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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니 - 그놈은 멋있었다
소문의 바로 그 책, 화제의 바로 그 책, 귀여니의 그놈은 멋있었다를 봤습니다. 처음엔 이모티콘 어쩌구 하길래 호기심으로 몇쪽 넘겼는데 금방 재미를 붙여서 끝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_-;;;

물론 책으로 나온 것은 편집된 버전입니다. 이모티콘도 제한적으로 사용하고, 그 무지막지하게............ 늘어쓰는 점찍기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특히 걸핏하면 엔터 엔터 엔터 엔터..... 죽죽 늘려쓰는 것도 전부 줄여버렸습니다. 통신체도 많이 맞췄구요. 하지만 저의 경우에는 그러는 것이 오히려 보기에 더 안 좋았습니다. 그냥 있는 그대로 내는 편이 더 보기 편했을텐데..

전 책 2권이라고 하길래 우습게 봤는데, 이게 내용의 압축도가 상당하더군요. 보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걸 소스로 주말드라마 수십편은 찍을 수 있을 것 같네요. 영화 한편으로 만들기 진짜 힘들 것 같습니다.

사실 귀여니 소설(물론 작가는 소설이라는 말을 부담스러워했는지 표지에는 그냥 '귀여니 이야기'라고 적혀 있습니다)이 통신체와 이모티콘으로 유명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게 다가 아닙니다. 그보다 주목할 점은 속칭 '노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했다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즉 이런 얘기 말입니다. 중학생 고등학생이라고 하는 녀석들이 맨날 수업시간에는 잠이나 자고 화장실에서 담배피고 밤에는 술마시고 걸핏하면 쌈질하고... 이런 노는 애들 이야기. 보통 이런 캐릭터 몇몇을 조연급으로 사용한 적은 있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부터 여자 모두가 전부 이런 노는 애들로만 채워진 소설은 처음 아니었을까요. 게다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이야기로서는 말입니다. '짱' '니나잘해' 같은 학원폭력물의 여자용 버전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보통 이런 애들이라면 그냥 문제아로 낙인찍으며 암울하게 사는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 귀여니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이런 애들도 나름대로의 사랑을 하고 멋진 삶을 산다는 환타지를 제공해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얻어낸 것 같습니다. 플롯이 엉성하다거나 캐릭터가 진부하다거나 하는건 그런 것 앞에서는 무의미할 뿐이죠.

뭐 그래서 충분히 재미있고 인기를 얻을만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놀아본 경험도 없고 중고딩도 아니고 더구나 남자인 저로서는 도저히 공감대를 얻거나 감정이입을 할만한 구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고민끝에 다카포의 여주인공들을 대입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재미가 쏠쏠하더군요. 그런 애들이 술마시고 담배피고 때리고 싸운다고 생각하니 -_-;;;

#관련글
“우리도 막 나가는 아이는 싫어해요”… 노는 아이들이 만들어낸 ‘폭력의 규칙’을 들여다보다
http://news.naver.com/news_read.php?oldid=2003080700003490096
|hit:2057|200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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