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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금렵구 작가 - 유키 카오리 인터뷰

요즘 '백작 카인 시리즈'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려서, 잔혹한 동화라던가 메르헨이라던가 마더 구스 라던가 하는 것을 인터넷에서 정신없이 뒤지던 도중 발견한 것.


由貴香織里 interview

<가련하고 잔혹한 [이상한 나라]의 소녀>

Q 오늘은 유키 카오리의 세계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려 합니다.
우선, 유키 선생님의 작품에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모티브로 한 것이 꽤 있는데,
앨리스의 어떤 점에 끌리신건가요?
A 사실 처음에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앨리스]밖에 몰랐기 때문에 전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찬찬히 조사해 보니까,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작품이란 걸 알게 되었죠.

Q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는 많이 수정되어 있으니까요.

A 앨리스의 연령 설정도 한참 아래이고..6살이던가요?
겉모습도 검은 단발머리 여자애인, 소녀다운 느낌의 귀여움이 느껴졌죠.
그리고 작자의 이름이 마음에 들어요. 루이스 캐롤(Lewis Caroll)이라고, 울림이 멋지죠.
특별히 캐릭터가 마음에 드는 것도 아니에요.오히려 이런 것보다는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마더 구즈]같이 잔혹하고, 그러면서도 우아한 면이 좋습니다.


A 그래요.피가 나오는 것도 아닌데 무서운 느낌이 들지요

Q 그렇죠!예를 들자면 목을 베라고 명령하는 여왕 등은 정말 잔혹하지요.
그리고 앨리스 자신이 말하는 내용도 잔혹합니다.
아이 특유의 잔혹함. 자신이 친구인 다른 아이로 바뀌어진다고 착각하고는 기분나빠하는 앨리스가,
'저 앤 머리도 나쁘고 가난뱅이에다가 구질구질한 집에서 살고 있어서 저 애가 되는 거 싫어!"라고 아우성치죠.
그런 심한 말투가 "여자애란 역시.."란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더군요.
그 외에도 언어유희가 있다던가 쥐의 꼬리 모양으로 글자를 늘어놓은 페이지가 있다던가 하는둥,
여러 재미있는 부분이 많이 들어 있어서 그런 부분에도 끌립니다.
또 루이스 캐롤 자신이 그린 원본 그림의 괴이함도 좋구요.

Q루이스 캐롤이 쓴 원본을 가지고 계신가요?
A예.앨리스에게 준 원본의 복각본 입니다.보시겠어요?
(사진에 실린 책은 유키 선생님이 가지고 계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원본입니다.)
이 책은 앨리스 캘린더를 만들 때 참고했습니다.이 책에 실린 그림은 무섭습니다.
예를 들어 앨리스의 몸이 커지는 장면.
앨리스의 신체 전체가 커지는 게 아니라 목만 쭉쭉 늘어납니다.>
이 장면은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봤을 때 아상하게 생각했어요.
거기에선 앨리스는 단지 몸만 커지는데, 새가 "뱀이다.뱀."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몰랐죠.
하지만 이 그림을 보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덧붙여 신체가 작아지는 장면에서는 머리와 다리가 달라붙어버린 그림이 실려 있습니다.
또 도도에도 매력을 느꼈습니다.루이스 캐롤의 본명은 도지슨(Dodgson)인데, 이 도지슨이라는 이름이 변형되어 도도가 됩니다.
물론 도도 그 자체도 좋아해요.모습도 예쁘고, 전멸해 버렸다는데에서 비장미가 감도는 기분도 들고.


<영국의 풍류를 이야기의 풍미에 가미>

Q영국을 무대로 하신 작품이 많은데, 영국에 집착하는 이유는 뭐죠?

A[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도 영국의 동화입니다만,
이야기 중에 음식이 튀어 관련되어 나오지 않습니까.
[마더 구즈]도 그렇지요.
다과회라든지, 파이에서 뭔가 튀어나온다든가.
이런 식으로, 스토리 자체는 무서운데 그 안에 기묘한 우아함이 있어요.
이러한 점에 호소하는 부분이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저는 영국의 계급 제도나 풍습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제 컴플렉스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여기에 얽매이지 않는 장점이기도 하죠.

Q시대 고증에 지나치게 연연하지 않는다는 말씀이군요.

A그것이 엔터테인먼트의 성질이라고 생각해요.
영국 것을 모티브로 사용하더라도, 단순히 이야기를 서술해나가는 것보다는 [마더 구즈] 노래를 끼워넣어 한층 무섭게 만들어보는 식으로 작업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이러한 풍미가 재미있잖아요.

Q유키 카오리 월드에 영국의 기존 아이디어를 섞어 넣은 셈이군요.

A오리지날 에피소드나 영상을 완벽히 살리는 건 불가능한 것인가?
이건 어느작가에게나 마찬가지인데, 다른 누군가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이란 있을수 없지 않을까요?
전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
외부로부터 자극을 자꾸자꾸 받아들여, 자기나름대로의 풍미를 만들어 나간다면 충분하죠.

Q앨리스의 매력은 독특한 공포에 있다고 아까 말씀하셨습니다만,
유키 선생님이 매력을 느끼는 공포란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A저는 유령을 무서워하기 때문에 만나고 싶지 않아요.
유령이 실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너무 무서워 떠올리기도 싫습니다.
그러니까 창작의 세계가 좋아요.사람이 상상해낸 것은 현실에 있지 않으니까.
예를 들어 좋아하는 공포 영화라면 [페이퍼 하우스]라는 작품.
어떤 여자 아이가 큰 종이에 자기 집을 그리고 그 안에서 잠이 들었는데, 자기가 그린 집이 꿈에서 실제로 나타난다는 줄거리입니다.
이 영화의 에피소드가 무서워요.
그 아이의 아버지는 집에 잘 들어오질 않았죠.그래서 아빠가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아버지 그림을 그립니다.그런데 아버지 얼굴이 무섭게 그려졌길래 눈 주위를 삭삭 지워버린 겁니다.
그 뒤 꿈 속에서 아버지가 돌아와주었는데, 아니나다를까 그림에서처럼 눈주위가 지워져 있는거에요.
"왜 이런 얼굴로 만들어버렸어-"라고 아버지는 화내고.
무섭지 않아요?
그 외에도 [드림 차일드]라던가 인형 애니메이션 [앨리스](독일판)도 마음에 들어요.
마음에 들어서 한 번쯤 들어가보고픈 세계랄까요?
가끔 컬트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 안에 들어가버리고 싶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이상한 이야기인가요..
이와 마찬가지 이유로 인형의 집도 무척 좋아합니다.
인형의 집 책도 가지고 있고, 인형의 집 전시회같은 걸 열면 곧장 보러 가죠.

Q유키 카오리의 작품에는, 이렇게 선생님이 좋아하는 공포감이 녹아 있다는 말씀이군요.

A대부분의 작품이, 제가 사랑하는 공포스러움을 그리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덧붙이자면 피에로도 정말 무서워요.

Q피에로가 작품의 소도구로 나온 적도 있죠.

A옛날에 피에로 인형을 가지고 있었는데,
너무 무서워서 천정 다락에 버려 둔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훨씬 무서운 행위였지만.(웃음)

Q확실히 무섭겠군요.

A[폴터가이스트]라는 영화에서 피에로가 공격해오는 장면도, 엄청 무서운 짓을 하는군하고 감탄 했었지요.
영화 감독은, 이걸 찍으면 무서울것같은 장면을 일부러 찍지 않습니까.
저도그런 걸 하고 싶습니다.실은 저, 영화 감독이 되고 싶었는걸요.만화가가 아니었다면.


<영혼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Q예전에 우주의 종말에 대해 생각해보면 무섭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나요?

A무섭습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다시 태어나(환생할지 안 할지는 모르지만) 전생을 반복한다면,
그 사이 지구는 사라지겠지요.
별에게는 수명이 있으니까요.
그렇게된다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되죠.
무의 상태입니다.
지구가 사라진다면 저희들도 사라지겠죠.
사라진다는 것이 무섭습니다.
그리고 만약 환생한다해도,
현세에서는 제 어머니였던 사람이 다음 세상에서는 어머니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전혀 모르는 사이가 되어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해보면, 그것도 불안해요.
또, 영혼이 어디에서 오는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봅니다.
인간이란 신체만 존재하더라도 영혼이 없어지면, 진정한 의미에선 살아있다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콜드 슬립같은 것으로 다음 세대로 목숨을 이어가는 기술이 있잖습니까.
하지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건 영혼이 신체로부터 쫓겨나가는 셈이잖아요.
뇌의 명령으로 신체가 움직인다해도, 신체만으로는 진정한 의미에서 다시 살아난 것이 아닙니다.
혼이 필요하죠.
이런 생각에서 [나사]라는 작품을 그렸습니다.


<주인과 집사의 이외의 관계>

Q그건 그렇고, 유키 선생님 작품은 에로틱하다고 생각됩니다만..

A작가란 전부 호색가가 아닐까요?(웃음)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Q에로틱하다는 건 야한 것과는 틀리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사라와 세츠나가 맺어지는 장면은 너무 분명히 그려져 있어서 야하게 느껴지질 않아요.

A그리는 사람은 굉장히 부끄럽다구요.(웃음)

Q저는 다른 장면에서 에로틱함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주종 관계를 그리는 방식.
무서울 정도로 집착하는 사랑의 표현 방식으로, 애증의 또다른 형태를를 느끼시는 것은 아닌지요.

A그건 잘라 말씀드리자면, 지나친 생각입니다.
카인과 리브는 연애 관계였다고 생각하시는 독자가 많은 것 같은데,
전 그런 건 생각해 본 적 없습니다.확실히 그런 면도 있긴 합니다만.(웃음)
이런 것이 작가의 성질인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뭔가 생각치도 못한 것을 그려 모두의 기억에 남게 하고 싶어하는 겁니다.
그리고 주종 관계의 진상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전 주인공에게 자신을 투영시키는 타입이라
항상 카인에게 감정 이입을 하지 않으면 그려 나갈 수가 없습니다.
거기다가 전 제멋대로인 성격이라서,
어떤 인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되면 곧 그림을 그립니다.
리브는 어머니같은 인물입니다.
어미닭과 병아리의 관계이죠.
보호하고 싶다, 무조건 돌보아주고 싶다라는 제 욕구의 표현입니다.
따라서 주종 관계같은 건, 실은 그다지 중시하지는 않습니다.

Q과연 그렇군요.전 두사람의 관계가 호모같이(이런 말은 운치가 없습니다만)느껴진 적은 없습니다만,
맹목적으로 주인에게 봉사하는 존재란 것이 묘하게도 에로틱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A제 캐릭터는 감정 이입이 지나치게 되기 싶죠.(웃음)
하지만 그 정도로 심한 감정 이입이 되지 않으면, 이렇게 강렬한 이야기를 진행시키기 어렵습니다.
상대를 제어 죽인다던가 맹목적으로 누군가를 지켜준다던가..
그것도 30페이지로 드라마를 창조해내려면 이런 건 꼭 필요하지요.
이러한 강렬한 감정 이입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평범한 인물이 아닌,
마음속에 뭔가 신념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어야 합니다.
인간이란, 단순히 살아있기만 해서는 허망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뭔가 신념이 있어야해요.
따라서 뭔가 마음의 지주가 될만한 것을 멋대로 만들어내고,
그것을 향해 살아가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에겐 만화가 지주에 해당하겠습니다만...이야기가 좀 새어버린것같군요.


<인간의 과거가 이야기를 움직여 나간다.>

Q유키 카오리 작품의 특징 중 하나로,
서브 캐릭터 한사람 한사람에게도 개성적인 에피소드가
설정되어 있는 것을 들 수 있다고 여겨집니다만..
제작 순서는, 전하고 싶은 테마와 메시지를 먼저 정하고,
이를 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에피소드를 만들어 나가는 식인가요?
아니면 그리고 싶은 에피소드를 먼저 정하나요?

A테마가 먼저 떠오른 적은 없군요.
"이런 이야기를 그리고 싶어."란 생각에서 시작해,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것과 함께
"하지만, 어째 이사람은 이렇게 행동할 것 같은 느낌이 들어."라는 식으로 고찰해나갑니다.
여기에서 "아하, 이사람은 이런 행동을 했으니까 요렇게 된거야."
라는 식으로 살을 붙여나가 최종적으로 테마에 이릅니다.
메세지라는 것은 최후에 붙이는 셈이지요.

Q극단적으로 말해, 특정 장면을 그리고 싶어 스토리를 만든 적도 있나요?

A아, 그런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싶었던 것은 피투성이가 된 천사들>

Q아직 안 그린 것 중, 그려 보고 싶은 소재가 있나요?

A데뷰전에는 그리고 싶던 작품이 있었습니다만, 지금 생각해보니 별로 신통치 않군요.
제 만화의 뿌리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만.

Q그 당시에 좋아했던 소재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작품입니까?

A그렇습니다.역시 미국 영화를 좋아했다는 걸 알아챌 수 있는 작품이지요.
특히 청춘 영화를.
당시 그리고 싶던 작품에는,
세 명의 미국인 소년이 각자 사랑의 행로를 그려나가는 내용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아웃사이더] 같은 작품이죠.
몇 부작이든 상관없으니 캐릭터의 성장을 계속 주욱 따라가 죽기전까지 모습을 반드시 그린다!
라고 굳게 마음먹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저 그렇다는 느낌이 드네요.

Q[천사금렵구]도 훨씬 옛날부터 그리고 싶던 작품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만.

A그렇긴 해도 그렇게 옛날은 아닙니다.

Q역시 작품 전체적으로도, 그리고 싶은 스토리는 앞에, 테마는 뒤에 붙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A확실히 작품 전체를 보자면 테마는 뒤에 가게 되더군요.
그러면 [천사금렵구]의 테마가 뭐냐는 질문을 받을지 모르겠는데, 저도 잘 모릅니다.(웃음)
그리고 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는,
조직적 세계에 소속된 천사 한사람 한사람의 애증이 얽히고 설켜 피투성이의 잔혹한 지옥도처럼
되어버린 세계를 그리고 싶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러므로 작품에 등장하는 비교적 평화스러운 장면은, 특별히 그리고 싶어서 그린 것은 아닙니다.
물론 이야기의 골격을 위해 그런 것도 필요하기 때문에 그리고는 있습니다만.

Q그렇다면, 최근 가장 그리고 싶으셨던 것은 [천사금렵구]의 피비린내나는 애증극?

A그런 셈인가..  천사의 세계에는 수많은 계급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재미있겠는걸!"이라고 생각했어요.

Q천사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나서 시작한 작품인가요?

A예.[야상(夜想)]이라는 책을 보고 나서죠.
하지만 베이스가 된 작품은 이미 있었습니다.
[1/2 MOON]이라는 만화에요.
악마인 여왕님과 왕자님이 지구에 내려와,
여자 아이돌 가수에게 들러붙은 악마를 퇴치한다는 작품이었지요.
그걸 읽고, 동경을 날아다니는 천사와 악마를 그리고 싶어졌습니다.

Q그렇다면 세츠나가 주인공으로 정해진 것은 나중에 가서의 일인가요?

A음.뒤에 가서 그렇게 된거죠.
[천사금렵구]를 그릴 기회를 잡았을 때에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천사금렵구]를 시작하기전의 휴식 시간은 한 달 정도밖에 없었어요.
그것도 그 기간동안 칼라 원고완성같은 잡다한 작업이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스토리를 구상할 시간이 거의 없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면서 시작했습니다.
그 때, 전 이런 것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렇게 보자면 카인 시리즈는 좀 지루했었죠.제약이 많아서.
무대가 인간의 세계였으니까요.
이 점에서 [천사금렵구]는 무엇을 해도 자유였습니다. 판타지는 이런 점에서 좋아요.
마법같은 걸로 결말을 내버리면 뭐든지 오케이니까.


<중요한 것은 즐거움을 주는 일>

Q작품을 그릴 때 명심한다든가, 절대 빠트리지 않으려고 주의하는 부분이 있습니까?

A저는 영화를 볼 때에는, 울고 싶어서 빌려옵니다.
감동을 받기 위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감독이 "어디 놀라 봐"라고 말하면서 찍은 것같은 영화를 좋아해요.
서비스 정신이 왕성하다고 할까.이것이 프로란 느낌이 들어요.
만화도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제가 그린 작품을 다른 사람이 읽게 하는거니까, 가능하다면 오락성을 중시하자는 쪽으로.
가끔은 그렇지 않은 작품도 그리고 싶습니다만.
전 독자를 놀래주고 싶어, 배신감 느끼게 해주고 싶어라고 생각하면서 그림을 그립니다.

Q그 오락성이란 것이 선생님의 공포물에 흐른다는 말씀인가요?

A무섭다는 것, 즐겁지 않습니까?
물론 저도, 소름이 끼칠 것같은 무서운 만화는 그리고있지 않습니다.
밤에 잠도 못자게 만들것같은 종류의..그런 작품은 그리기 괴로울 것같고.
그런 기분을 의식하며 그린 작품이 [잔혹한 동화들]입니다.
괴담 분위기를 넣으면서 무섭고 잔혹한 이야기를 그리려했죠.
트랜실베니아의 꼬챙이형벌 공작([흡혈귀 전설])의 꼬챙이 숲 이야기를 듣고,
재미있겠는데 이걸 그려야지라고 생각한 것이 계기입니다.
꼬챙이 숲 이야기는, 어느 날 마을 사람이 숲을 걷고 있는데
"숲에서 무슨 냄새가 나는데"라고 생각해 휙 올려다 보니까,
나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무가 아니라 전부 사람이었다는 줄거리의 이야깁니다.
그것을 [잔혹한 동화들]의 첫머리에 변형시켜 그려넣었지요.

Q그렇다면 그리고 싶던 것이 스토리가 아니라, 분위기가 목적인 적도 있다는 말씀인가요?

A하지만 분위기만 그리면 작품이 재미없어지니까,
분위기적인 면은 가능한 범위 안에서 표현하는 정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는 의상에도 신경쓰고 있지요.
[백작 카인]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성 드레스는 시대 고증을 무시하고 있습니다.
멋지면 다 오케이 라는 식이죠.(웃음)
이런 건 속물 냄새가 나기도 합니다만, 이런 속물성이 없으면 독자들도 재미없어 할겁니다.
서비스 정신이 없는 딱딱한 만화가 되어버리겠죠.


<애처롭고 아름다운, 소멸해버린 것들>

Q유키 카오리의 작품 중 [사력왕국(砂礫王國)]만이 이질적인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사막을 무대로 고른 이유는 뭡니까?

A단순히 모래에 대한 동경이랄까요.모래, 끌리지 않나요?
손가락 사이로 흘러 내리는 모래의 허무감..거기다 사막은 그리기도 수월하답니다.

Q사막을 무대로 한 작품은 많죠.유적에도 여러 가지 전설이 있고.

A모래가 되어 사라져버리는 소멸한 것들의 세계랄까..

Q단순히 사막이 아니라 뭔가가 존재해 있었지만 모두 무너져버린, 그런 이미지가 있다는 뜻이겠죠?

A그렇지요.사막에 파묻혀버린 동경의 빌딩가따위를 영화에서 보면 정말 멋진것 같아요.
풍화해버린 것의 애수랄까..하지만, [사력왕국]이 본래의 제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가 제 본령이니까요.현재는 여러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만,
판타지가 최종적인 제 길인 것 같네요.
[천사금렵구]나 [사력왕국]도 똑같이 판타지라고 생각합니다.


<지향점은 흑과 백만의 세계>

Q유키 선생님의 그림은 특히 명암이 분명한데, 흑과 백의 대비가 인상적이신가요?

A그건 아마 최근 어두운 장면이 많아져서 그런것 같군요.
검은색에는 검은 색, 흰 색에는 흰 색 이런 식으로.색의 대비를 중시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물을 어둡게 그릴 때에는 배경을 새하얗게 그린다든지.
동경의 대상은 흑과 백뿐인 화면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림을 그리려면 시간이 상당히 들죠.상당한 실력을 가지고 시간을 충분히 들여,
사진을 그대로 옮겨 그리는 정도가 되어야 검은 색이 멋지게 표현됩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실력면에서도 시간면에서도 무리이고 어시스던트도 여기엔 익숙하지 않아서,
톤을 붙이는 것으로 타협보고 있죠. 전 다른 사람보다 톤을 많이 사용한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건 언젠가 목표로 삼았던 것이 있어서 그래요.
격월간으로 일회에 10페이지정도 밖에 발표 안 하시는 만화가분이 계시잖습니까.
그림에 각별히 중점을 두시는 분들 말예요.
그런 분들과는 장르가 다르니까 무조건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런 그림이 동경의 대상이기 때문에 톤을 잔뜩 붙이게 되더군요.


<육감적인 선을 인간적인 표현을>

Q그 외에도 그리실 때 주의하시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A그림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제 취향에는 변화가 있어서 당시 자주 그리는 그림쪽으로가게 되더군요.
현재 목표로 삼는 것은 인간적인 그림입니다.
아까 '에로틱한 것'에 관한 이야기에도 관련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가능한 한 인간적인 선을 그리고 싶어요.
애니메이션같이 정말 섹시한 피부를 그리는 사람도 있습니다만,
골격이 안 들어간 느낌이라 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제가 지향하는 것은,
보다 육감적인 그림입니다.

Q생생함같은 건가요?

A그래요.그 쪽이 마음에 드네요.
에로티시즘에 관해 말씀드리자면, 전 그것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 누드는 별로 그리지 않습니다.

Q확실히, 별로 그리시지 않지요.

A그럼 어떤 식으로 에로틱함을 표현하는가하면요.
껴안고 있는 장면에서 머리카락을 치켜올리는 손가락이라든지 옷의 주름같은 걸로 대신하죠.
직접 보이진 않지만 "어디다 손을 넣는거야, 너!"라는 대사로 대신한다든지.
그런게 서비스 정신이랄까 오락성이겠죠.
이번에 그린 회에서 쿠라이가 당하는 장면이 있습니다만,
적어도 대사만 읽어서는 당했는지 아닌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리는 도중에 "이래선 별로 야하질 않잖아."라고 생각해
밑그림을 지워 버리고 훨씬 위험하게 그렸습니다.
이런 식으로 다시 그린 부분은, 매회 2-3회 정도 있습니다.


<서비스 정신은 드라마의 정수>

Q선생님 작품에는 매력적인 남자가 많이 등장합니다만,
남자의 섹시함을 표현하기 위해 신경쓰시는 때도 있나요?

A남자의 섹시함!?(웃음) 우선 눈 모양에 신경씁니다.
그리고 여자같은 남자는 사양. 남자다운 면을 그리고 싶습니다. 의지라던가 체형 면에서..
다음은 손가락.남성 손가락은 가능한한 길고 멋지면서 섹시하게 그려지도록 주의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서투르지만. 그리고 남녀 모두, 머리카락에도 상당히 집착하고 있습니다.

Q머리카락에 집착!?

A저는 머리카락 성질의 설정이란 걸 하고 있습니다.(웃음)
딱딱한 머리카락이라던가 부드러운 머리카락같은 건 그림으로 봐선 잘 나타나지 않지만..
이번에 그린 아스타로트도, 탈색된 것같이 메마르고 손상된 머리카락으로 설정되어 있어요.

Q마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손상될 것같지는 않습니다만..(웃음)

A손상된 머리카락을 좋아해요.밴드 붙인 모습을 좋아해서.(웃음)

Q만약 각각의 캐릭터가 머리 감는 장면이 있는데,
각자 쓰는 샴푸의 상표가 다르면 이상할지도 모르겠네요.(웃음)

A입욕제도 그렇겠죠.(웃음)

Q그러고보니 로시엘의 목욕 장면도 있었군요.

A그것도 서비스신이었습니다.
원래는 단순히 회의실에서 대화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이건 꽝이야!목욕하고 있는 장면으로 변경이야! 그것도 장미 욕조에서!"이렇게 되었죠.(웃음)

Q굉장한 서비스 컷이로군요.(웃음)

A비슷한 예로, 카탄이 원래 몸으로 돌아와 로시엘과 재회하자
로시엘이 "난 아름답다"라고 계속 말하는,
어질어질하게 만드는 장면이 있습니다만 그것도 최초에는 다른 내용이었어요.
하지만 보다 드라마틱하게 만들자.독자들 현기증나게 만들자!라고 목숨걸고 생각한 끝에,
"그래, 이 녀석은 변태였지."라는 것을 깨달았죠.(웃음)
로시엘은 줄곧 "난 아름다워."라는 말만 하니까,여기서도 이런 대사를 하면 되는거야라고.  
그것도 만난 순간에는 기뻐하는 얼굴이 아니다.
최초에는 거부를 한다!그 후 감정이 북받쳐 밀려와,
나중엔 "사랑의 폭풍이닷-!"이런 식으로요.(웃음)

Q그런 것을 혼자서 밤중 내내 생각하시나요?(웃음)

A막상 생각해내면 기쁘다구요.그게 최선이라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정작 그리려들면 부끄러워지더군요.(웃음)
담당자분께 전화해서 "그리려보니 부끄러운데요.."라고 상담하죠.
담당자분의 "재미있겠는걸요."라는 한 마디를 들어야 겨우 그릴 용기가 납니다.

Q유키 카오리 작품의 특징적 세계관은 그러한 장면들이 누적되어 탄생하는거군요.

A그래서 너무 야하기만 한 작품이란 소릴 듣는 건 싫어하지만,
섹시해서 좋네요라는 말은 저에게는 칭찬으로 들리곤 합니다.(웃음)
이런 소리만 듣는 것도 좋아하진 않지만요.내용도 눈여겨 봐주셨으면 하니까.


(1997년 5월 23일 유키 선생님 작업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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