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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작'이라는 것에 대해
걸작은 정말로 드뭅니다. 항상 최고의 작품만을 보고 싶지만 그게 어디 잘 나오나요. 창작의 입장이 아닌 독자의 입장에서도 걸작에 대한 욕망은 뜨겁습니다. 뭔가 나의 이 애타는 갈증을 해소해줬으면 좋겠는데, 좀 전에 보았던 영화쩌럼 짜릿한 전율이 온 몸을 지나가게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걸작은 그다지 나오지 않고 그래서 별 수 없이 '평작'이라도 보는거죠.

어차피 대부분의 영화는 평작입니다.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지만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습니다. 걸작에 대한 대리만족으로 봐주긴 하지만 그리 탐탁치 않은 작품. 그냥 그럭저럭인 이런 평작을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것도 나름대로의 대처법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제 생각은 "어차피 볼거 재미있게라도 보자"는 주의입니다. 좀 헛점이 보이면 '감독이 왜 이렇게 헛점을 보일까' 하고 나름대로 감독의 특성을 분석하면서 시간을 보내지요. 정 볼거 없으면 영화 소품이라던가 배우들 땀꾸멍을 보면서 "야 요즘 정말 화질 좋아졌다"며 감탄하기도 합니다 ^^ 사실 영화가 재미있던 없던 그 자체로 즐길 거리는 풍부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도 있을 수 있습니다. "어차피 볼거 최대한 툴툴거리며 보자"는 주의지요. 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쏠쏠합니다. "저 배우는 왜 연기가 이따위야?"고 괜히 트집을 잡아가며 배우 욕하고, 아니면 감독 욕하고, 내용 욕하고. 쉽게 말해 영화 갈구기죠. 이러면 영화보는건 재미없지만 왠지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입니다. 신나게 비난하고 악평을 써갈기면 "아 시원하다~" 이거 정말 죽여주죠.

어쨌든 이런 거라도 하면서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저 하염없이 걸작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누군가에게는 걸작인 영화가 누군가에게는 아니기도 하고, 다른사람에게는 평작이지만 개인적으로 나에게는 걸작인 영화도 나오고 하니, 도대체 영화계에 관심을 끊을수가 없죠. 꾸준히 이영화 저영화 보면서 걸작을 우연히 만나게 되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제 개인적인 기준으로는 10편에서 15편에 한번 꼴로 걸작을 만나게 되더군요. 확률이 10%도 안되죠. 그래도 도박치고는 잘 맞는 편 아닙니까. 그러니까 걸작 한편을 보는데 어림잡아 7만원에서 10만원 정도가 드는 셈이군요. (흐미 비싸라..)

1년에 한편 만나기도 어려운 가슴짜릿한 걸작. 그걸 기다리는 의미에서 평작을 봐주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가끔씩은 별로인 영화를 봐줘야 나중에 진짜 재밌는 영화를 봤을때 좋다는 느낌이 확실하게 오겠죠. ^^ 여러분은 몇번에 한번 꼴로 걸작을 만나시나요?
|hit:1433|200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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