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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끈따끈 베이커리 - 소년물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사진출처 http://imagebingo.naver.com/album/icon_view.htm?uid=akaakgptjd&bno=22594

소년물, 소년물이란 무엇이냐. 소년물이란 무엇이냐 하면 당연히 소년을 대상으로 한 것을 말하지. 말은 쉽다.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작가는 소년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 타겟 오디언스

상업작품을 만들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타겟 오디언스, 공략할 독자층을 선정하는 것이다. 삶에 지쳐 그저 무난한 것을 찾는 젊은 여성을 공략할 것인가, 혈기가 넘쳐 발산할 곳을 모르는 사춘기 남학생들을 공략할 것인가, 사랑 한 번 해본적도 없으면서 그저 가만히 앉아서 사랑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귀차니즘에 빠진 소녀들을 공략할 것인가.

일단 독자층이 정해지면 그 다음은 쉽다. 그저 그들을 만족시켜줄 얘기를 천천히 풀어나가면 돈이 달라붙는 것은 시간문제다. 문제는 그들을 만족시켜주는 방법도 아니고, 무엇을 만족시켜주어야 할지를 찾는 것도 아니다. 가장 문제는 바로 도대체 어떤 독자층을 공략해야 할 것인가가 문제다. 물론 독자층이 좁으면 좁을수록 공략이야 쉬워지지만, 그만큼 팔리는 양이 적어진다. 가능하다면 지브리 스튜디오처럼 거의 전 연령의 전 관객을 대상으로 하고 싶겠지만, 그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랴. 그보다는 그저 몇몇가지밖에 모르는 매니아들을 공략하는게 쉽지.

그런 면에서 가장 만들기 힘든 것이 바로 '전연령 버전'이다. 연소자 관람가의 초록색 테두리를 두르기가 쉬운 것이 아니다. 그 궁극의 것이 바로 소년물, 이제 막 아동에서 벗어나 부모의 손아귀를 벗어날랑 말랑 하는 아슬아슬한 시점의 그들을 공략하는 것. 그 코묻은 돈을 뜯어내기가 어디 쉬울쏘냐.

-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모른다

이 문제는 아동문학의 문제와도 통한다. 아동문학가라고 불리는 사람들, 즉 아동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은 아동이 아니다. 그들은 어른이다. 어른이 어떻게 코찔찔이 초딩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겠는가. 소년물도 마찬가지다.

백보 양보해서, 차라리 청년물의 경우는 청년이 작가가 될 수 있다고 하자. 예를 들어 귀여니를 봐도 그는 그 나이 또래의 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소년은 어떨까. 소년이 쓰는 작품이 소년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과연 그런 힘을 획득할 수 있을까. 간혹 천재소년이 나타날 순 있겠지만 산업화될 정도로 자주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즉 소년물의 작가는 어디까지나 어른이 될 수 밖에 없다. 개구리는 올챙이 적을 모른다. 설령 자기가 올챙이였던 적을 기억한다고 해도 그것은 아련한 추억일뿐 현재의 올챙이는 아니다. 기억속의 과거는 어른의 향수만 불러일으킬뿐 소년은 만족시키지 못한다.

- 소년물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그런 이유로 소년물은 창작에서 가장 먼저 받게되는 자기자신의 평가를 믿을 수가 없게 만든다. 내가 만든게 먹힐지 안 먹힐지 판단의 기준을 둘 수가 없다. 내가 만든 작품을 기자에게 편집장에게 가져가봤자 그들도 소년이 아니기 때문에 알 수가 없다. 그저 추측할 뿐이다. "아마도 먹히겠지? 잘은 모르겠지만.."

따끈따끈 베이커리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여기있다. 도대체 어떡해야 독자가 좋아할지 전혀 잡혀있지가 않다. 마구 휘청거린다. 이러면 좋아할까? 저러면 좋아할까? 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끝없이 과격한 개그로만 흐른다. 일단 웃음은 나오는데 도대체 이거 뭐야 하는 생각이 든다.

진지해질 수 없다면 차라리 가벼워지자는 생각인지, 그나마 처음에는 미스터 초밥왕 풍의 전형적인 요리만화 구도를 따라가다가 에라 모르겠다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마구 폭주하는 이 만화를 보면서, 이것은 작가 탓일까 독자 탓일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하긴 독자가 정신을 차릴 수는 없을테니 작가가 정신을 차려야겠지만, 소년물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는 생각은 버릴 수가 없다. 독자를 분석할 수 없다고 작품마저 분석이 안되게 만들어버리자는 건 도대체 뭐하자는거야. (이러는 편도 나름대로 즐겁기는 하지만)

2003 11 04
|hit:2135|200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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