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cdo
http://xacdo.net
blueblue.jpg (24.1 KB) Download : 52

이종관 - 블루블루

야한 거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나의 특성상 내가 이 만화를 보게 된 것도 특별할 것은 없었다. 하지만 나는 놀랍게도 야한 만화를 보고도 별 재미를 느끼지 못했다. 놀라운 경험이었다.

이 만화를 보고 나와 내 동생이 공통적으로 느낀 감정은 '싫다'는 것이었다.
왜 싫을까. 만화 자체만 본다면 재미있는 편이었다. 어색하긴 했지만 성적 기호를 담으려고 노력했고, 4컷이라는 제약 안에서 나름대로 재기발랄한 개그를 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싫을까. 많은 장점을 열거하면서도 그것이 나를 납득시키지 못한 이유를 찾던 끝에 나는 한가지 답을 찾았다. 작가가 싫었다.

보통 남자에게는 4가지 여성상이 있다. 엄마, 애인, 창녀, 딸. 그런 이유로 남자에게 여자는 친구일 수 없다. 특히 이 중 동년배의 여성으로 한정을 한다면, 여자는 둘 중 하나일 뿐이다. 애인 아니면 창녀. 좀 더 풀어쓰자면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사귀고 싶은 여자'다.

굳이 페미니즘의 시각을 빌리지 않더라도, 나는 이런 이분법적인 사고가 무진장 싫다. 이런 생각이 깃든 만화를 보면, 굳이 만화가 아니라 TV나 영화나 글이나 하여튼 뭘 보든간에, "싫다"는 느낌이 든다.

내가 생각하는 이런 남자들의 모습을 보자. 맨날 남자친구랑 욕이나 하고 다니다가, 길거리에서 쫙 빠진 여자가 지나간다.. 그러면 한동안 여자는 이래야지 저래야지 수다를 떤다. 애인이 생기고 그러면 남자는 이런데 여자는 이렇게 일반화론에 빠지다가, 군대가고 회사가고. 그런 식으로 꽉 막힌 사고방식을 가진채 맨날 포르노만 보면서 엎어져 자다가 무력한 가장이 되버린 자신을 발견한다.


이런 류의 싫어하는 만화를 대자면, 아이즈, 보이즈 비 같은 것도. 아니 그보다 철저히 남자 중고등학생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연애물을 보면 이런 시각이 완전히 잡혀있어 정말 거부감이 엄청 든다. 슬램덩크 앞부분을 보자. 채소연에게 사랑받기 위해 농구를 시작하는 강백호. 난 이런게 싫다는 거다. 물론 재미는 있다. 하지만 싫다. 물론 슬램덩크에서는 곧 농구와 연애가 분리되면서 싫은 점이 사라졌다. 스포츠나 학원폭력물이나 원래 그런 식으로 연애를 분리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연애물로 기획이 되었다면 거기서 벗어날 수가 없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꽉막힌 여성상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보여준다.

오! 나의 여신님을 보자. 이것도 엄마,애인,창녀,딸의 4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면 베르단디=엄마+애인이라는 점이다. 나머지는 울드=창녀, 스쿨드=딸.

아참, 애인과 창녀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다. 잠깐 비교분석해보자.

- 애인: 긴 생머리 , 창녀: 짧은머리 또는 웨이브
- 애인: 정숙하다 부끄럽다 성실하다, 창녀: 까졌다 리드한다 털털하다

애인은 결혼할 대상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일이 있어도 다른 남자로부터 지켜야 한다. 그것은 사랑 때문이 아니라 독점욕 때문이다.
반면 창녀는 섹스할 대상이다. 굳이 지킬 필요는 없다. 대체로 자기가 잘 쓰다가 자기의 남자친구에게 넘겨준다. 즉 공유한다.

즉 남자에게는 두종류의 여자가 필요하다. 좀 재미는 없지만 순결을 바칠 공식적인 여자와, 공식에서 재미 못 본거 해소하는 비공식적인 여자. '처'와 '첩'이 필요한 것이다.


물론 당연한 얘기지만, 최근 들어서 이런 공식은 깨진지 오래다. 나같이 남성독자들도 이런 사상을 싫어하기 때문이기도 하겠고, 그보다 작가 자신이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리 환타지일지라도 여성에게 실례인 생각은 안되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런 구식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니, 물론 만화가니까 만화 자체로 평가해야겠지만, 이것은 만화를 떠나서 싫다. 눈치챘겠지만 이건 만화평이 아니다.


양영순 '아색기가'를 보자. 이것도 사실 여성을 성적 노리개로 바라본다는 측면에서는 비판받을만 하다. 하지만 나는 이 만화에서 '싫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모든 여자가 '창녀'로 나오기 때문이다. 또한 마찬가지로 모든 남자 또한 '호스티스'다. 즉 이 만화는 이 만화의 세계 안에서는 남녀의 밸런스가 맞다. 여성의 시각도 균형있다. 환타지로서의 세계의 설정이 완벽하다. 그래서 싫은 느낌이 들지 않는 것이다.


나는 틀에 박힌게 싫은게 아니다. 여자를 애인 아니면 창녀로 보는 시각은 틀에 박힌 시각이 아니다. 이것은 '그렇다' '아니다'로 따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좋다' '싫다'로 따져야 하는 문제다.

나의 생각은 '싫다' 쪽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MJ 말투군;;)
|hit:1822|2003/08/19
 
평범 어 싫다 2003/08/19  
Prev
 DJ DOC - 돌아보면 靑春, Street Life
xacdo 2003/08/19 1822
Next
 다케이 테아시 - 이사 [4]
xacdo 2003/08/19 1822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