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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작열전] 썸머타임

http://www.movist.com/movies/movie.asp?mid=3086

소신적부터 제 친구는 룰라의 팬이었습니다. 특히 김지현을 좋아했죠. 그게 나중에는 디바로 옮겨지고 브로스로 옮겨지다가 결국 시들해지더군요. 그동안 김지현씨는 옷가게를 냈다가 솔로 1집을 냈다가 썸머타임이라는 영화에도 출연하고 했지만 쩝.. 오늘은 썸머타임 얘깁니다.

그때 저는 김기덕 감독의 '나쁜남자'을 보고 싶었고, 그 친구는 김지현씨 주연의 '썸머타임'를 보고 싶어했습니다. 그래서 저희 둘은 하루씩 번갈아가면서 서로의 영화를 같이 봐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나쁜남자 개봉날 극장을 찾았더니 어허라.. 저는 그때 김기덕 감독 영화가 처음으로 매진되는 현장을 목격했습니다. 아무래도 조재현씨 때문이었겠죠. 그래서 별 수 없이 썸머타임을 보게 되었습니다.

뭐 전혀 기대가 안되기도 했고, "가끔은 구린 영화도 봐주고 그래야지"라는 생각에 별 불만은 없었습니다. 저는 원체가 아무리 재미없는 영화라도 재미있게 보는 성격이라서요. 게다가 19금이라고 하니 나름대로 기대도 했죠. 김지현씨가 벗은 몸도 (별 관심은 없지만) 보고 싶기도 했고 ^^

사실 그 친구는 순정물을 좋아합니다.  남잔데도 불구하구요. 유지태씨 나오는 '동감'같은 영화 있잖아요. 그래서 썸머타임도 순정물의 연장선 상에서 보게 된 것입니다. 저도 19금이긴 했지만 별로 안 야할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영화관에서

처음으로 영화 보다가 중간에 나가버리는 사람을 보게 됩니다. 아니 기껏 비싼 입장료 냈는데 그냥 나가다니 -_-;;; 나중에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서 같은 경우를 접하게 되긴 하지만 어쨌든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저와 저 친구야 소위 '예술영화'라는 말을 듣는 영화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무슨 영상이 나오든 별 거 아니었지만.. 영화가 시작한지 20분쯤 한 남자분이 여자친구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가더니 몇명 따라 나가더군요. 어찌됬건 데이트용 영화로는 꽝이었던 것 같습니다.

데이트용 영화에 대해 한마디 해야겠네요. 사실 극장에 가보면 대부분이 커플이죠. 둘이서 손을 꼭 붙잡고 별거 아닌거에도 하하 호호 웃는 모습을 보면 닭살이다 싶기도 하지만.. 어찌됬건 그런 커플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걸 보면 무지 재밌습니다. 저는 극장에서 시간을 기다릴때 대체로 극장 출구에 서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영화를 보고 나오잖아요. 그게 참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예를들어 이번에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을 보고 나오는 커플들은 대체로 서먹서먹합니다. 야한 영화를 봐서 맘속이 뒤숭숭하겠죠. 반면에 남자끼리나 여자끼리는 아주 떠들썩하더군요. 그 장면이 어쩌구 저쩌구 ^^;;; 커플들도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싶기는 하겠지만 차마 말도 못하겠고 서먹서먹하고.. 참 어색하게 손을 잡고 나오는 모습을 보면 쿡쿡 웃음이 나더군요.

이간 '미녀삼총사2' 같은 경우에도 비슷합니다. 남자같은 경우 쭉쭉빵빵한 몸매 감상하느라 정신이 없었겠고. 여자는 그거 침 헤 벌리고 보는거 옆에서 보기 민망했겠죠. 에로영화와 마찬가지로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멜로영화는 어떨까요. 여자는 우느라 정신이 없고 남자는 그거 달래기도 뭐하고 취향에도 안맞고 해서 역시 어색합니다. 유일하게 어색하지 않은 영화가 있다면 바로

공포영화입니다. 이번에 개봉한 '주온' 있잖아요. 스토리는 별로 없는데 괜히 깜짝깜짝 놀래키고 그러는 영화요. 그런건 아주 이야기꽃이 활짝 핍니다. 그 장면이 무서웠다거니 뭐래니 하면서.. 그런 면에서 데이트용 영화로는 역시 공포영화가 최고! 아니 그보다 정말로 영화를 재미있게 즐기려면, 정말 마음맞는 친구 아니면 그냥 혼자보는게 최고에요. 조금 심심하긴 하지만 영화를 즐기기에는 제일 좋습니다.

어찌됬건 썸머타임을 보자면.. 김지현씨의 파격 노출씬을 기대하셨다! 하셨다면 실망 100%입니다. 그냥 그럭저럭인 아줌마 몸매더군요. 전지현씨라면 또 모를까 -_-;;; 극중역할은 촌동네의 화려한 마돈나 정도로 나오는데 얼굴이나 몸매가 매치가 안되니.. 아니 이런건 둘째 치구요. 중간에 보다가 나가신 분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문제의 장면에 대해 잠시 설명드리자면, 김지현씨는 남편이 나간 집에서 혼자 썸머타임을 틀어놓고 춤추질 않나 하면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늦게야 들어오는 남편은 김지현씨를 깨우지도 않고 뒤에서 후배위로 응응을 하고는 얼굴도 마주치지 않고 자버립니다. 그렇게 남편과 얼굴도 마주치지 않은채 부부생활을 한지 몇달. 그 광경을 몰래 훔쳐보던 윗집 청년은 몰래 숨어들어가 남편이 했던 그대로 따라합니다. 김지현씨는 남편이 하는 줄 알고 그대로 받아주죠. 그렇게 불륜이 시작됩니다. 보다 나갈만 하죠 -_-;;;

그렇게 시작된 영화는 무슨 광주항쟁 문제에 노동자 문제 가진자와 못가진자 문제등을 지리하게 풀어내다가.. 항상 쓰는 수법있죠. "그로부터 20년이 지났다.. 이제는 지난 추억.." 그래서 결국 영혼과의 사랑. 플라토닉 러브로 이어졌다는 식으로 무책임하게 끝납니다. 그래도 위에 그 영화 시작하고 20분쯤의 그 장면은 에로영화 치고는 참신한 설정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야설 같기도 하고 ^^ 문제는

이런 장면을 무슨 포르노그래피의 고품격화 하면서 지나치게 진지하게 잡아냈다는 겁니다. 완급의 조절도 없이 긴장만 잔뜩 시킵니다. 어지간한 사람은 견디기 힘들겠죠. 좀 풀어줬다가 잡았다가 그런 흐름이 있어야 될텐데 잔뜩 진지하기만 하니 재미가 없을수밖에요.

제가 보기에는 포르노의 고품격화. 고급 포르노. 그런 것보다 더 중요한건 섹스씬의 설득력과 균형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같이 솔직하게 욕구를 인정하지 않는 풍토라면, 섹스씬이 나올때 정말 그 장면이 나오지 않으면 안될만한 상황을 만들어야 사람들이 납득을 하죠. 그리고 그런 장면이 영화 전체에 걸쳐서 아쉽다 싶을때마다 한번씩 나와주는 균형감각이 있어야 끝까지 볼 수 있겠구요. 그저 화면의 아름다움만 따진다면 일본이나 미국 포르노에서도 그런 멋있는 장면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뽀대'에만 치중하는 건 용가리 같은 발상밖에 안되요.

그래도 아쉬운 점은 많이 보이네요. 김지현씨 안쓰고 돈도 좀 덜 들여서 마이너 쪽에서 좀 더 가능성을 따져 보았다면 김기덕씨처럼 크게 될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이걸 보니 '유태인식 투자방법'이 생각납니다. 예를 들어 자기가 가진 돈이 10이라고 할때, 일단 1만 해보고 실패를 보는 겁니다. 여기서 시행착오를 겪어서 2를 투자해보고, 또 3을 투자해보고. 그래서 이제 충분히 경험을 쌓은 후에 4를 투자하고 10을 투자한다는 겁니다. 김기덕 감독이 대표적인 케이스죠.

처음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 '파란대문' '섬'까지 전부 합쳐도 5만 관객이 안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때까지 시나리오만 스무편이 넘게 썼고, 철저히 저예산으로 1년에 한편씩 영화를 만들면서 차곡차곡 실력을 키워갔죠. 그렇게 수취인불명, 나쁜남자, 해안선 하는 식으로 자신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정말 기대되는 감독이죠.

썸머타임 감독하신 분도 그전까지 꽤나 주목받았던 분 같은데 썸머타임을 마지막으로 영화계를 떠난 것 같아 아쉬운 마음에 적어봤습니다.
|hit:2062|2003/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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