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xacdo.net > 피드백의 장 > 게시판


 



xacdo
http://xacdo.net

영화자막은 왜 세로쓰기일까? / 왜 전부 글꼴이 같을까?
http://kin.naver.com/browse/db_detail.php?dir_id=301&docid=33839

필름2.0 김세윤 기자의 궁금증 클리닉에서 같은 질문이 있어서 김세윤 기자의 글을 그대로 복사했습니다. 도움이 되시길..^^

가로쓰기의 시대 세로쓰기 자막을 고집하는 이유를 본지 47호에서 소상히 밝힌 바, 이후 비스무리한 질문들을 애써 무시했더랬다. 당시 떠돌던 학설은 대략 네 가지. 첫째, 스크린의 가로, 세로 비율을 고려할 때 위아래로 내려 읽어야 시선의 이동 거리가 더 짧다는 '안구이동간편설', 둘째, 역시 스크린 비율을 고려할 때 화면 왼쪽이나 오른쪽에 넣어야 영상을 덜 가린다는 '좌우덜가림설', 셋째, 그 옛날 세로쓰기 관행을 별 생각 없이 계속 쓴다는 '구관이명관설', 끝으로 앞사람 뒤통수에 가려 가로 자막을 읽기 힘든 극장이 많기 때문이라는 '앞대가리자기앞가림설'이 그것이다. 입체적 취재결과 마지막 학설이 가장 그럴듯하며 모든 극장에서 앞사람 뒤통수 대신 정수리를 굽어살필 정도의 좌석 경사도가 확보되는 그날, 감격적인 가로 자막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게 당시 글쓴이의 속단이었다. 그러나 최근 당시의 속단을 발라당 뒤집는 새로운 학설이 출현하고 말았으니(정확히 말하면, '뒤늦게 그런 학설이 있다는 걸 서핑하다 알고 말았으니'), "뒤통수는 가라, 정수리가 왔다!", 감격의 그날이 온다 해도 여전히 세로 자막을 고수할지 모른다는 묵시론적 충격 예언이 그것이다. 오, 신이시여, 그것만은 제발...!

문제의 학설은 '아이 스캔(eye scan) 원리'라 불리는 녀석이다. 즉, 인간이 어떤 장면을 볼 적에 본능적으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이 이동한다는 거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의 카메라 패닝(카메라를 수평으로 쓰윽 한번 돌리는 것)이 90% 이상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움직이고 자동차 역시 화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게끔 찍는다는 말씀. 호러영화에서 일반적인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패닝을 하면서 공포를 유발하는 수법을 쓰는 것도 다 그 때문이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이라 관객이 불안해 한다나? 그리하야 영화관에서도 자막이 오른쪽에 자리 잡았고 공간 구조상 세로로 넣는 게 자연스러웠을 거라 한다. 화면으로 갔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면 그 자리에 어김없이 자막이 나타나게끔... 그럼 비디오는 왜? TV 화면은 사이즈가 작아 시선 이동 거리가 짧기 때문에 가로 자막이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반론. 그럼 외국은 왜 가로로? 어차피 다른 언어는 세로쓰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하고 싶어도 못한다는 논박. 아, 정녕 빈틈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퍼펙트한 이론의 출현이란 말인가! 그러나 글쓴이에겐 '아이 스캔 원리'의 무릎을 꿇릴 회심의 카드가 있었으니, 자막 입력 업체 종사자의 충격 증언이었다. "가로 자막 넣는 공정이 세로 자막 넣는 것보다 더 어려워요. 돈도 더 들고" 돈도 더 들고오고오고오... 푸하하핫! 그러면 그렇지. 경제제일주의가 민족 신앙으로 뿌리내린 한국땅에서 낭랑하게 메아리치는 이 한마디보다 설득력 있는 논리가 어디 있겠느냐. 뭐, 장영실의 후손답게 뭔가 과학적으로 끼워 맞춰 보려는 시도는 가상하나, '앞대가리자기앞가림설'과 '돈이웬수설'을 무찌르기엔 내공이 부족한 이론이라 하겠다. 앞으로 더욱 출중한 가설의 도전을 기대해본다.

그래, 세로쓰기는 그렇다 치자, 흰 바탕일 때 자막 글씨 안 보이는 문제나 해결해다오, 피 맺힌 관객들의 절규에 답할 차례. 그러나 안타깝게도 취재 결과는 절망적이다. 지난주 궁금증 해결에 크나큰 도움을 주신 '승보자막' 이광현 실장의 말. "미국과 유럽은 물론 자막 선진국 일본에서도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아직 개발하지 못했다." 프린트에 글씨 모양대로 새긴 흠집을 영사기 빛이 통과, 스크린에 자막으로 나타나는 기본 원리를 극복할 대안이 없는 한 언제까지고 그럴 것이다. 그나마 흰 바탕에서 제일 많은 글씨를 알아보게 하는 데 탁월한 효능을 발휘하는 건 전통의 동판법이다. 지난주에 설명했듯이 동판법은 프린트를 불로 지져 자막을 입히는 가장 아날로그적 방식. 무식하게(?) 불로 지져대니 테두리에 자국이 남아 지저분해지지만 덕분에 흰 바탕 위에서는 희미한 글씨 윤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최근 타이에서 후반작업을 마치고 들어온 <반지의 제왕: 두 개의 탑>의 경우만 봐도 그렇다. 아예 프린트를 현상하는 과정에서 자막을 새겨 넣는 첨단 자막 공학의 결정체라고 자랑했지만, 하필 간달프가 눈부신 백색의 간달프로 변신하는 통에 "뭔가 중요한 뻐꾸기를 날리기는 하는데 당최 뭔 소린지 알아볼 수가 없다"는 항의를 피할 길 없었던 것이다. 역시 첨단 테크놀로지가 인류의 모든 근심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틱낫한的 깨달음을, 우리는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간달프 어르신의 뻐꾸기와 미취학 아동 콧구멍 언저리스러운 동판 자막의 지저분한 테두리 앞에서 새삼 확인하고야 마는 것이다.


http://kin.naver.com/browse/db_detail.php?dir_id=301&docid=33842

역시 필름2.0 김세윤 기자의 궁금증 클리닉 발췌

가로쓰기의 시대, 세로쓰기 자막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미 본지 47호에서 소상히 밝힌 바, 오늘은 글씨체에 대해서만 알아보도록 하자. 일단 글자 모양이 다 똑같아 보인다는 님의 관찰은 정확하다. 그러나 그 많은 걸 일일이 손으로 쓴다는 추측은 틀렸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외화 번역 자막 서체는 오직 하나. 컴퓨터 서체로 치면 굴림체와 비슷하게 생겨 먹은 녀석이다. 뭐, 최근에 조금 다른 서체들이 등장했는데 그래 봤자 '좀 덜 굴림체'와 '좀 더 굴림체'의 차이일 뿐 그 근본은 같다. 이 서체를 가리켜 일명 '승보체'라 부른다. 1992년에 자막 입력 업체 '승보자막'이 개발한 서체기 때문이다. 한석봉과 김정희의 후예답게 40여 년간 육필 자막, 즉 '손으로 써대기'의 한길을 걸어오던 타 업체들이 신문물을 받아들이는 건 시간 문제. 하나 둘 이 서체를 갖다 쓰더니 마침내 승보체가 자막 서체의 대세를 이루고야 말았다. 물론 '공용'이라고 주장하는 타 업체들과 '도용'이라고 주장하는 승보자막측의 입장 차이는 아직 좁혀지지 않았지만.

지금도 많이 사용하지만 당시 프린트에 자막을 입힐 땐 더더욱 동판법을 썼다. 이게 뭔고 하니 한마디로 글씨를 새긴 동판을 불에 달궈 프린트를 지지는 방식이라. 글씨 모양대로 허옇게 타버린 자리에 영사기가 쏜 빛이 통과하면 프린트의 흠집이 스크린의 자막으로 재림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승보체의 개발이 가져온 변화란 매번 손으로 새기던 동판을 일정한 서체로 가지런히 새긴다는 것뿐이다. 게다가 일반 컴퓨터 서체도 동판에 새겨 지질 수 있다. 그렇다면 뭐가 그리 대단한가. 미안하지만 뭐가 그리 대단하다. 본디 자막은 반명함판 사진만한 프린트 한 컷 쩌~기 구석탱이에 들어가는 깨알만큼 쬐~끄만 글씨다. 아시다시피 한글은 모음과 자음이 한 글자 안에서 서로 얼싸안고 짝짜꿍하는 문자가 아니더냐. 이걸 들입다 지져대니 가뜩이나 좁아터진 집구석에 이리 맞닿고 저리 겹쳐지는 자음과 모음의 이음새가 툭하면 미취학 아동 콧구멍 언저리처럼 지저분해지기 일쑤. 웬만한 서체로 지지면 그야말로 에이, 지지~가 돼버린단다. 승보체의 우수성이 바로 이 대목에서 찬란하게 빛을 발한다. 자음과 모음을 떼어놓아 생이별을 강요하는 독창적인 서체였던 것이다. 극장에서 자세히 보라. 모음과 자음이 맞닿는 부분이 남방 한계선과 북방 한계선 사이에 가로놓인 비무장 지대처럼 규칙적으로 떨어져 있음을 볼 수 있다. 깔끔이 자막이 아니 나올 수 없다.

몇 해 전, 동판법 일색이던 자막 입력 방식에 신기술이 도입되면서 新서체 출현의 찬스를 맞이하기도 했다. 벌겋게 달아오른 동판으로 꾹 찍어 글씨 자국을 남기는 담배빵的 방법 대신 레이저로 프린트를 직접 태워 글씨를 새기는 방식이었다. 최대 강점은 서체가 무엇이든 개의치 않고 자막 입력시 깔끔을 떨어준다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가는안상수체로 시작해서 굵은공한체로 바꿨다가 휴먼매직체로 마무리할 수도 있다. 아, 마침내 서체 다양화의 꿈은 이루어지련가! 웬걸, 승보체의 천년 왕국은 한치의 흔들림도 없다. 첫째. 관객들이 기존 서체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둘째. 굴림체, 혹은 굴림체 '비스무리'한 서체가 사람 눈을 가장 덜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 인터넷 사이트가 굴림체를 기본 서체로 쓰고 있다는 사실로도 간단히 증명된다. 셋째, 어쩌면 이게 가장 중요한 이유일지도 모르겠는데 그게 다 돈이기 때문이다. 한글의 자음과 모음을 요리조리 다 조합하면 총 2,350자나 된다. 고로 새로운 서체를 입력하려면 "한 자당 만 원씩 총 2,350만 원이라는 거금을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의 증언. 사장이 미치지 않은 이상 괜히 그런 짓을 할 리가 없다. 양재튼튼B체가 아니면 영화를 보지 않겠노라는 '천만 관객 서명 운동'이라도 벌어지면 모를까.



--------

디즈니 영화는 가로쓰기에 바탕체 해주던데.

역시 돈의 웬수? 디지털 시대라고는 믿기지 않는군 ㅋㅋ
|hit:5504|2003/08/02
   
민구 신밧드7대양의 전설 봤는데. 가로쓰기였어요 2003/08/02 x
업자 맞소..가로쓰기맞소...
근데 상영관마다 바뀌는것 같소...
스타식스4관은 항상 가로쓰기요...
2003/08/02 x
xacdo 애니메이션은 자막에 좀 돈을 들이기도 합니다. 애들 보기 편하라고 그런지.. 2003/08/03  
Prev
 나체와 수치 / 음란과 폭력 / 은밀한 몸 / 사랑의 발견
xacdo 2003/08/02 5504
Next
 두달 만에 <갈갈이 패밀리와 드라큐라> 만든 남기남 감독
xacdo 2003/08/02 5504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작도닷넷 피드백의 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