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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2002-05-26 21:40
6월 28일 개봉하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분이라도 미야자키 하야오라는 이름은 들어 보셨을 겁니다.
일본 애니메이션 계에 살아있는 신화라고 할 수 있는 미야자키 하야오는 마치 서태지처럼
상업적이면서도 상업예술 또한 예술이라는 것을 잊지 않는 흥행불패의 감독입니다.

이 작품의 대단함을 소개하기 위해 잠시 이 영화의 흥행기록인 2267만명 (2월15일까지)에
대해 말해보고자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히트한 영화는 "친구"로 관객수는 800만명
입니다. 인구로 따지면 일본이 1억 2천 5백만명으로 한국의 4천 7백만명의 2.6배정도
됩니다. 이런 식으로 따진다면 일본에서 친구만큼의 흥행몰이를 한다면 800만의 2.6배인
2080만일텐데요. 즉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우리나라에서 "친구" 만큼의 흥행을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도 영화 안 보기는 우리나라보다 심각한데 이정도 봤다면 정말 볼 사람
안 볼 사람 다 봤다는 소리죠.

애니메이션은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는 아이들이나 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면 이런
영화를 통해서 "애니메이션도 충분히 진지한 주제를 말할 수 있다"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영화의 주제는 현대문명에 대한 비판입니다. 일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는 자본주의 체계 안에서 일에 목매여 정체성마저 잃어버리는 사람들, 그 때문에
무분별하게 파괴되어 가는 자연. 물질에 탐닉하지만 결국 죽고 나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가 이 영화의 답변입니다. 어려운 주제이지만 유연한 비유와
상황설정을 통해 주제를 전달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미야자키 하야오로 대표되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을 안티 디즈니로 칭하며
현실을 외면하고 감동을 강요하는 디즈니식 애니메이션에 반하는 축이라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지난 원령공주에 이어 디즈니의 배급사로 유명한 브에나 비스타에서 배급합
니다. 결국 이렇든 저렇든 돈 되는 거라면 상관 안하는 것 같습니다. 사실 디즈니도
자신들이 매너리즘에 빠진 것을 느끼고 변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죠. 그 대표적인 실패작이
아틀란티스입니다. 진지해지려고 노력을 했지만 결국 재미가 없었죠. 요즘은 토이
스토리나 몬스터 주식회사 등 황당한 설정으로 새로운 흥행코드를 찾아낸 것 같습니다.


이 영화의 장점이라면 감정이나 생각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주제가 진지하긴
하지만 그 생각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어려운 거 싫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단순히 스토리와 화면만 즐겨도 충분하도록 구성했습니다.

특히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3D 효과 등 갖가지 디지털 효과가 눈을 즐겁게 합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제작비가 "슈렉"을 능가했다고 하네요. 장난 아니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지난 원령공주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실은 "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언제나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만든다" 라는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실은 나이가 많이 들기도 했고 새로운 인재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싶기도 해서 실무선에서는 물러나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크게 부인하지는 않은 것이죠. "귀를 기울이면"을 통해 가능성을 보여준 콘노 요시후미
에게 자리를 물려줄 생각이었지만 그가 사고로 죽는 바람에 별 수 없이 자리를
지켰다고 하네요. 정년이 넘어도 은퇴를 못하는 이 바닥이 한스러웠겠죠.

많은 창작하는 사람들의 꿈이지만 나이를 먹으면 자기 나라 고유의 전통적인 소재를
작품 안에서 표현해보고자 하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그것이 나아가면 세계적인 감각을
가지고 싶어하구요. 마지막으로는 전통적인 것을 세계적인 감각으로 표현하고 싶어
집니다. 이 영화에는 상당히 많은 일본 고유의 소재들이 나오지만 별 다른 배경지식
없이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이 구성을 해 놓았습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본
전통의 갖가지 요괴 및 신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어째 홍보글이 되어버렸지만.. 스포일러(내용을 미리 알려주어 재미없게 하는것)가 되지
않으려다 보니 어쩔 수가 없네요. 하여간 이 영화는 취향이 어떻든 강력히 추천하고
싶구요. 별을 매겨본다면 별 다섯개 만점에 여섯개 반을 주고 싶습니다. ^^

(사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으로 52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받는 미야자키 하야오)


2002-07-09 03:56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전에도 이 영화에 대해 쓴 적이 있지만, 이번에는 스포일러를 포함해서 써보겠습니다..
보신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요. 대체로 영화제 수상작이 그렇지만, 이 영화도 평론가들이 좋아하는 영화 스타일인, 할 말이 많은 영화입니다..
평론가들은 그렇다면서요. 영화 자체가 재미있는 것보다, 할 얘기가 많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사실 저도 좀 그런 편입니다.. ^^;;;;)

이 영화를 재미없다는 분들이 꽤 되시더군요... 제 생각에는 밋밋한 결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는데요. 보통 영화를 볼때면 멋진 결말, 아니면 골때리는 반전을 내심 기대하면서 보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이 영화는 갈등구조도 미약하고 마치 12부작 TV시리즈라도 되는 듯 느긋하게 조바심을 내지 않으면서 천천히 할 말 다 하고 끝나죠. 그러다보니 주제도 분산되고 갈등구조도 미약하고.. 뭐랄까 헐리우드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짜릿함 같은 것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볼 때는 꽤나 몰입해서 보게 되는데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뛰어난 연출력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이 영화의 영화같지 않은 일상적인 느낌이 보는 이를 사로잡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초반에 센이 난생 처음 직업이란 것을 가지고 온갖 구박을 받아가면서 일을 해나가는 부분에서 많은 공감을 얻어낸 것 같습니다. 하쿠의 밥을 얻어 먹으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에서는 제 가슴이 다 아리더군요..... 군대 갔다가 백일휴가 나온 제 친구도 그 부분에서 참 가슴을 아파하더라구요. 이 상황이 너무나 군대 같다, 센이 불쌍하다....

주제에 있어서는..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던데요. 생각해보면 예전에 KBS에서 했던 "지구는 초록별"이라는 애니메이션 같은 느낌도 들었고.. 하쿠가 유바바에게 마법을 배우러 온 이유도 맨션을 지으면서 강이 없어져서 일종의 복수 때문에 온 거죠. 하지만 생각해보면 환경문제에 대한 비중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적, 악의 캐릭터라고 할까요. 뭔가 나쁜 캐릭터가 나와야 할 부분에서 무조건적인 악이 아닌, 우리의 잘못으로 인해 생긴, 그러니까 사실은 선인데 지금은 악의 모습을 하고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환경문제를 도입한 것 같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일본 애니에는 절대악이 잘 등장하지 않습니다. 지더라도 복수보다는 서로 화해하고 하나가 되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죠. 대표적인 예로, 슬램덩크를 보면 나쁜 캐릭터가 하나도 없죠.... 누가 옳다 그르다 따지기보다는 서로 하나가 되어 어우러지는 것을 강조하는 특징. 특히 언제나 등급이 낮은 영화만 만드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경우는 더할 나위가 없습니다. 거의 절대악으로 나왔던 가오나시도 기차를 타고 갈 때는 센이 옆에 앉으라고 하는 걸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에 몬스터 주식회사를 보면서 나쁜 놈을 어찌 그리 용서도 안 하고 저렇게 잔인하게 없애버릴까 하는 생각도 했었는데...

감독이 이 영화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은 환경문제라기보다, 이렇다고 생각합니다. 일하지 않는 자는 존재할 수 없는 빠듯한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이 세상에서, 여러가지 어렵고 괴로운 일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이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자기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하쿠같은 사람도 있고, 가마지(가마 영감)도 그렇고. 린 언니도 그렇고. 겉으로는 차갑고 퉁명스러워 보이지만 한 꺼풀을 벗고 나면 참 다정하고 사려깊은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센도 힘든 여관에서 견딜 수 있었던 거겠죠. 오물신으로 오해했던 강의 신도, 겉모습만으로 지레 판단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볼 수도 있구요. 특히 하쿠 덕분에 자기 이름, 즉 정체성마저 잃어가며 일밖에 모르는 사람이 될 뻔한 센도, 치히로라는 이름을 마음속에 간직하며 버틸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되죠.

의외로 많은 분들이 놓치는 캐릭터인 가오나시를 통해서 감독은 인생무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흙을 사금으로 둔갑해서, 즉 허상으로 일시적인 부귀영화를 누리는 가오나시지만, 마지막까지도 센의 마음을 가지지는 못합니다. 돈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살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열차"를 타게 될 때는 뚱뚱하고 포악했던 모습에서 다시 처음 모습으로 돌아오고 맙니다. 자기 목소리도 가지지 못하고 남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말할 수 있는 가오나시. 가짜 사금으로 사람들을 현혹해서 잠깐의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결국 제일 가지고 싶어하던 센의 마음은 차지하지 못하고, 결국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기차를 타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납니다. 즉 죽을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한다. 이런 메시지겠죠.


쭉 적어봤지만 이 영화는 참 어렵고 곤란한 주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풀어대고 있다는 점이 놀랍습니다. 어려운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것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도 볼 수 있는 영화로 만들었다는 것도 대단하구요. 물론 대부분은 이런 부분을 놓치거나 오해하지만.. 그래도 주제를 관객에게 강요하기 위해 설교조가 되는 것 보다는 나았다고 봅니다. 강요하지 않고 다양한 수준의 관객과 동시에 호흡하는 것....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없지요.

이 영화는 미야자키 감독의 전작들과 비교해봐도 그렇고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봐도 그렇지만, 애니메이션 치고 상영시간이 꽤 긴 편입니다. 2시간이 조금 넘죠. 길다고 널널한 구성도 아니라 빠듯한 구성이라서 상당한 집중력을 요합니다. 아무래도 집에서 혼자 보기에는 힘든 영화죠.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봐야 겨우 견딜 수 있을만한 시간입니다. 듣기로는 이 영화의 제작비가 슈렉보다 더 들었다고 하는데요, 그만큼 돈 많이 들인 멋진 장면도 간간히 나오니까.. 영화관 가서 보시는 것을 권해드리고 싶네요. 사실 이 감독도 스티븐 스필버그처럼 돈을 들여도 그다지 돈 들인 티를 내는 편이 아니라, 이게 돈 들인 장면인지 안 들인 장면인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별 신경을 쓰지 않게 되지만.. 이런 것도 나중에 비디오나 TV에서 보면 다 사라져버리는 아슬아슬한 감각입니다.

마지막 결말에서는 치히로가 엄마 아빠를 구해내지만 당사자는 전혀 그런지 모르죠. 오히려 치히로를 "빨리 가자"면서 핀잔을 줍니다. 부모는 자식에게 항상 해준 것 같고 효도를 받아야만 할 것 같은 느낌이지만, 사실은 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 처럼 사실은 자식이 부모에게 해 준 것이 더 많다. 사실 부모도 자식을 통해서 얻은 것이 많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혀 생각하지 못한다. 이런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니면 치히로의 부모로 대표되는 사람들은 카드와 현금이면 신의 음식이라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반면, 치히로는 그렇지 않고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게 되죠. 그런 사람들의 눈에만 보이는 보이지 않은 세계가 존재한다... 이런 메시지일 수도 있구요.
|hit:1803|2003/01/16
  
M.RJHAN 역시 그것보다는...
(나의 짤린 스탭롤을 되돌려줘 망할 롯* 시네마앗!)
이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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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JHAN (아. 이미 고질적 문제인가...) 2003/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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