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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국제광고제 시사회를 다녀와서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품 시사회. 조선일보에서 올해로 3번짼가 4번짼가 주최하는 행사입니다. 조선일보라는 이름에서 거부감을 느끼실 분들께 한마디 하자면, 사실 조선일보도 문화예술 쪽은 건전한 편입니다. 아무래도 막 입사한 파릇파릇한 사원들, 즉 경쟁에서 밀리는 사람들이 자리하는 쪽이라서 그런가 봐요.

뭐 저야 광고나 디자인 쪽과는 하등 상관없는 쪽의 사람이지만, 이런 전 세계의 광고를 자막과 함께 볼 수 있는 자리는 극히 드물기에 매년 꼬박꼬박 참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칸이라는 권위있는 이름값도 있구요. 물론 유료시사회라서 5천원씩 받지만 그리 비싼 값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데 올해는 좀 김이 샌 면도 있습니다. 최근 SBS '콜럼버스 대발견'에서 조선일보와 제휴하여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들을 소개해주고 있었기 때문이죠. 덕분에 봤던 광고를 또 보는 수고를 겪기도 했습니다만. 어찌됬건 조선일보나 SBS나 이런 질좋은 문화를 소개해주고 있다는데 의의를 가져야겠죠.

매년 이맘때쯤이면 조선일보 구석탱이에 시사회 사고가 실립니다. 이걸 놓치면 끝입니다. 며칠 하지도 않는데다 다시 해주는 것도 없거든요. 다행히도 올해는 놓치지 않았지만 작년에는 안타깝께도 놓쳤습니다. 제가 조선일보를 보는 몇 안되는 이유 중 하나죠.

시사회는 조선일보 사옥에서 제일 가까운 영화관인 시네코아에서 열립니다. 실제로 목을 쭉 내밀면 보일 거리, 조선일보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곳입니다. 사실 시네코아는 예술영화 쪽으로 잘 안 팔릴 것 같은 영화를 틀어주는 고마운 곳이기도 하죠. 그런 이유로 칸 국제광고제 시사회도 성격에 맞아서 매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올해는 좀 환경이 열악했습니다. 스피커는 오른쪽 밖에 나오지 않고, 게다가 틀어주는 걸 보니 비디오로 틀어주는게 분명했습니다. 그것도 계속 반복해서 틀어주니 마지막날 가면 노이즈도 꽤 끼겠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자막도 좀 불친절하고.

뭐 이런 사소한 불만은 시사회가 시작되자 쑥 들어갔습니다. 역시 전세계에서 모인 최고의 광고답게 눈을 뗄 수가 없었습니다. 제일 기억나는 건 역시 맥도날드 광고였습니다. 요즘 투명경영이라고 해서 투명하게 모든걸 드러내는 전략을 쓰잖아요. 그래서 광고도 투명하게 해버린 겁니다. 이번에 맥시세트를 드시면 코카콜라 유리컵을 드리는데, 비싸보이지만 실은 대량으로 구입해서 싸게 샀습니다. 물론 저희는 이 유리컵에 들인 돈보다 더 큰 돈을 벌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믿는 구석도 있구요. 실은 이 전략은 경쟁사에서 지난 겨울에 썼던 전략입니다. ^^;;

높은 점수를 받았던건 IKEA라고 하는 대형할인점의 광고들이었는데요, 정말 많이 수상했더군요. 전략은 하나로 통일되는데, 소비자를 공격하고 우롱하고 비하하는 광고입니다. 그래서 살짝 열받게 해서 기억에 남게 하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특히 올해 대상을 받은 광고가 대단했습니다. 어떤 집에서 전등을 쓰다가 새걸 사거 전에 것을 버렸습니다. 그래서 버려진 전등은 차가운 비를 맞으며 자기가 있던 집을 바라본다.. 그런데 옆에서 어떤 사람이 와서 얘기합니다. 당신은 미쳤어요. 전등은 감정이 없다구요. 새걸 쓰는게 더 좋아요.

사실 최근 광고의 경향은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을 자극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어차피 인터넷 등의 풍부한 매체로 사용자는 마음만 먹으면 철저히 분석해서 가장 좋은 제품을 살 바탕이 되어 있습니다. 품질이나 가격조건이 좋으면 굳이 광고를 낼 필요도 없이 손님이 몰려들죠. 즉 광고가 쓰이는 쪽은 좀 뭔가 꿀릴때, 품질이 떨어지고 가격이 비싸서 경쟁이 안 될때 광고가 쓰이는 겁니다. 광고를 이미지를 과대포장하고 쓸데없는 사행심을 부추겨서 물건을 사게 만드는 것이죠.

그런 면에서 올해 대상을 받은, 사용자를 열받게 만드는 광고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살짝 빡이 돌아서 정신이 없게 만드는, 이성을 마비시키고 감성을 자극하는 불합리한 방법으로는 최고의 방법이죠. 올해 우리나라에서는 현대 M카드에서 이걸 잘 활용했다고 봅니다.

어찌됬건 칸 국제광고제 수상작품들을 쭉 보면서 느낀 점이라면, 광고도 문화라는 점은 확실하다는 겁니다. "제품을 판다"는 한정된 주제와 30초라는 짧은 시간. 이런 제약조건 아래에서도 문화의 꽃은 피고 있었습니다. 결국 우리가 즐길 수만 있다면 세상 그 무엇도 문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hit:1920|200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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