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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묵시록 카이지 - 피의 매니큐어

발단은 이 글이었습니다.
http://mirugi.com/k/com/ktacj155.html

그날도 저는 별일없이 미르기닷컴의 글을 서핑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위의 글을 보는 순간, 불현듯 "카이지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탓에 이틀동안 눈에 불을 켜고 카이지를 다시 봤습니다.

다시 보고 난 소감은, 역시 재밌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피의 매니큐어'가 나왔을때는 "이야 예쁘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안했지만 -_-;;;)

그런데 주욱 보다보니 문득 재미있는 생각이 들었는데, 의외로 심리묘사나 독백 같은 것이 많이 나왔습니다. 아니 이것은 순정만화의 전매 특허 아닙니까!

*순정만화의 특징 1. 독백이 많다 2. 배경이 허술하다 3. 인물들은 목각인형처럼 동세가 없다

이런 면에서 카이지는 위의 세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합니다. 그런 면에서 카이지는 순정만화? ..아니, 남자만 나오니 그럴 수도 없겠군요. 아니 뭐 남자만 나와도 상관은 없지만.. (설마 BL;;)

그리고 그림을 보면, 처음 몇권을 볼때는 좀 못그린다 싶었지만, 계속 읽다보니 이런 스토리에 가장 어울리는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니 이 작가 17살부터 문하생을 해온 의외의 실력파더군요. 뎃상 실력도 충분히 있지만 일부러 이런 캐릭터로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충격이었죠. 이것을 카이지 식으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뭐야.. 이 그림. 마치 자를 대고 그린듯한 엉성한 선.. 턱은 왜 이리 뾰족해.. 특히 코! 이걸 어떻게 인간의 코라고 할 수 있어!! 이걸 그림이라고 그린거야!!!
아니야.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이 작가 이런 그림으로 그래도 22권이나 끌어왔어. 햇수로 따지면 7년이지. 그 시간동안 이런 어마어마한 양을 그리면 그림이 안 늘 수가 없어. 늘기 싫어도 늘게 되어있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은 그림체야. 왜지? 왜 이런 그림체를 고집하는 거지?
잠깐. 이 부분을 보자. 잠시 자료화면으로 끼워넣은 복싱 장면. 엑스트라의 장면. 놀랄 정도로 정교해. 뛰어난 묘사력을 가지고 있어. 분명히 사진을 보고 따라하는 건 잘 하는 거야. 뎃상 실력은 충분하다는 거지. 그렇다면 충분히 미형의 캐릭터를 그릴 수도 있을거야.
그렇다면 왜 미형의 캐릭터를 만들지 않는 거지? 그러고보니 여자도 나오지 않아? 설마 게이? 아니야.. 이건 아니야. 뭔가 다른게 있어. 냄새가 풍겨. 그것은 그것은.. 그렇다..

-어울리지 않아.. (놀라는 표정)

생각해보자. 만약 카이지가 잘생겼다면? 과연 사람들이 이런 만화에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예전에 싱글즈라는 영화가 그랬지. 주인공들이 너무 예뻣어. 외모지상주의의 이 사회에서 그정도 미모라면 어디 꿀릴 것도 없어. 그래서 그런 스토리에 공감을 하지 못했던 거야. 그 영화에는 좀더 미모가 딸리지만 충분히 연기력이 있는 배우가 캐스팅되었어야 해.
카이지도 마찬가지지. 카이지는 항상 벼랑 끝의 상황에서 도박을 걸어. 문제는 독자가 그 상황에 참여를 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야. 아마도 이런 만화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은 잘 사는 사람은 아닐꺼야. 바닥 인생, 아니면 그 근처라도. 매일매일을 무료하게 보내면서 간신간신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일꺼야. 그런 사람이어야 이런 만화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어.
그래서 이 작가는 일부러 이런 캐릭터를 만든거야. 엉성하고 빈틈이 많아서, 금방이라도 동질감을 느낄 수 있게. 그래 이건 의도된 것이었어..
|hit:2285|2003/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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