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EBS 도올 특강을 듣고.
그리고 김진명의 제3의 시나리오를 읽고.
덤으로 mirugi님의 블로그를 읽고.
생각보다 한국은 살기 좋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의 대학 입시 제도는,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다른 나라에 비해 썩 나쁜 편은 아니다.
우리의 고등학생들은 수많은 제약을 받고 있지만, 그 교육의 질이 나쁜 것도 아니고, 특히 도덕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교도 안 될 만큼 타락하지 않았다.
한국은 수많은 열강에 눌려 있긴 하지만, 실제 상황은 제3의 시나리오보다 훨씬 좋은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고, 최근의 '중대 제안'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한국이 6자회담을 주도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한국 참 많이 컸네
하는 가슴 벅찬 평가를 내리게 했다.
무엇보다 한국의 최대 강점은 '냄비 정신'에 있다. 한번 불이 붙으면 멈출 줄 모르고 폭팔적으로 끓어버리는 이놈의 냄비 정신. 물론 나쁜 점도 많지만 좋은 점도 많다. 특히 시간상 다른 나라에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일도 불과 2-3년 안에 되어버린다. 특히 인터넷이 그렇고, IT가 그렇고, 생명공학이 그렇고, 정치도 그렇고.
그리고 mirugi님의 블로그를 보면서 느낀 거지만, 일본에 비해서도 한국은 만화하기에 결코 나쁜 나라가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일본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부족한 것은 상업적인 성공 정도랄까. '그리스 로마 신화'나 '순정만화' 같은 경우를 보면 상업적인 성공도 그다지 먼 나라 얘기는 아닌 것 같지만은.
사실 군인의 몸으로, 어쩌다가 2년의 필수 복무를 요구하는 나라에 태어났나 원망도 많이 했지만, 군대문화를 체험하면서 보통의 사회라면 암묵적이거나 묵인하에 넘어갔을 수많은 요소들을 실제 명시적이고 노골적으로 경험한 것은,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나는 한국이 좋다. 한국은 수많은 가능성을 잠재한 나라다. 나는 나의 상당부분을 희생해서라도 그 가능성에 불과한 것을 실현시켜보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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