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xacdo.net > 피드백의 장 > 일기


login
 
    키스로부터 시작되는 기적 2004/04/11   
찬란한 빛이 추락하는 저녁
그 아래 고여있는 추억의 파편 나부랑탱이들

지금 내가 여기 서 있을 수 있는건
지나간 시간의 기억이 지탱해주기 때문

사람이 사랑으로 살아가고
결국 무뎌져버리고
마비되버리고
흙에 묻혀 사라지기까지 견딜 수 있는 위안이 되는 것은
몇 안 되는 지나간 시간의 추억 나부랑탱이들

세상의 사랑 이야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는 이야기와
2.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이야기로.

심장이 처음 뛰기 시작하는 순간
언젠가는 멈추고 말 것을 약속하는 것처럼
이 세상의 사랑도 시작하는 순간 끝날 것을 예고한다.

그래도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키스로부터 시작되는 기적을 체험하고자 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삶의 위로가 될 수 있는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알기에
시작해 버리는 거겠지.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렇겠지.
그렇게 믿고 싶어.

거짓말이라도 좋으니 사랑한다고 말해줘.
지금 이 순간 내가 꿈을 꿀 수 있도록.
다시는 깨지 않을 꿈을 꾸고 싶어.
위로가 되는 것은 꿈일 거야 생시가 아니라.

나는 이 세상에 무뎌지고 싶어.
고통스러운 현실에 마비되고 싶어.
달콤한 환상에 취해 무너지고 싶어.

꿈이란 환상.
이루어지는 순간 꿈은 더 이상 꿈이 아니다.
꿈은 이루어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꾸기 위해 존재하는 것.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채울 수 있는 건
현재의 완벽한 충족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끝없는 추구 뿐이기에.
얄팍한 가능성에 기대어 끝없이 가고자 하는 것.
그것만이 인간의 무한한 욕망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길.

불가능한 것이 이루어질 때에 우리는 그것을 기적이라고 부른다.
요즘 나오는 스피드 010 광고에서 키스로부터 기적이 시작되고 있다.

그렇다고.

    롯데월드 아트란티스 2004/04/11   


11월. 군대가기 한달 전 탔던 롯데월드 아트란티스는 정말 내겐 엄청난 충격이었고 내 온 정신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래서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그걸 작도닷넷에도 올리고 롯데월드 소감문 게시판에도 올렸다.

http://xacdo.net/review/attraction_lotteworld_altantis.html

마침 이 문서는 여러 검색엔진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고, 특히 네이버 같은 경우에는 1위로 올라가 있다. (이거야 검색엔진의 알고리즘을 파악하면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하여간 그것만이 아니라 롯데월드 광고에도 본인의 리뷰글이 인용되었을 정도! (물론 본인의 허락을 받거나 상품을 준건 아니지만 ㅜㅜ)

http://www.lotteworld.com/event/event02_01_r.jsp?cmd=view&NO=193

마침 외출을 나왔길래 올려봄.

    바람 노래 2004/03/28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라는 노래가사보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 서늘한 바람 그 바람은 좋은 바람 고마운 바람" 이라는 노래가사가 어울리는 계절이 찾아오고 있습니다.

환절기에 몸 건강히 잘 관리하세요.

평범     2004/03/30    

오랜만입니다.
저야....잘 지내고 있습니다 (발그레)
밴드동아리 대표가 되었네요
아아/ 단체의 대표란건 씨발 좆같은것입니다
그래도 뭐.......


제석     2004/04/06   

작도
닥터렉스로 영상만들었단말이야.
벌써 지난번에 만들었는데 보여줄수가 없어..쯥
아마도 당신 최초의 뮤비가 아닐까 하는데..잇힝~


제석     2004/04/06   

이름 - 동영상게시판에 올려두었다~


    잠시만 안녕 2004/03/19   
여기 나오니 그 동안 100일간의 군생활이 꿈만 같아.
이제 들어가면 4박 5일간의 백일휴가가 꿈만 같겠지.

나는 여전하고 세상도 여전하더라.
그저 지금처럼만 가끔씩 대통령 탄핵하고 조류독감 걸리는 정도로 남아있어줘.
내가 돌아올 그날까지만이라도.

    QNA란, 상담란 등 2004/03/18   
특히 반응이 썰렁한 홈페이지의 경우, 뭔가 피드백을 얻어보고자 QNA란이나 상담란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하지만 난 그런거 제대로 운영되는 경우를 세스코 이외에는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게 손님은 쉬운데 주인장은 죽도록 고생하는 디자인은 영세한 홈페이지 주인장에게는 상당한 고통이다. 뭐 세스코 분처럼 하루 종일 붙어서 답변만 한다면 괜찮겠지만, 보통은 없는 시간 쪼개서 겨우 컴퓨터하고 그런 정도 아니겠어? 그런데 거기에 생각도 없는 사람들 일일이 상대까지 하려면 얼마나 힘들까.

문제는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입력하는 폼이나 답변받는 형식 자체가 어쩔 수 없이 주인장에 대한 예의를 갖출 수밖에 없는 형태면 되는 거 아니야. 물론 이상적인 얘기긴 하지만, HTML 디자인 만으로도 상당부분 그런걸 막아낼 수 있다고 본다.

    [영화] 사마리아 2004/03/18   
지금은 새벽 2시 21분. 강변CGV에서 심야영화로 사마리아 마지막 타임을 보고 심야택시타고 집에 온 시각이다. 내일이 부대 복귀인지라 지금밖에 시간이 없다는 절박함에 술자리도 마다하고 부랴부랴 봤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항상 그렇듯이 보고 나면 참으로 찝찝하다. 사람들이 팝콘을 다 못 먹고 나가더라.

여전히 여자는 창녀로 나오고 남자는 여자를 때리고 디테일한 면은 신경 안 쓰고 그렇지만, 그거야 그러려니 하는 수밖에 더 있겠어. 이 사람이 비판한다고 바뀔 사람도 아니고. (3번째장 이름이 Sonata라고 하길래 뭔가 했더니 자동차 소나타였다네;;)

이번에 베를린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가장 큰 요인은, 후반부의 자동차 씬 때문이었던 것 같다. 대사가 아니라 화면으로만 보이는 부분이라 언어적 장벽 없이 그대로 다가갔기 때문이 아닐까. 자동차로 이런 표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신선했고.

김기덕 감독의 변화라면 변화랄까, 점점 말하는 태도가 담담해져 가는 것 같다. 예전처럼 기를 쓰고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모습 대신에, 그냥 문제를 던져놓고 그걸 캐치하던지 말던지 신경도 안쓰고 냅두는 것 같다. 뭐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서 하겠지 하는 식이랄까.
물론 나야 다 알아듣지. 영화제 관계자 분들도 다 알아듣는 것 같고. 그런데 보통 관객은 어떨까. 설명도 없이 그냥 던져버리면 과연 받아들일수 있을까. 아니 뭐 이런 소리 해봤자 소용없긴 하지만.

어찌됬건 또 김기덕 감독 영화를 봤으니 한 일주일은 계속 찝찝하겠군. 하여간에 문제제기는 정말로 잘 한다니까. 해결을 안 해줘서 그렇지.

    [영화] 그리스도의 수난 Passion of the Christ 2004/03/18   

잔인하다는 얘기를 듣고 보게 되었다. 우리나라에는 4월중 개봉 예정이고.

유다의 배신으로 잡혀가서 십자가에 못박혀 죽는 얼마 안되는 내용을 2시간동안 엄청나게 천천히 자세하게 다 보여준다. 사실 이건 잔인한 묘사보다 천천히 보여주는게 더 견디기 힘들다. 하여간 이런 영화 보면 정말 엑스트라 한 사람 잡아가면서 찍는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리얼하다니까. (어떤 리뷰에서 언급했던 '킬빌보다 잔인하다'는 말에 동의함)

비통하게 울어라, 나는 너의 신이 될지니. 기적이 있는 곳에 교조주의가 있다.

xacdo     2004/03/18    

내 동생이 이거 찍은 배우들 인터뷰 하는거 봤다는데, 실제로 찍다가 많이 다쳤댄다. 아무리 안전장치를 철저하게 했다 하더라도, 워낙 스턴트 씬이 많아서 그걸 다 어떻게 실수없이 찍을 수 있었겠어. 그거 물어볼때 배우들 표정이 엄청 어두웠다는데 -_-;;;
하긴 태극기 휘날리며의 장동건도 찍으면서 엄청 다쳤다지.


    [음악] 이적 -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 2004/03/18   
- 그땐 미쳐 알지 못했지?

처음 패닉 1집을 들었을때의 감상이다. 단지 '달팽이'라는 멜로디 좋은 발라드를 부르는 그룹이라는 생각으로 패닉 1집을 들었을때 나의 느낌은 경악 그 자체였다. 온 몸을 짜릿하게 타고 흐르는 그 소름. 그것은 바로 이 그룹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었다.

이 그룹 뭔진 몰라도 크게 망하거나 크게 뜨겠구나.

즉 내가 본 패닉은 그야말로 가능성의 집합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져도 크게 벌어지겠구나 하는 불안한 소용돌이였고, 이 사람들은 엄청 평범해지거나 엄청 이상해지거나. 모 아니면 도. 그렇게 생각이 들었다.

그 후 2집이 3집이 나오면서 내 예상이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2집은 정말 이상했고 3집은 너무 평범했다. 그 후로 쪼개진 둘은 정말로 평범해졌고 처음 패닉 1,2집에서 보여주었던 막나가는 카리스마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공익근무를 마치고 복귀한 이적 2집의 '그땐 미처 알지 못했지'는 패닉 1,2집 시절의 후회로 들린다. 그땐 미쳐 알지 못했지. 미쳐서 온갖 말도 안되는 음악이랍시고 하면서 지랄하던 그때. 그땐 그랬지.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련한 과거에 대한 회상, 추억, 후회.

그래서 패닉 4집이 안 나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 이적이 그때 미쳐서 패닉 1,2집 같은 괴작을 낼 수 있었던 걸까? 내 생각은 다르다. 내 생각은 그때 이적의 옆에 김진표가 있었기 때문에 패닉 1,2집이 나올 수 있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적과 김진표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이적은 그저 혼자 나오기 뻘쭘해서 동네 후배 한명 데리고 나온거고, 김진표도 동네 형이 음악 좀 한다길래 꼽사리 껴서 콩고물이라도 받아 먹으려고 했던 거지. 이런 불순한 의도로 모인 둘의 그룹 패닉은 제대로 돌아갈리가 없었고 항상 삐걱거렸다.

이 삐걱거림에 패닉의 매력이 있었다. 사실 작곡이야 이적의 몫이었고 김진표는 어디 끼여들 틈도 없었다. 간주부분이 있으면 랩을 하는 식으로 겨우 끼여넣었지만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이녀석 랩만 없으면 딱 완성도 있는데, 괜히 랩 넣으니까 이상해지고 그렇잖아. 맘에 안들어. 그래서 패닉의 음악은 항상 뭔가 아귀가 안 맞았고 뭔지 몰라도 부족해보였다.

그래서 솔로로 쪼개진 지금의 음악은? 그때와 다르다. 완성도 매우 높다. JP4나 이적 2집을 들어보면 어디 군더더기를 찾을 여지가 없다. 아주 깔끔하게 잘 만들어놨다. 하지만 패닉때같은 뭔가 나사가 하나 빠진 것 같은 덜걱거림, 그로 인한 파격이 없다.

즉 혼자 있을때의 이적과, 김진표라는 뭔가 음악할 마음은 있는데 실력은 딸리는 녀석이 옆에 있을때의 이적은 분명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패닉은 음악계에 큰 흠집을 낼 수 있었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게 되었다.

그룹이란 그런 것 같다. 누군가 곁에 있기에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는 것. 락그룹도 보면 3명 4명씩 하지만 실제로 작곡하는건 거의 한 사람이다. 하지만 그 사람이 솔로로 나와서 작곡한다면, 그룹 할 때같은 음악이 나올까? 아니다. 사람은 곁에 누군가 있는 것 만으로 다른 사람이 되니까.

DJ DOC을 보자. 난 처음부터 DJ DOC에서 들을건 이하늘의 랩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 결혼해서 애까지 딸린 유부남 김창렬. 점점 비중이 줄어들고 있지. 그리고 뚱뚱해가지고는 맨날 헐떡거리는 정재용. 역시 비중이 없지. 그렇다고 해서 이하늘 혼자 솔로로 나간다면 지금과 같은 음악이 나올까? 아니다. 이하늘이 DJ DOC 사람들과 같이 술도 마시고 티격태격 하면서 지금과 같은 이하늘의 음악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주위사람들의 영향을 잘 활용한 사람으로 신해철을 들 수 있다. 신해철은 자기 자신은 음악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간파했는지, 항상 다른 사람과 같이 음악을 했다. 무한궤도도 그랬고 특히 NEXT가 그랬다. 그 후로도 모노크롬이니 비트겐슈타인이니 노땐스니 하는 식으로 다른 사람의 음악성을 자기가 이용해먹으려는 (자기 표현으로는 배우려는) 모습을 보였으나, 역시 옛날 NEXT같은 맛이 요즘에는 없지.

NEXT 시절 신해철은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아니 멤버들 보고 이 부분 작곡해오라고 하면 말을 안 들어. 보다 못해 자기가 다 만들고 그랬다고. 맨날 게으르고 말도 안 듣고. 하지만 그런 갈등 속에서 NEXT의 음악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항상 하하 호호 화목한 속에서는 BSB 같은 음악밖에 안 나와.

그러니 이적씨도 과거를 후회하지 말고 다시 파란만장하던 과거로 돌아가서 이리 부딫시고 저리 부딫치면서 음악을 했으면 좋겠다. 긱스도 너무 화목하지 않았어? 지금도 다른 세션맨들과 너무 화목하게 지내지? 그래서 인기도 어느 정도 적당히 있고 말이야. 즐거운 시대라 잊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기쁨보다는 슬픔이 더 파워풀하다는 걸. 이 세상 노래의 80%가 이별 노래인게 왜 그렇겠어. 사람은 밝은 감정보다는 어두운 감정을 더 크게 느끼기 때문이야.

    [먹을거] 오리온 딸기파이 2004/03/17   
초코파이. 오리온 초코파이.
군대가서 먹을거 하면 역시 초코파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초코파이 하면 또 오리온을 빼놓을 수 없겠고.

[관련링크] 황신혜밴드 라디오 30회 - 오리온 초코파이의 비밀을 벗겨라
http://hshband.net/radio/20020122-hi.mp3

배고프던 훈련소 시절, 나도 당연하지만 초코파이가 먹고 싶었다. 사회에서는 그저 언제든지 가까운 수퍼나 편의점에서 사먹을 수 있었던 별거 아니 과자부스러기도 어찌나 그리워지던지. 거기다가 나는 좀 유별난 식탐가라서 더욱 그리울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나는 워낙 잔고장이 많은 몸이라 거의 매일 의무실에 들렸다. 그런데 어깨너머로 누군가가 초코파이 박스를 사들고 가는 것이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박스가 핑크색이었다. 그 박스에는 '딸기파이'라고 적혀있었다. 뭔가 짜가라고 생각해서 유심히 봤더니.. '오리온 딸기파이'였다.

아니 초코파이의 원조 오리온에서 딸기파이를 내다니! 평소 편의점 할인점 수퍼 할것없이 새로 나온 모든 과자를 먹어 온 본인으로서는 인정하기 싫은 치욕이었다. 감히 내가 못 먹어본 과자가 있다니.. 반드시 먹어줄테다. 반드시 먹어주고 말테다! 나는 수첩에 딸기파이라고 적고 다짐했다.

하지만 훈련병이 어찌 PX를 갈 수 있겠는가. 전화도 못하고 PX도 못하고 맨날 훈련만 받던 어느날, 주말이 와서 쉬고 있는데 상무 애들을 불러다 축구를 시켰다. 마침 우리 내무실에는 축구선수가 있어서, 군복무 대신 상무팀에서 뛰는 그런게 있었다. 그래서 걔네들 불러다가 축구하고 그런 거였다.

그래서 일부러 불렀으니 먹을거도 주고 마실거도 주고 그랬겠지. 그런데 이놈들이 거기서 딸기파이를 먹고 온 것이다!! 아니 포카리스웨트나 게토레이는 참아줄 수 있어. 그런데 감히 딸기파이를 먹고 와!! 게다가 맛있기까지 했다고!!!

거기서 끝났으면 내가 말을 안 해. 화장실 청소하는데 휴지통에 딸기파이 껍질이 있는거야. 이녀석이 몰래 훔쳐와서 화장실에서 혼자 먹은 모양이지. 이런 젠장.

그 후로 나는 딸기파이 열병을 심하게 알았고, 입만 열면 딸기파이 타령이었다. 다른 애들은 탕수육이 먹고 싶다 짜장면이 먹고 싶다 하는데 나는 일편단심 딸기파이였다. 그래서 훈련소 친구들은 '나중에 자대가면 딸기파이 소포로 보내줄께 참아'라는 말까지 할 정도였다.

그러던 나도 시간이 흘러 자대배치를 받게 되었다. 떡하니 들어갔는데 우리 내무실에 부대에 1명밖에 없다는 PX병이 있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첫날부터 딸기파이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나는 아주 맛있다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딸기파이는 맛 없었다.

내가 생각하던 딸기파이는 오리온 특유의 폭신폭신한 마쉬멜로우에 달콤한 딸기쨈을 얼기설기 버무려놓은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 딸기파이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단지 몽쉘같은 뻑뻑한 크림에 딸기쨈이라고는 색깔만 날 정도로 살짝 넣은 정도. 즉 이건 초코파이의 딸기 버전이 아니라 몽쉘의 딸기 버전이었다.

실망이었다. 솔직히 정말로 실망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맛없다는 표정도 지을 새 없이 마구 입에 꾸겨넣었고 그날 밤 방구를 엄청나게 뀌어댔다.

그 후로 고참들은 나만 보면 딸기파이를 사 주는 통에 한 세박스는 먹었던 것 같다. 맛도 없는거 배터지게 꾸역꾸역 먹느라 고생했는데 하여간 잘 먹는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다.

현재 딸기파이는 맛이 없어선지 마케팅에 의욕이 없는건지, 군대 아니면 이마트 정도밖에 구할 길이 없다. 추천할 생각은 그다지 없고 그냥 오리온에서 딸기파이도 만든다.. 정도로 생각하는게 좋을 것 같다.

    불법 MP3 2004/03/17   
사람들은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
어떻게든 음악을 듣고 싶어한다.

설령 그것이 음악계를 부수고 뒤흔들고 씨를 말려 죽이는 한이 있다 하더라도
그래서 음악계가 죽어버리더라도 지금 당장 MP3로 음악을 들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할 것이다.

이 세상에 모든 뮤지션이 파산하고 굶어죽는 그 날이 와도
사람들은 그래도 상관없이 어떻게든 음악을 듣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는 견디다 못해 뮤지션이 될 것이다.


그런 이유로 불법 MP3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런거 있어도 음악은 영원할테니까.

  [1][2][3][4][5][6][7][8][9][10][11][12][13][14] 15 [16][17][18][19][20][21][22][23][24][25][26][27][28][29][30][31][32][33][34][35][36][37][38][39][40][41][42][43][44][45][46][47][48][49][50][51][52][53][54][55][56][57][58][59][60][61][62][63][64][65][66][67] list  
search keyword :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rini

작도닷넷 피드백의 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