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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는 집어 치워라 - 김윤아
2005년 3월 30일
헛소리는 집어 치워라 - 김윤아


멤버들과 만나게 된 것도 이제는 10년도 더 된 이야기.
이미 우리는 단순히 한 밴드의 멤버들이 아니라
서로에게 가족과 다를 바 없는 끈끈한 사이이다.
오버그라운드에서의 7년 동안의 활동은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음악만을 할 수 있는 자유를 우리에게 주었지만
또한 근거 없이 남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로부터
터무니없는 오명을 얻게 하기도 했다.

우리 네 명이 소중하게 생각해서 지켜온 것들,
또 우리가 긍지를 가지고 자랑하는 것들이
마음대로 왜곡되어 회자되는 것을 그냥 보고 있었더니
그 비뚤어진 헛소리들이 기정사실화 되어 버리는 느낌이다.
헛소리는 헛소리로 끝내자.




1. 자우림이 돈독이 들어 상업적인 앨범을 만들고 있다??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다.
당신이 가수건 화가건 배우건 교사건 직업에 상관없이
농담 따먹기와 짝짓기, 타인 비하하기 일색의
웃고 떠드는 버라이어티 시스템에 적응하여
여기저기 얼굴을 내밀고 인지도를 높인 후
각종 업소 ,행사장, 이벤트, 밤무대에 출연하면
월수입 수천에서 억대까지 기대할 수 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면 당신도 참고하라.

또한 자신의 팀에서 함께 웃고 울고 동료애를 나누었던 동료들을 배신하고
‘너 혼자 우리 회사로 옮기면 계약금 **원을 주겠다.’고
꼬시는 음반 기획자의 회사로 옮겨라.
새로 나올 앨범이 쓰레기로 가득 찰지언정 통장 잔고를 보면 흐뭇해진다.

아니면 아예 히트 곡을 양산한 스타 작곡가들과 손잡고
당신이 이해할 수 없는 곡들을 마구 연주하는 방법도 있다.
밴드 나부랭이와는 달리 대중의 취향을 정확히 읽고
그들에게 사탕을 물려줄 능력이 있는 스텝들과 일하고
밴드 음악 따위는 잊어버려라.
밴드 음악? 한국에선 돈 안 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애초에 자우림은 틀린 선택을 했다.
클럽밴드 시절,
‘윤아씨랑 태훈씨는 비쥬얼이 좋으니 둘이만 따로 판 내자. 돈이라면 좀 쥐게 해 준다’거나
‘윤아씨, 솔로로 데뷔 시켜줄 테니 밴드랑 헤어지지.’
하고 꼬시던 기름기 흐르는 아저씨들을 따라갔다면
지금쯤 돈 방석에 앉아있을지도 모른다.
아이고 이거 후회돼서 어쩌나.

덧붙여, 당신은 상업商業이라는 단어의 사전적 의미를 알고 있는가.

상업2(商業) :상품을 사고파는 행위를 통하여 이익을 얻는 일.

드보르작이나 그레고리안을 연주한 클래식 음반도
판매용으로 전시되어 있다면 상업 음반이다.
라트라비아타나 판소리 12마당의 공연도
티켓을 판매해 이득을 얻고 있다면 상업적인 공연이다.
앨범을 공짜로 나눠주지 않고 팔고 있는 것이 불만이라면
당신도 한국의 경제 회복을 위해 월급을 받지 말고 일해라.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헛소리가
2. 말이 좋아 자우림, 거, 김윤아 밴드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밴드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인데다가
마쵸, 그것도 패배자 마쵸일 가능성이 높다.

첫째, 묻고 싶다.
자우림 앨범에는
우리 팀의 소중한 기타리스트 이선규,
소중한 베이시스트 김진만,
소중한 드러머 구태훈의
훌륭한 연주와 곡, 그리고 세계관이 담겨 있는데
왜 당신의 시선과 귀는 보컬리스트 김윤아에게만 머물러 있는지를.
왜 자우림이라는 숲을 즐기지 않고
김윤아라는 나무만을 도끼로 찍어보려고 애쓰고 있는지를.
당신, 혹시 날 좋아하는 거 아니야? (아 좀 싫다.)

둘째, 묻고 싶다.
내가 여자가 아니라 남자 보컬리스트였다 해도
내가 곡을 만들고 카메라에 한 번 더 비춰지는 게 지금처럼 못 마땅했을까?
당신, 마쵸지?
치마를 두른 주제에 남자 멤버들 뒤에서 배실 배실 웃으며
멍청한 농담이나 하지 않고 내 목소리를 내는 게 못 마땅한.

4명의 성인으로 이루어진 공동체가
누군가 한 사람의 독선적인 지시에 의해 움직인다면,
그 공동체가 어떻게 10년 동안 잡음 한 번 없이 즐겁게 공존했겠는가.
자우림이 김윤아 밴드라고 생각해서 기분이 나쁘다면
제발 부탁이니 우리 음악 좀 듣지 말아 달라.





자, 또한 대표적인 헛소리,
3. 김윤아 성형한 주제에 페미니스트인 척 하고
미스코리아, 실리콘벨리 같은 노래를 부른다?

김윤아가 성형했다는 터무니없는 헛소리는 도대체 어디서 유래했을까?
성형을 했다면 도대체 언제, 그리고 어딜 했단 말인가?
누군가 내가 잠든 사이에 나를 수술대에 올려놓고
쌍커풀을 만들고 코를 세우고 눈을 찢고 턱을 깍았다는 말인가?
그리고 나서 나를 다시 내 침대에 돌려놓았다는 말인가?

김윤아 성형설을 침 튀기며 주장하는 사람들은 보통
어디서 이상하게 나온 사진 몇 장을 주워다 늘어놓고
증거랍시고 제시하는데,
이상하게 나온 옛날 사진이라면
내 사진 보다 당신 사진에 훨씬 더 많지 않을까?

나는 애초에 이런 얼굴로 태어났다.
아무리 당신이 김윤아가 성형했다고 주장하고 싶다 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이다.

내가 화장품 모델을 하자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김윤아는 미쓰코리아 부르고 페미니스트인 척 하면서 화장품 모델을 한다.’ 고.
이 문장에는 3가지 오류가 들어있다.

첫째, 자우림의 미쓰코리아는
선규오빠가 더 이상 미인대회 출전자들이
예쁘지 않은 것을 보고 열 받아서 만든 노래이다.
물론 이 노래는 미인대회 자체를 비꼬고 있기도 하다.
우습지 않나, 아줌마 파마를 한 사람들이 한 줄로 서서
구두를 신고 파란 수영복을 입고 번호표를 달고 입에 경련을 일으키며 웃고 있는 모습이.

둘째, 과연 김윤아는 ‘페미니스트인 척’ 한 적이 있는가.
나는 여성으로 살고 있는 것이 행복하다.
여성으로서의 나의 몸이 좋고 여성으로서의 나의 존재가 너무 좋다.
유행색으로 메이크업 하는 것이 좋고
실크 스카프를 두르고 쉬퐁 원피스를 입는 것이 너무 좋다.
임신 할 수 있고 수유 할 수 있는 나의 존재가 너무 좋다.
다시 태어나도 나는 여성으로서 살고 싶다.
그렇지만 나는 여성인 나를 사랑하며 살고 있을 뿐
‘나는 페미니스트다!! ’고 외친 기억은 없다.

김윤아는 페미니스트이다. 라는 수식은
당신들이 만들어 나에게 씌운 표현 아닌가.
똑똑한 여자들을 ‘여자가 나댄다’고 폄하하며
‘재수 없는 페미니스트’라고 마녀 사냥하는 바로 당신들이 말이다.

셋째,
당신은 왜 여성이 화장을 하고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것이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나?
여성이 아름다워지는 것이 부정不淨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당신은,
명확한 마쵸다. 그것도 여성을 성녀 아니면 악녀로 구분하는 냄새나는 마쵸.

나는 내가 더 아름다워지기를 원한다.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나 예쁘게 보여서 앨범을 더 팔기 위해서가 아니다.
스스로 더 아름다워지기를 바라는 것이 인간의 본성 아닌가.
당신의 본성은 절대 그렇지 않다고 단언할 수 있나?
만약 그렇다면 당신은 지독하게 비뚤어진 애정 결핍의 콤플렉스 덩어리다, 라고
단언 할 수 있겠다.




또 덧붙이고 싶은 헛소리는
4. 자우림, 또는 김윤아의 음악이 자의식 과잉이라 못 들어주겠다, 라는 것인데,
허허, 이것은 대략 난감하다.
음악을 만들고 동시에 연주하는 자들은 원래 모두 자의식 과잉이다.
스스로의 내부에서 넘쳐 흘러나니까 음악이라는 그릇에 내용물을 담을 수 있는 거다.
음악이건 미술이건 무용이건 문학이건
표현하는 일을 하는 자들은 모두 같다.
그냥 당신이 우리의 자의식을 이해 못하거나, 그것이 싫다고 말하면 된다.

‘이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은 자의식 과잉이라 못 듣겠다.’ 는 문맥상 옳지 않다.







당신한테는 더 많은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 노래가 어떤 것인지
미리 알 수 있는 능력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불행하게도 자우림 멤버 넷에게는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할 능력밖에 없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길을 걸어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우리가 원하는 길만을 택해서 걸어갈 것이다.
미안하지만 우리의 음악에 타인을 위한 배려는 처음부터 없었다.

자우림은 30만장이 팔리던 300장이 팔리던
앞으로도 지금처럼 똑같이 음악을 할 밴드다.
좋으면 공감하고, 싫으면 듣지 말라.
그리고 헛소리는 이제 집어 치워라.
|hit:4941|2005/06/27
 
xacdo 이 글에 대한 나의 코멘트.
자우림 음악이 그다지 상업적이 아니라는 말에도 동의하고,
김윤아는 성형 안 했고,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김윤아 솔로음악이 자의식 과잉이라고 해서 비판할 것도 없다.

근데, 자우림이 김윤아밴드라는 말은 맞는 것 같은데. 김윤아는 자우림 없이도 음악할 수 있지만, 자우림은 김윤아 없이는 안 돼. 실제로 초코크림롤스도 영 별볼일 없었고, 심지어는 수요예술무대 라이브조차 김윤아만 정신없이 카메라를 잡고 있으니 원.
물론 멤버들이 서로 끈끈하게 다져져 있으니까 지금껏 음악을 함께 해 온 거겠지만, 그것과 별개로 정말로 자우림은 김윤아밴드라고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쁜 의미에서가 아니라 좋은 의미로. 단적인 예로 김윤아도 솔로앨범에서의 음악이랑 자우림에서의 음악이 다르잖아? 즉 자우림의 김윤아는 자우림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거지.

하여간에 누님 너무 멋지세요♡
2005/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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