주제에 이런 고급화전략이 먹히다니, 아니 그보다 이런 전략을 받아들여준 우리나라 유저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작년에 산 PDA폰 MiTs-m330의 잡다한 기능에 재미를 붙이기도 했고, 이런거 사면 최소한 심심치는 않겠다는 생각에 저도 아이리버의 마케팅에 동참을 하게 됩니다. 일단 발을 담근 이상, 들인 돈이 아깝기도 하고 해서, 싫어하기는 쉽지 않겠죠. 거기다가 파나소닉이나 소니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실시간 AS나 펌웨어 업데이트도 있고.

이렇게 저의 아이리버 편력은 시작되었던 것입니다.


3. 처음 써본 MP3CDP

CD 한장에 14시간.. 처음 들을땐 죽을 맛이었습니다. 아니 뭔놈의 CD가 들어도 들어도 끝이 안나. 잘못 구우면 끝이니까 CD하나 편집하는데 3일씩 투자하기도 하고.. 요즘엔 m3u 플레이리스트로 컴필레이션 앨범(?) 만드는데 재미를 붙이기도 하고..

어찌됬건 참 엄청 많이 잘도 들어가는 MP3CDP였습니다. 뭔놈의 기능이 그리 많은지 이렇게 매뉴얼에 내용이 많은 건 첨보기도 했고.. 하여간 참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요즘 파나소닉이나 소니나 할것없이 다들 이쪽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것 같네요. 하여간 일반 CDP와는 차원이 달랐습니다. 재밌더군요.

플레이 시간을 말하자면.. 정말 일반 CD가 더 많이 잡아먹긴 하더군요. 저야 지금까지 사놓은 CD만 200장 가까이 되니까 거진 이거로 듣는데.. 전에 쓰던 파나소닉 490의 재생시간이 9시간이었기 때문에 그런지 몰라도 짧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야 4시간만 되도 잘 쓰긴 하지만, 어찌됬건 재생시간은 쓸만한 수준이었습니다.

FM라디오 말인데요.. 제가 구리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아니 뒤에 아차산이 있어서 전파방해를 받나봐요. FM이 무진장 안잡힙니다. 이것만 잘 잡혔어도 지루했던 고교시절을 좀 덜 지루하게 보낼수도 있었을텐데요. 특히 저희 집에서 제방은 휴대폰조차도 잘 안터질 정도로 전파가 안 잡힙니다. 그런 이유로 FM라디오는 있으나 마나한 무용지물. 그런 이유로 건너뜁니다.

FM라디오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특히 아파트에서 러닝하시는 분들이 잘 쓰시더군요. 귀에 이어폰 꼽고 아파트촌 한바퀴 달리면 운동도 되고 좋죠. 특히 테크노마트 같은데서 3만원 정도면 사는 조그만 라디오, 아주 이게 죽입니다. CD나 테이프 가지고 뛰다보면 자꾸 튀고 음 떨리고 그렇죠. 하지만 FM라디오는 꿈쩍도 안합니다. 그래서 운동하시는 분께 이런걸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아 얘기가 샜는데.. 하여간 처음 써본 MP3CDP는 맨날 CDP만 쓰던 저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4. 몇가지 아쉬운 점

자.. 구입을 망설이는 분들이 가장 눈을 번뜩일만한 부분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실 일단 미니기기를 사면 좋은 점은 너무 많고 나쁜 점은 적기 때문에.. 일단 나쁜 점부터 눈에 띄게 되죠. 양으로 따져도 나쁜 점을 말하는 편이 편하기도 하고. 왠지 좋은 점을 말하면 알바생 같기도 하고.

하지만 정말로 구입을 꺼려야 할 정도로 치명적인 단점이 있으냐 한다면 그건 아니올시다 입니다. 하지만 구입을 망설일 수준은 되겠죠. 그런 이유로 이 부분은 최대한 방어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이 점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단 디자인을 보자면.. 뭐 그냥 가방에 넣고 쓰는데 디자인은 무슨놈의 디자인이냐.. 하는 전형적인 용팔이 테팔이들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디자인에 대한 논의는 무의미해 보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뽀대라는 것, 소니 제품을 써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디자인이 멋지면 다른거 다 무시하게 됩니다. 한층 더 나아가 디자인에 마음을 뺏기면 열렬한 추종자가 되기도 합니다. 소니나 애플이나..

그런 의미에서 아이리버 550의 디자인을 보자면, 뭔가 심플하게 만들려고 노력한 구석은 보이는데, 뭔가 맘에 들듯 안들듯 미묘한 것이 마치 원더풀 데이즈를 보는 듯 합니다. 중견가수의 노련함은 없지만 신인가수의 패기가 보인다고 할까요. 아직 멀어보이지만 이 정도면 일단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너무 맥도날드 스러운 무난한 디자인을 하려고 한 것 같네요. 무난하다.. 좋은 의미로도 쓰이고 나쁜 의미로도 쓰이는 몇 안되는 말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일단 이 글을 보시는 분을 의식한 발언을 남기자면, 심플한 매력도 분명히 있습니다. 일단 주머니에서 꺼내서 친구들 보여주면 멋지다는 반응이 대부분입니다. 그다지 꿀리는 디자인도 아니고 투박한 면도 없습니다. 좋아요.

에 그리고 ogg 지원에 대해 보자면.. 요즘 P2P에서 ogg로 인코딩된 파일이 많이 돌아다니더군요. 심지어는 mp4(aac)도 봤습니다. 이런걸 무슨 통합 코덱팩도 아니고 이것저것 다 지원해줄리는 없기에 별 수 없이 재인코딩을 해야 되는데요. mp3와 wma중에 그래도 wma가 음질이 좋기에 wma로 그것도 192kps(최고 지원 비트레이트)로 인코딩했습니다.

그런데 주의하실 점. 아이리버 홈페이지의 FAQ란에도 있는 내용입니다. "WM9 버전은 아직 완벽하게 지원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새로나온 9 버전은 기존 것과 비교하자면 음질이나 화질이 좋아진 편입니다. 아마도 많은 부분이 개선되었을테고 이 점이 아직 반영이 안 된 모양입니다. 특히 가장 높은 192kps에서는 30초~1분에 한번씩 덜커덕 거리는 음이 약간 끊기는듯한 현상이 아이리버에서 발생합니다. 들리는 말로는 wma9 192kps로 인코딩한 것만 그렇다고 하니.. 쓰실 분이라면 최소한 192kps는 삼가해 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차차 펌웨어 업데이트로 수정되겠지만, 그리 빨리 고쳐질 것 같지는 않네요. ogg 지원도 그렇지만 아무래도 기존 제품 유지보수 보다는, 신제품 개발에 힘을 쏟을 것 같기 때문에, 최소한 올해 안에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사용자측의 고려로 피해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너무 펌웨어 업데이트만 믿었다가 뒤통수 맞을수도 있다는 점 참고해주세요.

펌웨어 업데이트는 당장에는 쓸모가 없어 보입니다. 한 1-2년 쓰다보면 가끔씩 횡재하는 기분 들고 그정도 의미인 것 같아요. 구입하실 분이라면 이쪽에 너무 과도한 매력을 갖지는 말아주세요.


5. MP3를 듣는 이유

이건 좀 변명 같아보이지만, 아무래도 CDP에서 MP3CDP로 넘어가려고 생각하시는 많은 분들이 같은 고민을 하고 있으실 것 같아 몇자 적어봅니다.

저같은 경우 나름대로 작곡을 하기 때문에 홈페이지를 통해서 공개하기도 하고 그러는데.. 일단은 음질이 떨어지더라도 MP3로 배포하는 편입니다. 왜냐하면 MP3하면 아~ 음악파일? 하는 인식이 있잖아요. 호환성도 높고 쓰이는 곳도 많고. 즉 저는 성능보다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편입니다.

이 점은 MP3 같은 음악파일을 듣는 모든 분께 적용이 됩니다. 128kps의 경우 용량이 10분의 1로 줄어듭니다. 이렇게 압축할 경우 CD한장에 임창정 1집부터 이번에 나온 10집까지 한번에 들어가죠. 그걸 또 m3u 윈앰프 플레이리스트로 각 앨범의 타이틀곡만 모아놓을 경우, BEST앨범까지 완성되는 셈이죠. 이것이 모두 CD 한장으로 해결됩니다. 갈아낄 필요도 없이 버튼 몇번 누르는 것으로 해결되죠.

이런 편리함 때문에 MP3를 듣는 거고 MP3CDP를 사는 겁니다. 약간의 성능 저하야 편리함으로 충분히 커버가 됩니다. 예를 들면 여러분이 인터넷 서핑을 하면서 수도 없이 보는 JPG 파일들, 그거 다 BMP보다 화질이 떨어지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일단 보기에는 불편함이 없고 용량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즉 편리함 때문에 쓰는 거죠. 심지어 요즘에는 상업용 포스터를 제작하는데도 JPG를 쓴다고 합니다. 실제로 JPG로 만들어진 포스터를 보시더라도 화질 저하를 느끼기 힘들 겁니다. 눈을 크게 뜨고 뚫어져라 쳐다봐야 "어라? 이 포스터 JPG로 만들어진 거였잖아" 하는 걸 느낄 수 있는 정도죠.

그런 의미에서, 예를 들어 어떤 홈페이지에 "저의 홈페이지에 쓰인 모든 JPG파일은 퀄리티 100의 최상의 품질로 제작되었습니다" 라고 해봤자 그다지 매력이 없습니다. 오히려 홈페이지 로딩만 느려져서 불편할 뿐이죠. 품질과 편리함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아무래도 편리함 쪽으로 기울기 마련이죠. 예를 들면 디지털이 아날로그보다 품질이 떨어지지만 편리하기 때문에 디지털을 쓰는 겁니다.

필름 카메라의 경우 디지털 카메라보다 성능이 뛰어납니다. 필름의 해상도가 4천만 화소 급이라는 말도 있구요. 같은 값이면 디지털 카메라보다 필름 카메라가 3배 이상의 성능을 낼 수 있다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왜 굳이 성능이 떨어지는 디지털 카메라를 쓰는 걸까요. 그 이유는 순전히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 편리함에 맛을 들이면 성능이야 뒷전이 됩니다. 물론 많은 분들이 필카를 고집하시지만, 그에 비하면 디카 인구가 훨씬 많습니다. 개인적인 입자에서야 아닐수도 있지만 사회적인 추세로 보자면 거부할 수 없는 대세죠.


6. 아이리버의 음질? 음색?

다음과 같은 말이 있습니다. 아이리버는 좀 빈듯한 소리가 나더라. 무게감이 없다. 소리에 매력이 없다.. 미묘한 차이에 불과하지만 맞는 말입니다. 오랜 시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다듬어진 이른바 "소니 사운드".. 저는 이걸 헤드폰 V700DJ를 쓰면서 절실히 느꼈습니다. 치찰음 같은 건 알아서 제거해주고 무게감있는 베이스에 정제된 소리.. 흔히 말하는 '착색'이 엄청난 수준이었습니다. 즉 이건 소스야 어떻든 전부 듣기 좋은 소리로 바꿔주는 마술과도 같은 헤드폰이더군요. 덕분에 작곡하는데는 별로 좋지 않았지만, 충분히 매력적인 헤드폰이었습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저는 윈앰프에 추가하는 이른바 "음질향상 플러그인" DSP 를 싫어합니다. 아니 뭐 그정도가 아니라 EQ를 조정하는 것 조차도 싫어합니다. 저는 플랫한 음색을 좋아합니다. 그쪽이 작곡한 사람이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엔지니어의) 미묘한 의도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저도 작곡을 하는 쪽이라 그쪽이 좋기도 합니다. 음 자체는 밋밋하더라도 그쪽이 좋아요.

그래서 저는, 소니 사운드 같이 일부러 베이스를 풍성하게 한다던가, 파나소닉이나 B&O의 해상력을 높인 것 같은.. 의도적으로 착색을 시켜서 좀 더 좋게 들리게 하려는 음색을 싫어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리버의 음색은, 물론 소니 사운드를 따라하려는 시도는 분명히 보이지만, 비교적 플랫한 편인 것이 마음에 듭니다.

물론 아류작인 이상 원작에 뒤쳐지는 것은 어쩔 수 없겠죠. 오랜 세월 갈고 닦여진 소니 사운드에 길들여진 귀라면 아이리버는 허접 그 자체일 겁니다. 비교하자면 소니 400~500번대 기종의 사운드 정도 같네요. 그 시절만 해도 이정도면 대단한 착색이었을 테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죠. 물론 후발주자 치고는 대단한 약진입니다만, 아류는 한계가 있죠.

그래서 저의 바램은 아예 착색을 안하던가 아니면 오리지널 사운드를 만들어내던가 하는 사운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것이지만.. 이거야 적어도 5~10년은 기다려봐야 할 문제 같네요. 어찌됬건 아이리버의 음도 그다지 나쁜 편은 아니지만, 다른 유수의 기기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매력이 떨어지는 소리임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아이리버의 전략상 이쪽에 그다지 투자할 것 같지는 않으니 앞으로를 기대하는 것도 부질없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아이리버의 강점은 그런 성능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6. 품질과 편리함 사이에서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품질과 편리함. 이 두마리 토끼는 한번에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회사의 오리지널리티를 위해서라도 둘 중 한쪽에 치중을 하는 전략을 택할 수 밖에 없을 텐데요. 여기서 아이리버가 택한 쪽은 편리함 같습니다.

아이리버의 강점은 바로 편리함입니다. 사용자 편의성으로 보자면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자잘한 기능이 참 재미난 것도 많고 신기하기도 하고 게임도 되고.. 사실 FM라디오 하나만 봐도 아이리버가 성능보다 편리함을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요거 하나만 뺐어도 재생시간도 늘어나고 두께도 줄고 무게도 줄고 값도 떨어지고 만들기도 편하고.. 그런데도 굳이 FM라디오를 고집하고 있죠. 우리나라의 FM청취인구가 많아서 이걸 추가한건 분명 아니겠죠.

즉 '굵고 짧게'와 '가늘고 길게' 중 하나라면 아이리버는 '가늘고 길게' 쪽입니다. 소니 CDP의 음질과 재생시간을 따져봐도 점점 '굵고 짧게'에서 '가늘고 길게'로 가고 있죠. 이것은 비단 아이리버만이 아니라 휴대용기기의 대세인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아이리버는 한발 앞서가고 있다고 해도 될까요.

즉 무슨 '명기'라던가, 마스터피스 같은 것. 사실 그런거야 1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 한 것이지만, 그런 걸 기대하신다면 분명히 실망하길 겁니다. 하지만 그럭저럭 쓸만한 기기를 원하신다면, 예상외로 큰 만족을 얻으실 겁니다.

사실 아이리버는 애매한 기종이고, 그런 탓에 뭐라고 딱부러지게 말하기 힘듭니다. 그것도 분명히 의도한 것이겠죠. 하지만 최소한 그런 것도 분명히 매력이 있고 충분히 쓸만하다는 것을 말씀드리며 이만 글을 마칠까 합니다. 지금까지 긴 글 읽어주신 여러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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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t:2304|2003/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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