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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스타 현군용 - 보급비누 하나로 43명을 씻긴 이야기
이번달에도 보급이 안 나왔다. 도대체 몇달짼지 모르겠다. 비누 하나로 세수에 샤워에 빨래에 설거지까지. 도대체 어떻게 감당하라고 이렇게 보급이 안 나오는건지 모르겠다. 그래서 현일병도 불만이 많다.

- 현병장님. 우리 부대는 해도 너무한 것 같습니다. 이 보급비누로 도대체 어떻게 씻으라는 건지.

그런 현일병의 푸념에 현병장은 달관하는 미소로 응답했다.

- 허허, 현일병. 무슨 소린가. 우리가 이렇게 없이 쓰는 보급비누에도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렇다네.

들어는 봤는가. 우리 부대의 전설로 남은, 슈퍼스타 현.군.용. 이라고.
아직까지도 그 이름이 잊혀지지 않는다네.

이름부터가 현군용.
타고난 군용 체질이었지.

아무리 질이 떨어지는 군용이라도 그의 손에만 들어가면 반짝반짝 A급이 되버리는거야. 정말 대단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때만 해도 우리 부대에는 비누통제가 있었지.
상병 밑으로는 보급비누만 써야 했던거야.

병장들이야 비누 정도가 아니라 세안제에 샴푸에 떡을 치고 하니까 모르겠지.
자기들이 일병 이병 시절에 겪었던 서러움을.

하지만 일이병들이야 어쩌겠나. 심기를 거스를 수 없지.
한달에 하나 나올까 말까 하는 보급비누 하나를 가지고 아끼고 아껴서
세수를 하고 샤워를 하고 빨래를 하고 설거지까지 하는 거지.

마침 더운 여름날이었어.
찜통같은 더위가 끝도 없이 계속되던 날,
우리부대에 보급비누가 말그대로 전소. 하나도 남지 않아버렸지.
땀은 흐르고 땀냄새로 범벅이 되지만 그 흔하디 흔하던 보급비누가 없어서.
상병 밑으로는 그저 몸에 물만 묻힐 뿐이었지.

다들 그 억울함에 치를 떨며 서러운 샤워를 하던 때.
그때 바로 우리의 슈퍼스타 현.군.용. 그가 있었던 거야.

그는 자기의 보급비누 하나를 쥐더니 환한 미소를 지으시고는,
두 손을 문질러 거품을 내기 시작하셨어.
그 거품은 샤워장을 가득 채울 정도로 일기 시작했어.
마치 때타올에 마프러스를 풀어놓은 것처럼.

- 비누는 거품으로 씻는거야.

그 마술과도 같은 광경에 모두 입을 다물수가 없었지.
그날 그는 선인장 비누 하나로 43명의 일병 이병들을 씻기셨지.


- 와, 대단하네요. 현병장님.
- 그렇지?

- 제가 듣기로는 빨래비누로 머리감다가 고참한테 걸려서 뚜드려맞고 사제비누 쓰게 됬다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 ....


그렇게 병영의 밤은 깊어가고 있었다.
|hit:2673|200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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