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acdo
http://xacdo.net

토막나서 25명의 신사에게 먹힌 애플파이의 최후
토막나서 25명의 신사에게 먹힌 애플파이의 최후


"또 한건 했나?"
"뭐가?"

"이 신문기사 좀 봐. 톱스타 A양이 실종이라니.."
"이런. 입막음을 제대로 못했나 보군."

"자꾸 이러면 눈치챈다고."
"그보다 푸딩이라도 들지."

"세상에서는 그런걸 선지라고 하는데 말이다.."

그는 접시에 검붉은 푸딩을 가져왔다.
붉은 색이 아직도 선명한 것이 신선해 보였다.

"언제 잡은거야?"
"아직 살아있어."

"잔인하군."
"즐기는 거지."

나는 스푼으로 푸딩을 한 스푼 떠서 입에 넣었다.

"쥬시하군."
"더 줄까?"

"됐어. 피비린내는 지우기 힘드니까."
"좋을대로."

나는 홍차로 입을 가시며 푸딩으로 스푼을 가져갔다.
그런 나에게 그가 물었다.

"그보다 오늘은 무슨 용건인가?"

"뻔하지 않아? 톱스타 A양 때문이지."
"아아, 역시 그렇군."

"아직 살아있다고?"
"그래."

"빨리 죽여."
"뭐가 급한거야?"

"난 살아있는 육체엔 관심이 없으니까."

그는 곤란한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기다리라구. 아직 손님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지금 하고 있나?"
"그래. 나도 장사라구. 이번건 비싸니까."

"그건 됬으니 뒷처리나 잘해. 오물이 묻어있는 건 싫으니까."
"원한다면 오븐에 구워주지."

"따끈따끈한 애플파이가 되겠군."
"애플파이라.. 오랜만이군."

멀리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그는 서둘러 그곳으로 가서 한 신사를 배웅했다.

"끝났나보군."

그는 대답했다.

"그래, 이제 죽여도 되겠군."

그는 물었다.

"어떤 부위로 할텐가?"
"언제나처럼."

"이봐.. 얼굴은 좀 곤란하다구."
"돈이 부족해서 그런가?"

"돈이 문제가 아니라.."
"난 얼굴을 원해."

그는 체념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좋다구. 하지만 들통나는 건 내 책임이 아니야."
"좋을대로."

방으로 들어가려는 그를 불러 세우고 말했다.

"좀 잘 구워달라구. 저번 건 짓무르고 구더기가 꼬여서 아주 골치가 아팠다구."
"그거야 관리하기 나름이지."

"이봐.. 이게 한두개도 아니고 감당하기 힘들다구."
"플라스티네이션이라도 해줘?"

"그럼 먹을수가 없잖아."
"하긴 그렇지."

방으로 들어가는 그를 보며 나는 말했다.

"그럼 부탁하네."


그는 방으로 들어가 애플파이를 오븐에 구웠다.
따끈따끈하게 잘 구워진 애플파이를 고객에 취향에 따라 25등분으로 토막냈다.
한 토막 한 토막을 정성스럽게 데코레이션 한 후 박스에 예쁘게 포장했다.

일을 마치고 그는 푸딩과 홍차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검붉은 푸딩. 검붉은 홍차.
비릿한 향이 채 가시지 않은 신선한 것이었다.

"이거야 완전 정육점이잖아. 참나."

그는 웃음을 터트렸다. 순간 자신의 모습이 우스꽝스러워 보였다.
책상 너머로 잘 포장된 25개의 박스를 보는 순간 또 한차례 웃음이 터졌다.

그의 방에 잘 진열된 톱스타들의 각 부위들. 데코레이션된 작품들.
그는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의 웃음소리는 집안을 메우고 퍼져나갔다.

아무도 듣는 이 없는 공허한 웃음이 한적한 마을을 가득 메워나갔다.


written by xacdo 2003 07 19
"유키 카오리 - 백작 카인 시리즈 2 - 소년이 부화하는 소리 - 난도질당해 잡아먹힌 미스 푸딩의 비극"에서 발상을 얻었습니다.
|hit:3025|2003/07/19
 
벽거리 최고!! 2003/07/20 x
Prev
 러브 트레이너 [2]
xacdo 2003/07/19 3025
Next
 3년간 포맷 한번 안 하고 쓴 컴퓨터의 우여곡절 이야기
xacdo 2003/07/19 3025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