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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열전] 용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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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와 재미없는 영화. 안그래도 비싼 돈 내고 보는 영화니만큼 항상 재미있는 영화만 보고 싶지만 세상사 그럴 수 있나요. 때론 재미없는 영화도 보게 되고 실망도 하고 그러는 거죠.

하지만 재미없는 영화가 반드시 볼 가치가 없느냐 하면 그것도 아닐 겁니다. 아무리 졸작이더라도 어떤 영화는 그 나름대로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가 분명히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비록 본 영화는 얼마 없지만, 이런 영화들을 골라서 '졸작열전'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연재를 해볼까 생각합니다.

졸작열전 - 용가리

저는 심형래씨의 팬이었습니다. 마침 어렸을때 동네 조그만 극장이 있었는데, 거기서 방학때마다 어린이들을 위해서 특별히 아동영화를 틀어주곤 했습니다. 거기서 봤던 것이 영구와 땡칠이, 우뢰매, 똘이장군, 후레시맨(강남길씨 주연;;) 등등.. 그럴때면 동네 아줌마들도 그 조그만 영화관에다가 애들 맡겨놓고 놀러 나가곤 하셨죠. 얼마나 사람들이 바글바글 미어터졌는지 바닥에 종이박스 깔아놓고 보여주기까지 했답니다. 그때

비공식 기록으로 영구와 땡칠이가 전국 270만 관객을 동원했다고 하죠. 지금이야 200만을 우습게 생각하지만 그때만 해도 200만은 한국영화로서는 꿈의 관객수였습니다. 93년 서편제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고작 코미디언 심형래가 나와서 "영구 없다~" 하는 아동영화가 전국 270만을 돌파했다니. 아마 그당시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이 영화를 봤을 겁니다. 그래서

그때부터 심형래씨가 아동영화에 그토록 집착했는지 모릅니다. 비록 코흘리개 경제력없는 초등학생들이라 하더라도 충분히 흥행을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겠지요. 실제로 SBS에서 방영했던 '탑블레이드'가 그랬구요. 그래서 요즘 갈갈이 박준형씨로 유명한 갈갈이패밀리에서도 "갈갈이 삼형제와 드라큐라"라는 영화를 그것도 남기남 감독을 초빙해서 찍었다고 합니다. 올 7월에 개봉예정인데 과연 어떨까요. 물론 저는 볼 예정입니다만 ^^

그래서 심형래씨는 그 이후로도 아동영화에 매진합니다. 이때부터가 위험했죠. '티라노의 발톱' 때부터.. 그때부터 제작비 20억원이 우스워집니다. 그 다음이 '파워킹'이었죠. 그리고 그 다음이 대망의 '용가리'였습니다.

그때 언론플레이 기억하십니까. '신지식인'이라고 하면서 공익광고에까지 나왔던 심형래씨. 물론 그거야 김대중대통령의 상고출신이라는 학력을 커버하기 위한 것이었겠지만, 반정도는 용가리의 홍보를 위한 것이었을 겁니다. 지금이야 노무현대통령도 상고출신이라 이제 학력가지고는 별 말 하지 않지만, 그때야 처음이었으니까요. 어찌됬건 신지식인라는 타이틀로 꽤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급기야는

용가리 개봉날, 그 모습이 9시 뉴스에 나왔을 정도였습니다. 세종문화회관에 길게 늘어선 줄.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밀고 재미있었냐 없었냐 묻질 않나. 어린이들에게 둘러쌓인 심형래'감독'이 기뻐하는 모습. 정말 화제거리였죠. 그보다 가장 화젯거리는 바로

제작비였습니다. 무려 100억이나 투자했죠. 게다가 100% 디지털 영화입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2 에서 했던 디지털영화를 용가리는 몇년전에 해버렸던 겁니다. 대단했죠. 특수효과 측면에서만 본다면 말입니다. 아니 스토리도 보자면, 전작 '파워킹'에 비해서는 몇배나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보자면

영 아니었습니다. 저는 보면서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습니다. 예를 들어 클라이막스에서 용가리가 불을 15번 뿜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완전히 똑같습니다. 뭐 카메라워크고 구도고 연출이고 다 둘째치고, 똑같은 것만 15번을 보여주니까 완전 텔레토비 수준이더군요. 게다가 수출용으로 만든다고 해서 영어로 만든 것 하며.. 그래서 많은 대사가 자막으로 나왔는데 그걸 애들이 제대로 볼 수 있었을지 의문이 들구요.

이 참담한 기분은 몇년 후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되풀이되지만, 어찌됬건 저는 나름대로 즐거웠습니다. 저의 판단으로 전작 '파워킹'보다 3배는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죠. 이제 심형래씨는 끝난건가 생각도 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제작비 100억의 대부분이 영화장비를 사는데 쓰였다는 겁니다. 지금도 디지털편집기는 심형래감독의 '영구아트무비'에밖에 없다고 합니다. 심지어 자칭 테크노여전사 이정현씨의 특수의상을 만드는데도 이쪽의 힘을 빌렸습니다. 결국 장비대여비로 거진 적자를 메꿉니다. 재기에 성공하죠.

저는 이럴줄은 꿈에도 생각을 못했습니다. 장비 대여비로 100억을 메꾸다니... 그래서 이번에 또 D-WAR라고 새영화를 제작중이던데요. 음 이번에도 용가리의 3배정도 재밌을까요. 저는 팬이라서 계속 극장에서 볼테지만.. 아동영화라면 제발 아동의 시점에서 만들어줬으면 좋겠습니다. 심형래씨는 너무 뽀대만 추구하는 것 같아요. 요즘 관객들은 영악해서 그정도로는 안넘어와줄텐데 말이죠..

그런 의미에서 원더풀 데이즈도 심히 걱정스럽지만 뭐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죠.
|hit:2122|2003/07/04
  
저에요 스파크맨이라고 심형래주연의 영화도 있었는데..그 당시엔 꽤 업그레이드된 기갑전사들이 나왔다고 생각했었는데..중얼중얼,, 2003/08/04 x
xacdo 이런 말이 있더군요. 돈이 아니라 기술을 배우고 싶으면 영구아트무비로 가라. 심형래씨가 제작자로서가 아니라 영구아트무비라는 기업을 통해 환경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면 앞으로가 기대된다고 봅니다. 그래도 생각이 있는 분 같아 다행이네요. 200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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