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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 시계 태엽 오렌지, 아이즈 와이드 셧, A.I.
얼마전 "시계 태엽 오렌지"와 "아이즈 와이드 셧"이 무삭제 심의 통과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2005년 9월에 DVD로 발매될 예정이라네요. 세상 참 좋아졌죠.
도대체 어느 정도인가 궁금해서 보게 되었습니다.

- 시계 태엽 오렌지 (1971)

먼저 스탠리 큐브릭의 작품은, 야합니다. 어지간한 포르노보다 훨씬 야합니다.
물론 포르노는 아니기 때문에 실제 정사신은 아니고 성기노출도 거의 없지만, 그 표현하고자 하는 바는 포르노의 범위를 훌쩍 뛰어넘습니다. 정말 이런 영화가 무삭제로 들어온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더군요.

물론 이 작품이, 1970년대 한창 막나가던 싸이코 시대에 만들어진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 자극성은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을 정도로 엄청 자극적입니다. 예전에 김기덕 감독의 '섬'을 보고 한 일주일을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때가 기억나네요. 그 정도로 충격적입니다.

주제는 단순합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은 존엄하다. 도덕책에나 나올법한 이야기죠. 하지만 그 인간이 정말 인간이 아니라 악마라고 해야 할만큼 심하게 못돼먹었다면, 그래도 그 인간은 존엄한 것인가. 이 영화는 그래도 인간은 존엄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찌 보면 휴머니즘 같은데, 실제 영화를 보면 잔인하기 이를데 없습니다.

영화를 보고 기억나는 장면이라면.. 강간씬에서 가슴부위만 가위로 도려내는 장면.. 보통 포르노에서는 옷값이 아까워서라도 그렇게는 못하겠죠 ^^;; 그거랑 옥상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장면에서, 떨어지는걸 진짜 카메라 떨어뜨려서 찍은거. 그거 찍느라 카메라 몇대를 부숴먹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의상비나 카메라값이나 아낄 줄을 모르는 감독이군요. 그래서 자신의 역량도 아낄 줄 모르고 쏟아붓는 거겠죠.


- 아이즈 와이드 셧 (1999)

이 영화는 니콜 키드만하고 톰 크루즈 부부가 정사신을 연기한 것으로 유명합니다....만, 이들 부부는 권태기에 티격태격 싸우기 때문에 실제 볼만한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보다는 중간에 나오는 사이비 종교에서 집단 갱뱅씬이 훨씬 볼만합니다.

즉 요약하자면, 영화가 야하긴 하지만, 그 야한게 니콜 키드만하고 톰 크루즈 때문은 아니다.는 겁니다. 니콜 키드만의 섹스신을 기대하고 보시는 분들은 상당히 실망하실 겁니다. 다른 여배우들도 충분히 섹시하니까 그걸로 만족하세요. ^^

영화내용은, 돈 잘 벌고 얼굴 잘 생기고 성격도 좋은 멋들어진 남편 톰 크루즈와, 그런 돈 잘 버는 남편을 두고 얼굴도 잘 생겼고 몸매도 좋고 성격도 좋은, 애가 7살인 아내 니콜 키드만의 이야기입니다. 두 부부는 하도 잘 생긴데다가 돈도 잘 벌고 매너도 좋아서 어딜 가나 인기입니다. 하지만 워낙 착해서 아무리 유혹해도 꿈쩍도 안 하죠.

하지만 아무리 착한 부부라 하더라도, 결혼 9년차에 애가 7살이면 시들해지기도 할만한 법. 그런 와중에도 유혹은 끊임없이 들어오고, 이걸 넘어가줘야 돼나 말아야 되나 갈팡질팡하는 사이, 두 부부는 대판 싸우고 남편은 빡돌아서 일탈하려고 작정합니다. 하지만 워낙에 착한 성격에 일탈도 잘 안 되네요. 아내도 마찬가지구요. 그러다 결국 둘이 화해하고 "우리 부부에게 부족한건 역시 섹스였어" 하는 결말로 끝납니다.

영화내용이야 그냥 그렇고, 역시 볼만한 부분은 중간에 사이비 종교에서 하는 집단 섹스씬! 물론 포르노는 아니지만 야하긴 상당히 야합니다.


- A.I. (2001)

스탠리 큐브릭 작품을 쭉- 봐오면서, 그렇다면 혹시 예전에 봤던 A.I.에서도 내가 놓치고 넘어갔던 성적 코드들이 있었던 건 아닐까? 혹은 인간의 비정한 면에 대해서 가슴을 도려내는 듯한 스탠리 큐브릭 특유의 뭔가가 있었던 것 아닐까? 궁금함이 들어서 2배속으로 다시 봤습니다. (곰플레이어에서 C키를 여러번 눌러보세요)

다시 보고 나니 인간이 얼마나 덧없는 존재인가, 그리고 사랑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보잘것 없는 것인가 새삼 느꼈습니다. 물론 스티븐 스필버그 특유의 따뜻함이 녹아들어 있었지만, 그 근간을 이루는 스탠리 큐브릭의 생각은 여전히, 비정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 이런 날카로움이 좋아요.

그래서 참 이 영화가 미묘한 것이, 스필버그의 따뜻함과 큐브릭의 날카로움이 공존하면서도, 그 두개가 서로 녹아들어 미적지근.. 해져버린 것이, 스필버그같은 따뜻함도 모자르고, 큐브릭같은 날카로움도 모자르고. 찬것도 더운것도 아닌것이 미지근해져버렸네요.

마치 댄스가수도 한번쯤은 발라드를 불러보고 싶은 것처럼,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인간적인 유머로 가득찬 감동적인 작품을 하나쯤 만들고 싶은 거겠죠. 큐브릭에게 이 영화도 그런 영화이기를 바랬던 것 같은데. 그러기에 인생은 너무도 짧았던 것 같습니다. 스필버그에게도 과분한 짐이었구요.

- 그래서 결론!

어째 열심히 찍어놓은걸 포르노의 관점에서만 바라봐서 감독에게 미안한 면도 없지 않지만, 결국 작품을 평가하는 것은 관객이 몫이기에! 야하게 찍어놓은 걸 어떡합니까. 포르노로 볼 수도 있는거죠.

영화에 딱딱 결론이 있는게 좋네요. 아무리 악한 인간이라도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를 가져야 한다. 부부관계를 파괴하는 건 섹스지만 유지하는것도 역시 섹스다. 사랑은 환상이고 위안에 불과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다.

역시 따뜻하고 둥글둥글한 영화보다, 이런 차갑고 날카로운 영화가 훨씬 사람 마음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hit:1690|2005/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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