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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 보이 vs 킬 빌
올드 보이와 킬 빌. 왠지 저에게는 비슷한 영화로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시기에 개봉해서일까요.
여러가지로 비슷한 느낌이 들더군요.

1. 복수극!
2. 잔인한 폭력 묘사
3. 일본의 영향

역시 복수는 대단히 매력적인 소재입니다. 복수라는 요리는 식을수록 맛있다. 5년, 또는 15년에 걸쳐 오랜 시간 설계한 복수의 톱니바퀴 속으로 주인공을 끌어넣는 악당. 그 톱니바퀴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것을 버리는 주인공. 그들의 복수 앞에는 법도 없고 도덕도 없고 인간성도 없다. 오로지 복수만이 있을 뿐.

덕분에 잔인한 폭력 묘사가 여과없이 나옵니다. 킬빌의 폭력 장면은 그나마 오락성이 있어서 볼만했지만, 올드 보이의 폭력 장면은 오락성 없이 살벌하게 묘사된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킬빌보다 더했습니다. "이젠 김기덕 감독의 엽기 코드가 전 한국영화로 전파되는 것인가" 하는 생각까지 했다니까요. 김기덕 감독님 분발하셔야겠습니다. ^^;;

그리고 두 영화 모두 일본의 영향을 받았습니다. 킬빌이야 주인공이 사무라이 칼 잡고 있는 것 부터가 그렇고, 올드 보이는 일본만화가 원작이죠. 그것도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 문화를 말이죠. 올드 보이의 원작만화도 그리 인기를 끌지는 못했고, 피튀기는 사무라이 영화도 인기있는 장르는 아닙니다. 자국인보다 외국인이 이런 마이너한 장르의 영화를 받았다는게 신기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올드 보이와 킬 빌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킬 빌은 오락성에 치중한, 진지한 척 하는 가벼운 영화인 반면, 올드 보이는 정말로 진지한, 가벼운 척 하지만 실은 진지한 영화죠.

작년의 오아시스부터 시작해서 올해의 살인의 추억, 올드 보이 같은 진지한 한국 영화가 상당한 흥행을 하는 것, 과연 전 세계 중에서 이렇게 진지한 영화가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나라가 얼마나 될까요. 즐거운 시절입니다.

올드 보이는 역시 올해 최대의 기대작 답게 최고로 재미있었습니다. 킬 빌과 마찬가지로 상당히 취향을 타는 영화기는 하지만, 완성도나 재미 면에서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고 봅니다.

ps. 이제 올드 보이가 흥행하면, 따라하기 좋아하는 한국 영화계에 두가지 바람이 불 것 같더군요.
1. 일본 만화를 원작으로 하자!
2. 김기덕 감독스러운 엽기적인 장면을 넣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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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록 - 장도리 액션씬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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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수가 수십 명의 조직원을 상대로 펼치는 감금방 통로에서의 싸움 장면이야말로 대중영화에서 작가영화로 넘어가는 전환점이다. 여기서 감독은 그 어떤 화려한 촬영, 편집 테크닉 없이 단순히 바라보기만 한다. 관객들은 지루하리 만큼 처절한 주인공의 혈투에서 액션 활극의 쾌감을 얻기보다는 생의 고독과 존재의 허무함을 느끼게 된다. 3분 여 가량의 롱 테이크, 수평 트래킹 촬영으로 구성된 이 장면은 장 뤽 고다르의 영화 중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바로 자본주의 정치학에 대한 전복적 메시지를 던진 1972년작 <만사형통 Tout Va Bien>에서 10분 여 동안 지속되는 대형 할인점 '까르푸'의 수평 트래킹 쇼트다. 그 만큼 <올드보이> 감금방 격투 장면은 관객들에게 영화적 '쇼크'를 던진다. 또 박찬욱의 영화 만들기가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체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편집 없이 지속되는 이 쇼트는 한국 영화 사상 최고의 명장면 목록에 올릴 수 있을 만한 장면이다.

<올드보이> - 박찬욱은 괴물을 만들었고 그것은 걸작이 되었다
http://www.nkino.com/NewsnFeatures/article.asp?id=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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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쯤이면 슬슬 '장도리 액션' 장면에 대한 얘기들이 나와야 할 것 같은데? 그 정도로 호흡이 긴 롱 테이크를 견뎌낼 배우를 한국에서 발견하리란 쉽지 않을 거야. 정말 잘 찍었더만.
윤: 영화 속에서 제일 긴 테이크 같던데. 몇 분이냐?
박: 약 3분 정도 되지. 원래 그렇게 할 의도는 아니었는데 리허설 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한 테이크로 가자고 결정했던 장면이야.
이: 카메라가 움직이다가 멈추고 다시 움직이고, 이런 방식이 좋더라.
윤: 한 쇼트 내에서 긴장과 완화가 계속 되풀이 된 것 같아.
박: 장도리 액션 장면은 처음에 100개가 넘는 커트로 나눠져 있었어. 정말 현란한 액션 씬으로 구성하려고 그랬거든. 그런데 그렇게 만들 생각을 하니 정말 귀찮은 거야. 이거 언제 다 만드나하는 생각도 들더라구. 사실 그 장면은 스턴트맨도 하기 힘든 부분이었는데, 리허설때 최민식씨가 땀을 삐질삐질 흘리고 숨을 헐떡거리면서 액션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 완전히 감동 먹었었어. 나이 마흔 넘어서도 저런 모습을 보여주니 숭고하기까지 하더라구. 분위기 숙연해진거지. 그래서 저 투혼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좋겠다라고 생각했던 거야.
이: 근데 그건 두 번째 이유일 거야. 첫 번째는 진짜 귀찮아서 한 테이크로 간 걸거야. 15%가 최민식에 대한 존경, 85%는 박찬욱 특유의 게으름 병이 도진 거지.(웃음)

누가 우리더러 올드보이래?! - <올드보이> 심야대담②
http://www.nkino.com/NewsnFeatures/article.asp?id=1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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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원작을 영화화하는 이유는?
- 이야기만 좋다면 화성인이 쓴 소설이라도 가져와 쓸 거다. 이 원작이 아주 보편적인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지, 꼭 일제라서 고른 건 아니다.  

- 왜 하필이면 만화인가?
- 이야기만 좋다면 만화 아니라 만담이라도 상관없다. 이것이 심오한 심리묘사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지, 꼭 만화이기에 고른 건 아니다.

- 왜 하필이면 <올드보이>인가?
- 사실 더 만들고 싶은 만화는 『멋지다 마사루』와 『아즈망가 대왕』이었다. 하지만 도저히 원작을 능가할 자신이 없더라.

- 왜 하필 최민식인가?
- 그의 눈동자가 귀엽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영화계 최고의 장난꾸러기라고 할 수 있다. <취화선>에서가장 좋은 장면들은 늘 장승업이 일부러 짓궂게 구는 모습을 묘사하는 순간이었다. 이 귀여운 남자가 벌이는 피의 모험이 나를 흥분시킨다. 이런 배우라면 극중에서 아무리 잔인한 폭력을 휘둘러도 미워 보이지 않으리라 믿었다. 게다가 그 ‘아햏햏’한 살인 미소! 말하자면 이 영화에서의 최민식은 그 자신이 폭력의 희생자이자 행위자인 동시에 어쩌면 해독제 같은 존재다. 심지어 이 영화의 도입부는 <파이란>에서의 최민식에 대한 오마쥬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기획연재] <올드보이>에 대해 알고 싶은 두 세가지 것들 (2) : 박찬욱 감독이 말하는 <올드보이>
http://www.nkino.com/NewsnFeatures/article.asp?id=11343
|hit:2023|200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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