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트릭스 3SOME
#1 스미스의 경우
#2 네오의 경우
#3 트리니티의 경우
"네오, 요즘 이상해."
"뭐가?"
"잠도 제대로 못 자는 것 같고. 무슨 걱정이라도 있는거야?"
"아니야."
네오는 눈을 피했다.
"네오, 나를 봐. 뭔가 숨기는 게 있어?"
"아니라니까."
나를 바라보고 있지 않아.
그의 시선은 먼 곳에 있었다.
예언이 실현되지 않으면서 네오는 고립되기 시작했다.
모피어스 마저도 더 이상 네오를 믿지 않았다.
시온은 위기에 처했다. 점점 네오가 the one이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었다.
이제 시온이 멸망하기까지 남은 시간은 불과 24시간.
그럼 예언은 어떻게 된거지?
내가 the one과 사랑에 빠진다는 예언은.
그것마저 거짓이라면 난 어떡해.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해야 해..?
<그리고 마지막 장면>
트리니티는 네오가 위기에 처했다는 말을 듣고 달려왔다.
그런데 네오를 보는 순간 트리니티는 온 몸이 굳어버렸다.
아니 남자 둘이서 이게 뭐하는 짓이야.
트리니티는 네오의 먼 시선이 떠올랐다.
그 먼 시선에 있었던 건 내가 아니였어. 그건..
"...스미스였던 거야?"
역시 게이였어, 라는 생각보다는.
이제는 네오가 the one이 아니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오히려 잘 됬어, 네오.
너는 너의 사람을 사랑하도록 해.
나는 진짜 the one과 사랑에 빠지게 될 테니까.
역시 너는 가짜였어. 속았던 거야.
그리고 첫 키스, 첫 섹스가 떠올랐다.
얼굴, 풍경, 속삭임, 스쳐가던 바람이 떠올랐다.
트리니티는 눈물을 흘렸다.
"트리니티!"
네오는 트리니티를 돌아보았다. 그 틈을 놓칠 스미스가 아니었다.
스미스는 네오의 몸에 손을 꼽고 자신을 복제해갔다.
그런데 지금까지 없던 일이 벌어졌다.
스미스가 네오에게 복제를 해갈수록 스미스의 몸이 투명해져갔다.
마치 스미스가 네오에게 빨려들어가는 것 같았다.
마침내 둘은 하나가 되었다.
그 모습은 스미스도 네오도 아니었다.
스미스인 동시에 네오였고, 네오인 동시에 스미스였다.
여러분은 지금 헐리우드 특수효과의 신기원을 보고 있다.
스크린에 보이는 배우는 두명의 모습을 완벽하게 합성한 가상의 인물이었다.
그런 가상의 인물이 스크린에 나타나 움직이고 말을 하고 묘기를 부린다.
눈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놀라운 기술이었다.
우리는 그를 네오라고도 스미스라고도 부를 수가 없다.
이제 우리가 그를 부를 수 있는 이름은 하나 뿐이다.
그. the one이다.
"트리니티."
낯설지만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에 트리니티는 고개를 들었다.
"나야."
"너는.. 설마..."
"그래. 한때는 네오였던, 한때는 스미스였던. the one이다."
"네오.."
"네가 사랑할 사람은 네오가 아니라 나야, 트리니티."
"...MMF인가."
"그래. 너의 이름처럼 삼위일체(threesome)지."
그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말했다.
"나는 너를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하지 않아. 그래도 나를 사랑할 수 있겠어?"
트리니티는 그제서야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
하나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 또 하나는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나는 둘 다 사랑해주어야 해.
이것이 내가 할 일이야.
트리니티는 the one에게 키스했다. 화해의 키스였다.
인간과 기계의 화해는 이런 식으로 시작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둘은 시온을 구하러 날아갔다.
THE END
#4 부록
쵸빗츠의 예를 들자. 네오, 스미스, 트리니티의 관계는 히데키, 치이, 유미의 관계와 같다. 유미(트리니티)가 히데키(네오)를 사랑하기 위해서는 치이(스미스)도 사랑해야 한다. 치이는 유미에게 방해자인 동시에 컴퓨터에 대한 유미의 생각을 바꾸는 조력자다.
이해가 잘 안된다면 매트릭스를 쵸비츠로 바꿔서 생각해보자. 네오가 히데키다. 스미스가 치이다. 트리니티가 유미다. 자 이제 이해가 되겠는가. (더 안된다고? 이런이런)
* xacdo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3-06-14 16: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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