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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악과 미래음악 이야기
전자음악과 미래음악 이야기






20세기 후반부터 급속히 발전한 테크놀러지는 과학을 우리 생활 깊은 곳으로 가져왔다. 전화·냉장고·오디오·컴퓨터 등은 이미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어 버렸을뿐만 아니라, 테크놀러지는 심지어 예술영역의 일부를 차지해 버렸다. 오늘날 많은 현대 작곡가들이 전자음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특히 대중음악을 포함한 실용음악에 있어서 전자악기, 믹서와 스피커 등 여러 가지 전자기기들은 필수가 되어 버렸다.
그러나 사람들은 종종 테크놀러지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한다.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테크놀러지를 버리고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 있었다. 예술가들 역시 테크놀러지가 예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 이 시대의 테크놀러지는 과학과 자연을 분리해 놓았기 때문이다. 테크놀러지는 자연을 파괴하는 하나의 적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과 과학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것을 잊고 있다. 과학과 테크놀러지의 발전은 어쩌면 많은 영화나 소설에서 볼 수 있듯이 인간의 파멸을 가져올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테크놀러지의 발전이 가져올 여러 가지 미래의 가능성 중 부정적인 한 가지에 불과하다. 다른 긍정적 가능성 역시 많이 있다. 우리는 테크놀러지를 버릴 필요는 없다. 단지 테크놀러지가 자연과 긍정적인 관계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것은 음악가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미래의 열쇠이다.





음악 테크놀러지의 시작  



테크놀러지가 음악의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5세기경 피타고라스의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교적 본격적인 테크놀러지의 영향은 20세기부터라고 할 수 있다. 19세기 후반에 개발되었던 Telharmonium 등을 기점으로 Theremin·Ondes-Martenot, Hammond Organ, RCA synthesizer, Moog synthesizer 등의 전자악기들이 속속 개발되었고 작곡가들에 의해 사용되었다.
20세기 초는 작곡가들이 새로운 음향에 많은 관심을 갖던 때였다. 작곡가들은 기존 악기에서 쓰이지 않던 여러 가지 다른 주법을 개발함으로써 새로운 음향을 추구했다. 예를 들면, 현악기의 경우 활의 대를 이용해 연주한다든지(col legno) 브리지 위에서 연주하는(sul ponticello) 등의 기법과 심지어 몸통을 두드리는 등의 타악기적 연주법 등이 있었다.
관악기의 경우는 입술의 강도와 운지법을 바꿔 만드는 멀티포닉스(multiphonics) 등의 연주법이 개발되었다. 또한 기존에 쓰이지 않던 새로운 악기들을 도입하는 시도가 많았다. 특히 타악기의 역할이 매우 커져 그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타악기 앙상블을 위한 곡이 작곡되기 시작했다.
이런 시점에서 전자악기가 작곡가들의 관심을 끈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러나 작곡가들이 본격적으로 전자매체를 이용해 곡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를 전후해서였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쉐퍼를 중심으로 구체음악 스튜디오(Studio de Musique Concrete)가 설립되었고 독일 퀼른에서는 Herbert Eimert를 중심으로 WDR(서독 라디오 방송국) 내에 전자음악 스튜디오가 설립되었다. 파리에서 활동했던 주요 작곡가로는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 페라리(Luc Ferrari) 등이 있고 퀼른에는 스톡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 리게티(Gyorgy Ligeti) 등이 있었다.
이들은 실생활의 여러 가지 소리를 녹음한 후 다양한 편집을 통하여 전혀 새로운 소리를 얻어내기도 했고, 전자기기를 이용해 파(wave)를 발생시켜 그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소리들도 만들어냈다.
이 두 스튜디오 뿐 아니라 이탈리아와 미국 등 세계 곳곳에서 전자음악이 만들어지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소리를 만들고 변형하는 이론과 기술들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다.





음악성 있는 기계의 탄생  



녹음과 소리합성의 테크놀러지는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음향의 가능성만을 가져다 준 것은 아니었다. 전자기기라는 새로운 도구는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상상력을 갖게 하였고 이는 컴퓨터의 개발과 함께 작곡법 자체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미국 태생의 화학자이자 작곡가인 힐러(Lejaren Hiller)는 동료인 아이잭슨(Leonard Issacson)과 함께 1957년 을 쓴다. 이 작품은 세계 최초로 컴퓨터를 이용하여 작곡한 첫 작품으로 인정되고 있다.
이 작품의 음악적인 가치는 논란의 거리가 될 수 있지만 이 작품이 갖는 의의는 인간만이 가지고 있던 음악성을 최초로 기계에 심어 주려는 시도에 있다. 비록 힐러가 Illiac이라는 컴퓨터에 심어준 음악성은 전통 음악의 작곡법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좀 더 알고리즘화되거나 시스템화된 이후의 작곡법의 시초가 되었다.





컴퓨터를 통한 작곡방식  



컴퓨터를 통한 작곡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첫째는 기존의 작곡법을 시스템화하여 비슷한 음악을 재생산하는 방식이며, 둘째는 물리적인 원리나 이론을 이용하여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방식이다.
기존의 작곡법을 시스템화하기 위한 기술은 그 동안 매우 활발하게 연구되어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기존 음악의 선율·화성·리듬 등의 요소를 분석하고, 분석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비슷한 음악을 만들어내는 일이 가능해졌다.
실용적인 분야에서는 Band-in-a-Box라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이 프로그램은 마디에 화음을 넣어주고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여러 가지 음악 스타일 중 하나를 고르면 자동으로 반주를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이다. 최신 버전에서는 유명한 음악가의 스타일로 솔로까지 연주하는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새로운 음악 창작이라는 면에서는 그리 큰 영향을 주지는 못하지만, 분명히 실용적인 분야에서는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물리적인 원리나 이론을 이용하는 작곡법은 비교적 새로운 이론인 셀룰라 오토마타(Cellular Automate) ·카오스(Chaos) ·프랙탈(Fractals) 등의 방법을 선율이나 화성의 작곡에 그대로 도입하는 방식이다. 즉, 어떤 특별한 계산법에 의해 음악의 요소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음악은 우리가 흔히 듣던 전통적인 음악과는 매우 거리가 멀기 때문에 실용적인 면보다는 창작적인 면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의 소위 ‘알고리즘 작곡법’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예를 들면 기반되는 음악의 요소는 매우 전통적인 데에 비해 실제 계산에 의해 만들어지는 음악은 매우 현대적이다.
다시 말해 어떤 계산에 의해 선율을 만들 때 이 선율이 갖는 리듬과 음계는 전통적인 단순한 리듬과 장음계·단음계 등의 전통적 음계를 갖는 반면, 실제 만들어지는 선율은 전통적인 선율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새로운 작곡법을 도입하되 옛날의 재료를 그대로 이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뭔가 서로 어울리지 않는’ 음악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문제점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새로운 작곡법에 맞는 새로운 재료들을 찾아내는 것이다.
쾨니히(Gottfried Michael Koenig)나 크세나키스(Iannis Xenakis) 같은 작곡가들은 수학적인 방법에 걸맞는 수학적인 재료들을 사용하여 작곡을 시도함으로써 매우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 내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들은 우리의 머리와 오선지로는 할 수 없는 음악적 상상을 기계를 이용하여 만들어냈다.
기계에 음악성을 심어준다는 것은 단순히 전통적인 음악을 흉내내기 위함이 아닌, 새로운 상상력을 갖기 위함인 셈이다. 기계를 통한 새로운 상상력, 이것은 순수음악 뿐 아니라 실용음악에 있어서도 미래를 여는 주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디지털과 멀티미디어  



시·음악·미술 등의 서로 다른 예술작품의 결합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바그너가 1849년 쓴 그의 글 <미래의 예술작품(The Artwork of the Future)>에서 음악·그림·시·춤 등이 혼합된 형태의 작품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러한 소위 ‘총체적 예술작품’은 발레나 오페라와는 달리 여러 가지 예술 분야가 동등한 입장에서 합쳐지는 것을 말한다. 혼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를 멀티미디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오늘날 새로운 매체로서의 멀티미디어는 여러 매체의 단순한 혼합과는 다르다.
멀티미디어는 디지털적인 속성을 갖는다. 컴퓨터가 만드는 작업이 모두 멀티미디어는 아니지만 멀티미디어는 대부분 컴퓨터에 의해 만들어지고 전달된다. 멀티미디어에 있어 디지털이 중요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글·그림·음악 등은 서로 다른 종류의 매체들이지만 컴퓨터 안에 담길 때는 모두 같은 종류의 데이터 즉, 숫자로 변환되기 때문에 매체간의 벽을 쉽게 허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데이터를 재조직하거나 서로 연관을 짓기가 쉬워져 서로 다른 매체와 긴밀한 관계를 꾀할 수 있다.
둘째는 이렇게 숫자로 바뀐 데이터는 혼합·변형·제거 등이 손쉬워지고 이로 인해 실제 세계에서는 불가능한 것들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포토샵(Photoshop) 같은 소프트웨어로 만든 혼합되거나 변형된 사진, 텔레비젼이나 영화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특수효과들이 그것이다. 오늘날 의미 있는 멀티미디어는 여러 매체의 단순한 혼합이 아닌 디지털 테크놀러지가 주는 더 큰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이 일으키는 음악혁명  



디지털과 멀티미디어를 이야기한다면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는 인터넷이 음악에 끼친 혹은 끼칠 영향이다.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 WWW, 혹은 Web) 브라우저를 이용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HTML이라는 말을 듣거나 보았을 것이다. HTML은 Hypertext Markup Language의 약자인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단어는 ‘하이퍼텍스트(Hypertext)’이다.
하이퍼텍스트는 순차적으로 나열되어진 글이 아닌, 관련된 것끼리 조직되고 서로 연결되어진 글을 의미한다. 일반적인 글은 종이에 인쇄할 수 있는 반면 하이퍼텍스트는 일반적으로 그 구조가 그물처럼 연결되어 있어 컴퓨터가 아니면 볼 수 없거나 보기가 매우 힘들다. 웹은 하이퍼텍스트로 가득 차 있으며 특히 글뿐 아니라 그림과 소리·음악 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는 이를 종종 ‘하이퍼미디어(Hypermedia)’라고 부른다.
하이퍼미디어의 기본적인 특징 중 하나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이다. 사용자는 그의 관심·호기심·감정 등에 의해 마우스를 클릭하게 되고 이에 따라 웹브라우저는 연결된 글·그림·음악 등을 제공한다. 이는 글·그림·음악 등이 사용자에 따라 변화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성은 아직까지는 매우 소극적이다. 웹이 갖고 있는 수많은 데이터는 사실 완성된 형태의 것들이다.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성은 단지 그러한 완성된 데이터 중 하나가 골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보다 적극적인 의미의 상호작용성은 이미 완성된 데이터가 아닌 사용자에 의해 완성되는 데이터를 말한다. 즉, 글·그림 혹은 음악의 섬세한 부분을 사용자가 변화시킬 수 있는 상호작용성이 미래의 형태가 될 것이다.
멀티미디어의 발달은 미래의 음악이 많은 부분 멀티미디어 속에 존재할 것임을 이야기해준다. 이것은 음악이 다른 형태의 예술과 결합되면서 추상적인 것에서 점점 더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것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작곡가의 추상적 표현으로서의 음악이 아닌, 영상 속의 구체적 사물과 사람의 감정과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들을 나타내는 음악을 의미한다. 극도로 상호작용적인 멀티미디어, 이것은 음악의 미래를 여는 또 다른 열쇠이다.





가상현실과 물리적 모델링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은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적으로 존재하게 만드는 혹은 존재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테크놀러지이다. 요즘은 놀이동산에서조차 가상현실의 개념을 이용한 놀이기구를 쉽게 볼 수 있다. 롤러코스터를 직접 타지 않고도 흔들리는 의자에 앉아 입체 영상을 보며 사람들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고 착각을 한다.
가상현실의 영역을 이끌어가는 사람들은 가상의 세계를 보다 현실적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에 앉아 운전하거나 프랑스에 있는 어떤 박물관을 방문하는 등의 일을 가상세계에서 거의 똑같이 구현하기를 원한다. 가상의 세계에서 자동차가 비포장 도로를 달리면 의자가 흔들리도록 만들거나 손으로 가상의 물체를 건드리면 손 끝에 감각을 느끼게 만드는 기기들을 연구하고 개발한다.
가상현실을 가능케 하는 것 중 하나는 ‘물리적 모델링(Physical Modeling)’의 기술들이다. 물리적 모델링은 실제 세계의 물체와 매체 등을 그대로 재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공이 땅에 튈 때 땅의 울퉁불퉁한 정도나 재질 등에 의해 공의 움직임이 결정되는데 물리적 모델링은 이러한 것을 수학적인 방법으로, 즉 컴퓨터를 통하여 재현하는 것이다.
최근에 물리적 모델링의 기술이 활발히 개발되는 분야 중 하나는 음향학 분야이다. 보통 어떤 소리를 전자적으로 흉내내기 위해서는 그 소리를 분석하여 재현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그러나 요즘은 소리를 발생시키는 물체 자체를 분석하여 재현하는 물리적 모델링의 방법을 쓴다. 아직은 더 빠른 컴퓨터가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 더 많지만 조만간 이 기술은 전자적인 소리 합성에 있어 매우 획기적이고 강력한 기술로 떠오를 것이다.
소리의 물리적 모델링은 작곡자들에게 컴퓨터를 통해 가상의 악기를 제공한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작곡자는 그만의 소리를 내는 가상의 악기를 컴퓨터로 쉽게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악기조차 컴퓨터로 구현이 된다면 위에서 이야기했던 다른 매체와의 관계성은 한 단계 더 깊어질 것이다. 물론 사람과의 상호작용성의 가능성도 더욱 커져 사용자는 음악을 들으며 어떤 부분의 음색은 자신의 기호에 맞는 소리로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개성에 따라 바뀌는 음악환경  



녹음 기술이 없던 때에는 음악을 듣기 위하여 사람들은 연주회장을 가거나 연주자를 데려와야만 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음악의 홍수시대를 살고 있다. 어디를 가든지 우리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듣게 된다. 음악은 이제 감상하기 위해 듣는다기보다 그저 들리는 하나의 환경 요소처럼 되어버렸다.
멀티미디어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음악은 점점 더 테크놀러지의 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테크놀러지가 우리 생활의 더 깊은 곳으로 들어올수록 음악도 함께 들어오는 셈이다. 예를 들어 전화의 벨소리는 그저 전화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였지만, 이제는 다양한 음악이 단순한 벨소리를 대신하고 있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전화기를 바꾸지 않고도 벨소리를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다.
이제 사람들은 ‘환경음악(Ambient Music)’에 대하여 인식하고 있다. 하나의 환경으로서의 음악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아직까지는 소극적 의미를 지닌다. 즉 어떤 곳에 필요한 음악이나 소리를 갖다 놓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지하철에서 새소리 등의 자연의 소리를 종종 듣는다. 그러나 보다 적극적 의미의 환경음악은 사람과의 상호작용성을 지니며 하이퍼미디어적인 것이다.
이를 위해 '음악환경(Music Environment)'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이 더 적당하다고 본다. 이는 ‘주어진’ 환경이라는 의미보다 ‘개성에 따라 바꿀 수 있는’ 환경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마치 우리가 개성에 따라 생활환경을 선택하거나 바꿔나가는 것처럼 음악을 선택하고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이후, Trialogue  



이상에서 이야기한 내용들은 미래의 열쇠를 현재에서 찾으려 한 것들이다. 이 열쇠를 한데 모아보기 전에 한 가지를 더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디지털의 약점이다.
디지털은 결코 현대의 발명품은 아니다. 디지털의 일반적인 뜻은 손가락으로 세거나 숫자로 나타낸다는 것으로, 그 개념은 숫자가 생기면서 동시에 생겨난 것이다. 과학이 자연에서 온 것처럼 디지털도 자연에서 왔다. 그러나 과학이 불완전한 것처럼 디지털도 불완전하다.
자연은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이고, 계산이 쉬우면서도 어렵거나 불가능하고, 분명하면서도 불분명하며, 반복적이면서도 반복되지 않는다. 자연은 완전하다. 자연이 이런 여러 가지 속성을 모두 갖고 있는 반면 디지털은 단지 불연속이고 분명하며 계산이 쉽다. 자연의 반쪽만을 갖고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불행히도 디지털이 미래의 희망인 것처럼 선전한다. 그러나 결코 디지털은 미래의 희망이 아니다. 미래의 희망은 자연과 더욱 닮은 디지털 이후의 그 무언가이다.
테크놀러지가 인간, 자연과 함께 조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디지털이 갖고 있는 약점, 그 반쪽을 찾아야 한다. 어쩌면 이미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사이보그(Cyborg : Cybernetic Organism)는 디지털 이후의 테크놀러지를 이야기하는지 모른다. 그것은 인간, 자연 그리고 테크놀러지의 완벽한 조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가상건반 프로젝트  



  
  새로운 국면에 접어든 컴퓨터 음악 ‘Interactive Computer Music’  


아주 먼 훗날에 우리가 어떠한 음악을 하게 될까 하는 상상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힘든 일이겠지만 가까운 미래에 어떠한 악기를 사용하게 될 것인가는 비교적 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 해도 컴퓨터로 음악을 하는 것은 일반인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1981년 초엽 한 전문 소프트웨어 판매회사를 찾아가 음악에 관계되는 소프트웨어가 있는지, 있다면 어쩐 종류의 것인지를 문의한 적이 있었다.
수많은 카탈로그를 뒤진 후에 Sinus-Sound(컴퓨터의 peep! 하는 소리)로 간단한 선율을 작곡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찾아냈고, 가격이 자그마치 240만원(!)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1990년 네덜란드의 그로닝엔(Groningen)에서 열린 ‘제2회 국제 전자예술 심포지엄(Second International Symposium on Electronic Art=SISEA)’에서 행해진 Sterlarc Performance에서 사용된 System의 모습이다. ‘확대된 신체, 자동화된 팔과 제3의 손’이라는 부제를 지닌 이 시스템은 음악에 맞추어 실행자의 심장·머리·팔과 다리가 움직임에 따라 생성되는 신호를 제3의 손에 보내어 이 또한 함께 움직이게 한다.  



  
그후 일년 남짓 세월이 흐르고, 1982년 미국의 NAMM-Show의 한 회의에서 15개의 전자악기 제작자들이 만나 Midi(Musical Instrument Digital Interface)를 탄생시켰고, 그 이후 컴퓨터 음악은 급격히 발전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작은 핸드폰에서 40개 이상의 화음을 만들어내기도 하고 무용수의 움직임에 따라 전혀 새로운 음향이 컴퓨터에 의해 ‘작곡’ 되어지는 일도 그리 희한한 일이 아니다.
전통적인 미디음악의 발전 속에서 컴퓨터의 속도가 점점 빨라짐에 따라 컴퓨터 음악계는 새로운 국면에 도달하는데 바로 'Interactive Computer Music'이 그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2000년 한세대학교 음악대학원에서는 ‘Max를 활용한 Interactive Computer Music’에 관한 한국 최초의 석사논문(조인현)이 발표기도 했다.




  








1992년 캐나다의 윌 바우어(Will Bauer)와 브루스 포스(Bruce Foss)에 의해 개발된 GAMS라는 시스템의 모습이다. 네 모서리에 설치된 스피커가 20~30Khz의 낮은 초음파를 보내어 가운데 있는 사람의 위치와 움직임을 감지하여 이에 따른 음악을 생성케 한다는 아이디어를 실현했다.




  
이 논문에서는 Max라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여 연주자의 Ritardando를 허용하는 일종의 가라오케를 프로그래밍하여 실연해 보임으로써 좋은 반향을 얻었었다. 지금까지 노래방에 설치된 기계의 경우 노래하는 사람이 곡의 템포를 중간에 조절하거나, 어떤 음을 길게 끄는 것은 허용되지 않았으나 새로운 시스템에서는 이 모든 것이 가능하여 말 그대로 ‘반주기계’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입력 장치를 인간의 목소리로 하지 못하고(이 경우에는 아날로그인 인성이 디지털 신호로 바뀌어야 하므로 전체 논문의 양이 필요 이상으로 확대되는 불편함이 따랐다) 보통의 전자 미디 키보드를 사용하였지만, 머지 않아 인성의 입력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Interactive Computer Music의 새로운 부분은 ‘Virtual Keyboard’라는 프로젝트이다. 예를 들어, 연주자가 허공에 손을 쭈욱 내밀어 손을 펼치면 그 허공에 가상의 건반이 생기고 연주자가 별도의 신호를 할 때까지 가상 건반 위에서 연주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발상이다.




  








m은 신호가 가해지는 손바닥이 위치하는 중심이고 A·B·C·D는 각각 건반의 네 모서리를 뜻한다. 누르는 건반도 마찬가지로 불변의 크기를 가지게 되고, 이 또한 여러 개의 x·y·z의 함수로 쉽게 표현된다. x·y·z 함수로 표시된 공간의 한 점을 s라고 한다면 한 건반의 위치는 s1·s2·s3·s4의 함수로 표시된 공간이 되고, 이 공간 안에서 손가락이 움직이면 그 건반에 할당된 음높이의 소리를 만들어주면 되는 것이다.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은 건반의 위치를 결정하는 것인데, 가상건반의 위치를 컴퓨터로 계산해내는 것은 비교적 간단한 일이다. 공간의 한 점은 수학에서 x·y·z 즉, 가로·세로·높이로 표현된다. 피아노 건반의 크기는 고정적이므로 미리 계산된 값을 가지게 된다.
가상건반의 위치와 크기가 고정되면 두 번째로 해야 할 일은 열 손가락의 위치를 결정하는 일이다. 이것을 해결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Video-Interface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 방법은 머리에 비디오카메라를 설치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Cyclop Video-interface가 사람의 움직임을 감지하기 위해 화면을 여러 조각으로 분할한 후 이의 색감을 분석한 화면을 보여주고 있다.  



  
다른 방법으로는 Data-Glove를 이용할 수 있는데, 매 손가락마다 센서가 달려 있는 5th Glove를 사용하여 해결된다.
가상건반의 위치와 열 손가락의 위치가 결정되고 나면 마지막으로 가상건반을 허공에 보여주는 일만 남게 된다. 현재까지의 기술로는 가상의 물건을 보여주는 것은 비교적 작은 물체에 한해서만 가능하였고 부피가 커다란 건반 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비용이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대두되었다.




  







5th Glove의 경우 Kinemusica MIDI Output 프로그램이 번들로 제공되어 Max와의 연계가 쉽다. 물론 열 손가락의 위치를 결정하는 다른 방법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방법들이 원활한 연주를 하기에는 약간씩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물체가 보여지는 공간이 극히 제한되기 때문에 넓은 무대공간을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레이저 광선을 이용하여 허공에 필요한 건반의 윤곽만을 나타내는 방법이 있지만 적어도 2개 이상의 위치에서 레이저 광선을 발사해야 하고(첫 번째 것은 광선의 Bed 역할을 하고, 두 번째 것은 이 Bed 위에서 원래의 건반을 투사하는 용), 이 또한 주위가 어두워야 하며, 인체에 해를 끼치지 말아야 하는 등의 숙제와 더불어 역시 비용의 문제가 따르는 일이다.
더군다나 광선이 눈에 직접 투사될 경우 그 해는 심각한 것이어서 이런 종류의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연구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인간의 호기심과 상상력은 우리로 하여금 멀지 않은 장래에 가상건반을 실현시키고야 말 것이다. 지금 당장은 상당부분 불가능해 보이고 필요 없는 장난같이 보이지만 언젠가는 가상건반뿐 아니라 가상타악기·가상현악기 그리고 가상관악기가 함께 하는 ‘가상 교향곡’을 들을 날이 오리라고 상상해본다.






움직이는 전람회, 움직이는 음악회  



기존의 음악회라는 형태를 생각해 볼 때 항상 음악의 발생지, 즉 연주자 혹은 연주매체라는 한자리에 고정된 형태였고, 그 청중 또한 고정적인 위치에 제한되었다.
그러나 뮤지컬 파크(Musical Park)는 그 청중의 고정적인 위치와 수동적인 자세를 적극적이고도 능동적인 것으로 바꾸고, 연주를 감상하는 입장에서의 감상 객체가 아닌 직접적인 연주 혹은 예술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감상 주체로서 최대한의 자율 의지를 표현할 수 있도록 감상 주체와 객체를 동등한 위치로 유도하였다.
청중은 그들의 기호에 맞는 음악을 찾아다닐 수도 있고 음악의 느낌에 따라 새로운 선택을 하며 감상할 수 있다.
‘뮤지컬 파크’는 설정 그대로 청자가 음악을 찾아다니며 듣고 눈으로 본 음악을 귀로 확인하는 다소 생소한 작업을 통해 산책하듯이, 놀이를 즐기듯이, 직접적이고도 살아있는 음악의 실체를 거의 만져볼 수 있게 진행되는 음악회이다.





뮤지컬 파크 - 청중이 음악을 찾아다니며 즐긴다











<그림 1> 뮤지컬 파크 입구: Entrance to Musical Park <그림 2> 뮤직타워 가는 길: Pathway to Music Tower  


  
음악에 의해 표현된 그림들은 음악의 감흥을 부추기고 그 그림들은 다시 실제음과 합하여져 그 음악의 최대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역류현상을 돕는다. 또한 음악과 회화를 동시에 감상하는 다채로운 예술 매체를 접목시키고 전이시킬 수 있는 공통 감각을 최대화, 극대화시키는 명제를 소화해낸다.
이로써 청자는 예술 매체에 대한 적극적인 사고를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다.
청중이 ‘뮤지컬 파크’의 입구를 들어서면 긴 회랑을 통해 멀리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캔버스와 같은 조각 그림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시간예술인 음악의 잡히지 않는 실체(혹은 시간과 함께 사라지는)가 스쳐가는 모습을 일정한 표면에 고정시켜 실제의 공간에서 느끼게 하는 개념을 시사한다.
즉, 시간과 공간이 함께 공존하는 가상의 세계를 가시화한다.
총체적인 예술 형태-음악과 미술(혹은 청각과 시각)의 만남은 뮤직 타워(Music Tower)라는 건축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이 뮤직타워는 건물 자체가 거대한 미술 작품이기도 하고 음악회장이면서 시간과 공간의 통합체이기도 하다.






마치 헤드폰을 끼고 전시 그림의 설명을 듣듯이  



전시관 트립(Museum trip)을 다녀본 사람은 알겠지만 청중은 헤드폰을 꽂고 회화작품의 배경 설명을 듣는다. 이는 어디까지나 청중의 선택으로 ‘뮤지컬 파크’에서도 긴 회랑을 걸어가면서 청중은 선택되어 있는 음악을 들을 수도 있고 눈으로만 즐기면서 이 즐거운 음악회장을 거닐 수 있다. 마치 담소를 나누는 산책길처럼…
각 층은 두 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져 있고 1층부터 3층까지 계단을 오르내리며 청중들은 음악을 감상하는데 다양한 악기군으로 편성되어 있는 각각의 룸은 컴퓨터에 입력되어 있는 컬러 사운드(Color-Sound)의 시뮬레이션 장치에 따라 곡선 또는 직선, 다양한 형태 혹은 각양각색의 움직이는 그림이 된다. 청중은 소리에 대응하며 움직이는 회화를 감상할 수 있다.



  
<그림 3> 뮤직 타워의 앞모습: Front view of Music Tower <그림 4> 예제로 선택된 음악그림 모습(3층 오른쪽 음악): A Specifi Work of Music Tower  















여기에 쓰인 음악 프로그램은 실제 실연음악을 위해 시간적 제약, 규모 등을 고려하여 프로그램을 계획했으나, 상황에 따라서 이를 음반이나 다른 미디어 매체로도 대체할 수는 있다.
세부 프로그램에 쓰인 음악들은 아래와 같은 조건을 충족시킨다. 여기에 선택된 음악은 몇 가지 다른 유형별로 구분이 되는데 우선 대조되는 음색을 가졌거나 유사한 음색을 가진 악기군으로 편성된 그룹과 다른 유형으로는 각기 다른 조성(different tonality)으로 구성된 그룹들로 나뉘어진다.



  
<도표1> 칸딘스키의 색과 악기소리, 무드와의 상관관계 도표  















또 다른 분류방법으로는 현대음악과 좀더 보수적이고 고전 스타일의 작품들을 대조시켜 보았다.
싸이네스테시아(Greek, syn=together+aisthesis=perception) 분류의 또다른 유형은 음의 성질(character)에 따른 것으로 움직임(당김음·스타카토·레가토의 긴 패시지·장식음 등) ·속도(빠르고 느린 것) ·크기(크레센도 혹은 데크레센도, 작게 혹은 크게)에 따른 다른 도형 혹은 도식으로 표현된다. 한 예로 윌만(1944)의 ‘도형-음악 상호관계 테스트(Shape-Music Matching Test)’를 들 수 있다.
컬러 스크린 장치(Color Screen Projection)의 색은 정신적인 측면에서 ‘구분’을 가능케 한다. 표면상의 구분(눈으로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것을 이루는 성질 즉, 대표되는 성향을 통합적으로 구분한다. <도표2>는 각각의 방이 개별적인 하나의 객체로서 서로에게서 완전히 구별됨을 시사하는데 흥미로운 것은 각기 전혀 다른 프로그램의 음악인데도 전체적인 뮤직타워는 묘하게 잘 어우러짐을 볼 수 있다. 이것이 ‘싸이네스테시아’가 지향하는 요점이다.
실질적인 시스템은 컴퓨터에 미리 색과 소리, 혹은 악기, 음역별로 연관시킨 자료들을 소프트웨어로 준비하여 커다란 캔버스같은 스크린에 투사시키는 것이다. 자료로는 <도표1>에서와 같은 여러 표를 참조할 수 있다.
<도표2>에서 1층 왼쪽방은 쇼팽 - <24 Preludes, Op. 28>, 1층 오른쪽 방은 브람스 - <Piano Trio in B flat Major, Op. 8>이다. 2층 왼쪽방은 슈만의 연가곡 <Frauen Liebe und Leben, Op. 42> 그리고 이 방은 프로그램 자체가 리듬의 요소를 잘 살릴 수 있는 음악들로 구성하였다. 특히 금세기에 부각되고 있는 여러 민족 음악들의 다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칸딘스키와 여러 작곡가들이 언급한 악기와 색감의 표현을 적용시켰다.





21세기 음악 전람회란 무엇인가  



이번에는 청중들이 그림을 감상하듯 옮겨 다니며 음악을 감상한다 하여 ‘음악 전시회’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다. 첫 번째와는 다르게 실질적인 음악의 중요 요소별로 청자가 직접 음악을 몸으로, 감각으로 체험하도록 유도하였다. 물론 음악회는 음악 자체가 주가 되어야 하지만 공간의 개념과 시간예술의 통합을 이룰 때 각자의 역할은 뒤바뀔 수 있다. 이들은 각각 다섯 개의 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기 연계된 예술형태나 적용 개념이 다르다.
건물 전체는 상징적으로는 하이든의 <천지창조>가 표현하듯 모든 예술 장르가 어우러져 있거나 아니면 어느 한 분야가 모든 장르를 흡수하여 총체적인 모습을 나타낸다. 다시 한번 총체적인 예술형태(Gesamtkunstwerk)가 시사하는 우리의 감각이 총체적으로 쓰이고 자극을 받게 될 때 그 감흥을 극대화 혹은 효과적으로 표현해낼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는 장르간의 벽을 허무는 개념들을 표현한다. 이는 각 장르가 사용하는 매체 혹은 제재만 다를 뿐 각 예술분야는 시간과 공간의 개념을 뛰어넘어 새로운 ‘그 무엇’을 창출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온 사실에 주안점을 둔다. 모든 예술은 문화와 역사에 기저하고 변화를 거쳐왔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불멸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그러한 범주를 떠나 보편타당하면서도 대다수에 공감대를 형성하는 요인을 놓치지 않았다.



  








<그림 5> 전체적인 구조: Overall Figure




  








<도표 3> 전체구조 안내  







‘싸이네스테시아’는 모든 장르에 걸쳐 통용되는 감각의 통합을 다루므로 이러한 요인을 간파하는 데 용이하다. 이를 평이한 말로 바꾸면 인간의 가상 세계 혹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영역을 넓히는 데 중요한 촉매역할을 한다 하겠다. 여기서 다루는 ‘통합된 예술의 총체적인 표현’은 예술적인 심화를 꾀한다.
결과론적으로 21세기의 전시장은 음악회도 아니고 전람회도 아닌 초대형의 디자인을 요구하게 된다. 아방가르드 개념의 이러한 예술형태는 급변하는 사회와 문화충격에 대비하여 예술의 방향성 또한 제시하여야 한다. 숄(1974)은 그의 논문 <프랭크 로이드 롸이트·파블로 피카소·아놀드 쉔베르크 : 새로운 문명의 길잡이>에서 20세기의 예술을 이해하려면 지금은 통용되지 않는 이전 세대의 시간과 공간의 개념과 현 세대의 강렬한 시공 개념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것이라 했다. 19세기에 보들레어도 언급한 것처럼 “음악 역시 다른 예술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개념을 일깨워준다”는 말이 새삼 흥미롭다. 21세기 음악전람회는 5개의 개별적인 개념과 가치를 표명하는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도표 3>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서곡 : In the Beginning - 이렇게 명명된 것은 그야말로 이 방이 다른 4개 방을 대표하는 성격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며 전체적인 통일성을 위해 돔 형식을 도입하였다.
Room Ⅰ - 움직이는 벽이 있는 방
(Kinesthetic Experience Room)
Room Ⅱ - 시(詩)가 채색된 방
(Poetry Reading Room - based on the Color Theory)
Room Ⅲ - 변용의 몸짓 -그림자 댄스
(A Pantomime of Metakorphosis - Shadow Dancing)
이것은 쇤베르크의 음악심리극을 이용한 것이다.
Room Ⅳ - 풍경이 있는 방(Picture Room - Slide Show)




  










In the Beginning <그림 5 ~ 8>  



  
  서곡 : In the Beginning  


요제프 하이든 - <천지창조(The Creation - Part Ⅰ)> (실제연주시간 - 50분)
이 방은 창세기 제1장 1절의 ‘빛이 있으라’ 라는 구절에 착안하여 하이든이 필생의 노력과 풍부한 음악적 상상력을 총동원한 작품과 빛의 결합을 꾀하였다.
이 방은 전체 관람의 시작이기도 하며 상징적 의미의 시작이기도 하다. 소리가 빛과 결합하여 가시적인 현실이 되는 과정과 만물의 창조에 잇달은 예술의 융화를 표현하였다. 여기서 소리·빛 등은 제재이기 전에 존재이고 그래서 두 개의 물질적인 존재는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 하나의 정신적 존재이다. 이러한 개념은 이 방이 다른 모든 방으로 통하듯 일맥상통하는 개념이다.
레이저 광선이 음악의 흐름에 따라 움직인다. 이 이론은 이미 Bulat Galeyev(1991)의 책 <예술적 구조를 가진 빛의 음악>에서 언급되었듯이 현대의 음악들이 추구하는 ‘audio-visual technology’, 즉 듣고 동시에 보는 시스템을 충족시킨다. 키네틱 아트(동력·빛의 움직임을 도입한 조각 등)와도 연관하여 저자는 단일 감각 예술(회화·음악·건축) 등은 동적인 예술이나 무용, audio-visual 음악 등과도 새로운 결합을 꾀한다고 주장한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악기와 색의 연관, 예를 들어 음가가 높아질수록 밝고 환한 무색의 광채를 띄는 싸이네스테시아 이론에 입각하여 악기의 움직임을 빛으로 표현하였다.
<그림 8>은 ‘악기 소리가 빛으로 춤추는 것’을 가시화한 것이다. 몇 십년 전만 하여도 꿈꾸지 못했던(예: 스크리아빈의 ) 것이 금세기 테크놀러지의 눈부신 발전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Room Ⅰ : 움직이는 벽이 있는 방  


요한 세바스찬 바흐 - The Well-Tempered Clavier, Book Ⅰ, No. 1-12(실연주시간 - 55분)
움직이는 동력 벽이 장착된 방이다. 4면의 모든 벽은 각각 소프라노·알토·테너·베이스의 소리에 따라 움직인다. 청중은 글렌 굴드의 바흐 평균율을 들으면서 움직임을 먼저 감지한다.
굴드의 바흐는 특히 리듬의 미학이 역동적으로 잘 표현된 것으로 소리와 움직임에 상관관계를 부여한다. 바흐는 중세의 교창, 응답이 교회에서 어떤 울림으로 퍼지고 이 울림이 사방의 벽에서 벽으로 이동하는 가시적인 모습을 상상했을지도 모른다. 마치 그의 사성부 가락이 때로는 엉키고 그 엉킨 것이 실타래처럼 술술 풀리듯이 바흐의 평균율은 건축물처럼 완벽한 균형과 행로를 갖고 있다.
이것을 교육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평균율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두 개의 손으로 4개의 다른 성부를 개별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데 있다. 즉, 가장 빈번히 주제를 나타내는 위성부나 베이스는 그런 대로 잘 다루다가도 자칫 두 내성부의 테마는 소홀해지기 쉽다. 이때 주의할 점은 바흐가 교육목적으로 평균율을 펴낼 때 각 성부의 독립성을 지극히 강조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푸가의 미학이 동시에 주제를 각기 다른 성부에서 줄달음치듯 계속 잇고 있고 어느 것도 똑같은 모티브를 똑같이 되풀이하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바흐 푸가의 매력은 마치 견고한 건물처럼 서로의 다른 층들이 조화로운 대칭을 이루는 데 있어 자칫 비중과 중심역할을 조금만 어긋나도 곧 붕괴되고 만다.
이 프로젝트는 시간과 공간의 완벽한 융화를 지향한다. 다시 말해 바흐의 음악은 악보에 고정된 것, 혹은 2차원적인 가치로 보여지지만 그의 음악적 상상력은 대성당의 시공을 넘나드는 3차원적인 공간의 도식개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이 방에서 청중은 벽들의 움직임을 보고 듣고 만짐으로써 선험적인 바흐의 세계에 한발 더 접근할 수 있다.




  








<그림 9> Touchable Wall  



  
  Room Ⅱ : 시(詩)가 채색된 방  


스크리아빈의 음악 (실 연주시간 : 21분)과 펄시 비쉬 쉘리의 시(詩), <프로메테우스의 해방(Prometheus Unbound)>이 음악에 의해 채색되는 스크린에 투사된다. 작곡자와 시인, 모두 ‘공감각적 지각’을 가진 인물들로 유명하다.




  








<그림10> Poetry Reading Poem - Rotated Image  



  
어니스트 쇼숑(1855-1899)의 음악, (실 연주시간 : 26분)과 모리스 부쇼(1855-1929)의 시(쉘리의 시(詩)와 마찬가지로 하면 혹은 두면에 색감과 함께 투사).
쇼숑은 프랑스의 대표적인 현대 작곡가라 할 수 있지만 여기 쓰인 부쇼의 시(詩)는 그에 못 미치는 작품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라일락의 이미지를 향수 짙게 표현함에 있어서는 완벽한 파트너로 공감각적(혹은 싸이네스테틱) 이미지가 잘 살아나 여기에서 사용하였다.
원제는 <사랑의 시(詩) 그리고 바다의 시(詩)>로 전체가 세 부분으로 나뉘어졌는데, ‘Ⅰ. The flower of the waters’, ‘Ⅱ. Interlude’, ‘Ⅲ. The death of love’로 배열된다.
채색된 화면(혹은 벽) : 스크리아빈은 그의 공감각적 능력 때문에 음악사에서 다소 기이하게 보이기도 했고, 실제로 싸이네스테틱 이미지를 실험무대에 올린 사람이기도 하다. ‘타스티에라 페르 루쓰’라는 빛 투사기를 이용하여 특정한 음에 해당하는 색을 음악과 함께 연출하였으나 효과를 보진 못했다.
20세기 초라는 시대상, 스크리아빈의 너무 아방가르드적인 발상은 꽃을 피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지만 그의 창조적 노력은 현대 문명에선 분명 가치를 되찾아야 할 것이다.
채색된 벽들 외엔 스크리아빈과 쉘리의 연혁과 참고 자료가 덧붙여 설명된다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유명한 스크리아빈 해석자인 피아니스트 힐데 소머(1978)는 알렉산더 스크리아빈의 시(詩)와 산문에 영감을 받아 <망아(Ecstasy)>라는 시(詩)를 남겼다.




  
  Room Ⅲ : 변용의 몸짓 - 그림자 댄스  


쇤베르크의 오페라 <행운의 손(Die Glucklich Hand - Drama with music, Op. 18)>이 그림자 댄스(Silhouette images)와 함께 연출된다(약 20분). 각각의 벽은 사방 모두 기본적인 심리의 배경이 되는 4가지 색으로 채색되는데 이는 다시 대본의 극중 흐름과 함께 변하고 이러한 지시는 이미 작곡자가 어느 정도 확립하였다.
나머지 20여분의 후반은 세 가지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어쩌면 가장 적합한 선택인 칸딘스키의 오페라 <황색 소리(Der Gelbe Klang- A stage composition)>로 일찍이 악보가 없어져 보존이 불가했던 작품이다(약 20분).
그의 소리와 색의 관계를 좀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었던 자료를 조금만 보완한다면 쇤베르크와의 오랜 친분에서 빚어진 두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 간의 빛나는 노력이 헛되지 않을 것이다. 칸딘스키가 주창한 대로 “예술작품의 목표는 확실한 울림의 다양성을 포착하는 것”이 그의 작품에 잘 나타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면 프로그램 노트와 오페라의 자세한 설명은 남아 있으므로 목소리로 연출한 극과 심리를 표현한 조명, 그리고 심리극을 마임이나 무용으로 함께 연출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쇤베르크의 <행운의 손>은 비엔나의 영화감독 에밀 헤르츠카에 의해 무성영화로 소개될 뻔 했었다. 쇤베르크와 칸딘스키는 한때 ‘메스컴을 위한 음악극 무대’를 꿈꾸기도 했으나, 생전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위한 영화를 제작함도 가치가 있을 듯하다.
위에 소개한 두 작품은 색감을 소재로 한 심리극의 선구자격으로 다소 재미는 덜 하더라도 극중 논리의 전달상 그림자 댄스로 실제 배우를 대체하였다. 이는 청중이 좀더 음악과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한 색감과 몸짓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자 함이다.
논리의 전달상 그림자 댄스로 실제 배우를 대체하였다. 이는 청중이 좀더 음악과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한 색감과 몸짓에 집중하도록 유도하고자 함이다.




  
  Room IV : 풍경이 있는 방(Picture Room-Slide Show)  


- Selected Paintings and Photographs

청중은 자료 모음페널에 있는 사진이나 회화작품을 음악의 감흥에 따라 순서적으로 배치할 수 있다.
Ⅰ) 워렌 멘슨의 음악 : The Drums of Shummer(23:42)
Ⅱ) 메시앙의 음악 : ‘Coulours de la Coloste‘ for Piano and Orchestra(약 16:17)
Ⅲ) 올리비에 메시앙의 음악 : ‘Oiscaux Exotiques' for wind Ensembloe and Piano(약 14분)
Ⅳ) 100개가 넘는 슬라이드 필름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난다. 음악의 연상작용을 돕는 물의 형태(시냇물, 호수, 연못, 강, 바다 등), 폭포, 열대림, 이국적인 새들, 무지개, 스테인드 글래스 등의 필름이 준비된다.
이 작업은 이미 음악의 소재에 따라 분류가 되어 있는데, 예를 들어 <거룩한 도시의 색-Couleurs de la Cite Celeste>의 경우 74마디에 ‘빨강, 파랑이 섞인 것’이라는 작곡자의 지시에 따라 이미지화된 것이 준비되어 있다. 특히 이 음악은 메시앙이 음악 전체에 색상표시를 꼼꼼히 해두어 필름을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청중은 컴퓨터 화면의 번호를 선택하고 이는 다시 커다란 벽면에 투시되어 음악과 함께 진행된다. 음악은 보이지 않을 뿐 강렬한 연상작용의 매체로 가시화될 수 있음을 다시 상기시킨다.




  








<그림 11> A Pantomime of Metamorphosis




http://www.culture-arts.go.kr/set/sec_det_008.jsp?set_code=B000&code03_seq=5681

http://www.culture-arts.go.kr/set/sec_tot_008.jsp


그리고
Max/MSP를 이용한 알고리즘 작곡법
라는 책을 보고 싶다.
|hit:5424|2005/07/02
 
xacdo 한국전자음악협회 http://keams.org/ 2005/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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