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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의 누 - 볼 거리로 풍성한, 의외로 블록버스터
'혈의 누'는, 18세 등급이라 어느 정도 슬래셔나 고어를 기대하고 갔던 나로서는, 예상외로 볼 거리로 풍성한, 그리고 대중성도 뛰어난 한국형 블록버스터였다. 굳이 '한국형'이라는 말을 붙이는 이유는 그 규모의 적당함 때문이다. 배경을 조선시대 한 섬으로 잡음으로서, 한 마을처럼 너무 작지도 않고, 한 도시처럼 너무 크지도 않은, 그래서 적당한 규모라서 화면을 시종일관 밀도있게 구성할 수 있으면서도, 영화가 망하지 않을 만큼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는 규모. 이것이 참 적절했다고 본다.

스토리는 일본만화 '소년탐정 김전일'과 거진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 주인공 차승원은 범인을 잡기 위해 밀실(바다로 둘러싸인 섬)로 들어오고, 그 안에서 도대체 범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한명 한명 차례차례 죽어간다. 결국 김전일과 똑같이 차승원도, 죽을 사람들이 다 죽은 뒤에야 때늦게 범인을 찾아낸다. 더 자세한 얘기는 영화를 보면 아주 쉽고 친절하게 나온다.

처음에 적응이 안 됬던 건 도대체 사극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차승원을 왜 썼을까 했던 것이었는데, 특히 초반에 고위 관리들과 회식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요즘 나오는 진라면CF 마냥 고개를 건들건들하면서 말하는게 너무 사극답지 않게 안 어울렸다. 하지만 내용이 전개되면서, 차승원 특유의 개김성과 액션성이 영화 전반에 나오면서, 아 이래서 일부러 차승원을 썼구나 싶을 정도로 아주 영화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었다. 차승원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권력에 대들도 지 맘대로 수사하고 무작정 뛰어들고 하는 장면이 안 어울렸을 것이다. 그래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극답지 않게 액션이 넘치고 파워가 있었다.

하여간 영화는 블록버스터다. 볼 거리도 풍성하고, 긴장감도 확실하고, 흥미롭고, 나름대로 사랑 얘기도 있고, 마지막은 슬픔과 비장미가 가득하고, 배우들도 잘 생겼고, 매력있다. 아직 군인의 몸인 나로서는 좀 20대 남성 취향의 예쁜 여배우가 나오기를 기대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어찌됬건 남극일기보다는 여배우가 많이 나와서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마지막에 제작 : 강우석 하고 크레딧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무릎을 탁 쳤다. 역시 그랬군.
|hit:1454|2005/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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