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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보고서
참 참 참 참 참나..

뭐랄까..

보고 나서 이렇게 찝찝하고 불쾌한 영화는 참으로 오랜만이다.

마침 강변 CGV에서 디지털로 상영하는 마지막 날이라 부랴부랴 봤는데, 디지털 상영본의 화질과 음질은 의외로 필름과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좋았다. 사실 디지털 상영이야 디지털의 묘미를 살리는 것 보다는, 10억에 달하는 필름 프린트 비용을 줄이기 위한 시도로 보이는데, 상당히 성공적인 것으로 보인다.

초반의 빠른 전개는, 지난 줄거리 같은 느낌이랄까. 예전에 모래시계를 좋아해서, 마지막회에 시리즈 중 유일하게 무려 10분에 달하는 기나긴 줄거리를 보여준 적이 있는데, 나레이션과 함께 빠른 전개로 반년 가까이 진행되었던 내용을 보여주는 것이 인상적이라, 테이프로 녹음해서 워크맨으로 들고 다니면서 즐겨 들었던 기억이 있다.

역시 나레이션은. 푸하하. 구루구루 애니메이션의 그것이잖아. 게다가 나레이션에서 '여기서 나는 19세 소녀 시절의 금자씨를 보여주고 싶다' 하는 식의 말투라니. 금자씨가 새끼손가락을 자르자 '사실은 손가락을 다 자를 생각이었다' 라니. 참 웃긴데도 어딘지 모르게 불편해서 쉽게 웃을 수 없는. 웃어야 할지 웃어야 할지 모르는 이 어색한 상황.

후반부의 살인 장면은 정말 고통스러웠다. 눈 뜨고 보기 힘들 정도로 천천히 자세하게 하나 하나 보여주니 이것 참. 초반의 빠른 전개를 후반까지 몰아쳐서 관객에게 통쾌함 후련함을 안겨주기는 커녕. 후반부에 와서 도리어 지금까지 재미있게 봐준 관객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으면서 고통스러운 결말을 만들다니.

그래서 처음에는 이영애 예쁜 모습의 다른 모습을 보는 재미로 보다가도, 막상 극장을 나설 때가 되면 말로 할 수 없는 온갖 불편한 감정을 가지고 나가게 되는 것이다. 단맛 신맛 같이 좋은 맛만 보여주는게 아니라, 쓴맛 짠맛 매운맛 등의 불쾌한 맛까지 다 보여주는 오미자 같은 영화랄까.

하여간에 비슷한 노선을 추구하는 여타 감독들과 달리, 어쨌건간에 흥행에는 성공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박찬욱 감독의 행보는 앞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나는 어쨌건 대중예술은 많은 사람이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상업예술은 어쨌건 잘 팔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감을 얻고 안 얻고는 그 다음의 문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충분히 성공적이다.
|hit:1580|2005/08/18
 
xacdo 황당 스포일러.
- 이영애 마지막에 죽는대요.
2005/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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