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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스티븐 스필버그,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목표만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오던 사람이 있다. 그가 결승점을 통과하면, 그래서 원하는 것을 모두 얻었다면. 그 후에 그는 도대체 무슨 꿈으로 살아갈까?


어느날 저는 제가 보는 거의 모든 영화가 19세 이상이라는 점에서 놀랐습니다. 물론 제가 야하고 잔인한 걸 좋아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비디오가게에 꽂혀있는 영화들이 애초에 19세 이상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을 원하고, 그에 부응하려면 등급 또한 높아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등급이 높으면 일단 어느 정도는 팔리는게 사실이구요.

그런 면에서 전체 관람가로 흥행할 수 있는 감독은 정말 대단하다고 봅니다. 뻔히 보이는 상업적인 도구들. 야한거나 잔인한거나 사회적인 이슈를 건드리는 거나. 전체 관람가에서는 그런걸 일절 사용할 수 없습니다. 순수하게 영화적인 것 만으로 승부를 내야 하는 진정한 진검승부. 그 대단한 분으로 스티븐 스필버그와 미야자키 하야오를 꼽고 싶습니다.

예전에 주성치가 제일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어봤더니 스티븐 스필버그라고 하더군요. 그때의 충격이란 마치 잉베이 맘스틴이 존경하는 기타리스트가 누구냐고 했더니 비틀즈와 그린데이를 꼽았을때만큼이라고 할까.. 하여간에 그때가 소림축구 때였는데 주성치도 그런 생각을 많이 하나 생각했고 그 후로 나온 쿵푸허슬도 전작보다 더 등급이 낮아지기 위한, 바꿔말하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서 참 다행으로 여겨졌습니다.

애초에 영화라는 것은 관객과 소통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전달되지 않는 메세지는 존재할 가치가 없다. 그러므로 모두가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언어로 말하지 않으면 안된다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전체 관람가로도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 하는 이런 감독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 분들도 이제 더 이상 오를 경지도 없고, 하고 싶은 얘기도 다 하신 모양인지. 요즘 나오는 영화들은 퍽이나 김이 빠져 있습니다. 옛날같은 타이트한 긴장감도 없고. 그저 은퇴하기도 그래서 심심풀이로 노년을 보내시는 것 같습니다. 이젠 더 이상 작품의 완성도 같은 것에도 관심이 없는 것 같고. 쌓아온 실력은 있으니까 그냥 그럭저럭 때우기에 급급한 것 같습니다.

최근 나온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두 편. 캐치 미 이프 유 캔. 터미널. 이젠 뭐 특별히 할 얘기도 없으니 하는게 MBC 타임머신 수준이랄까. 거기다가 터미널에서 공항 세트는 굳이 왜 지어가지구 제작비는 쓸데없이 들이는지. 그냥 고만고만한 평작 정도만 만들면서 예전의 명성을 조금씩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바래가고 있습니다.

또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보자면. 남의 이야기를 원작으로 했다는 것은 둘째로 치고. 최악의 영화 3위에 뽑힐 정도로 극도로 떨어지는 이야기의 개연성. 물론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도대체 이거 어쩌자는 건지 화가 날 정도로 떨어지는 완성도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분명히 예전에는 안 그랬는데.

소재를 실제 사건이나 소설 등에서 따온다는 것에서부터 이미 소재고갈은 옛날 일인것 같고. 이제는 더 이상 새로운 것을 만들어낼 여력이 없는건지. 아니 그보다 이젠 더 이상 하고 싶은 얘기도 없고 들려줄 얘기도 없는 것은 아닐까. 해볼만한 것은 이미 다 해봤고. 돈이나 명예나 부러울 것 없고.

그렇다고 딱히 은퇴해서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라 영화를 하긴 하는데. 분명히 영화 만드는게 좋긴 좋은데 예전만은 못하고. 결승점은 이미 통과해서 길은 끝나있는데 도대체 나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 곳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모르겠습니다.

물론 앞으로도 영화계의 대선배님으로서, 만드는 영화는 분명히 중간 이상은 되겠지만. 이제 이 분들에게서 예전같은 대작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 같습니다. 마치 서태지처럼 식어버린 태양이랄까. 창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순간은 정말로 이런 지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hit:1683|2005/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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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acdo 2005/02/27 16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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