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음악
07/10/18 16:47(년/월/일 시:분)
어제 존 브래먼 공연을 보러 갔다가 얼떨결에 보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거기서 존 브래먼만 공연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입장료 $10에 다섯 밴드나 공연을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온 김에 뽕을 뽑자고 끝까지 다 봤다.
http://xacdo.net/tt/index.php?pl=839
우쿨렐레 힙합 뮤지션 - 존 브래먼 (Jon Braman)
분위기는 한국의 홍대 클럽이랑 완전 똑같았다. 존 브래먼 같이 인기없는 뮤지션은 한 6명 정도가 보고, 좀 인기있으면 수십명. 그래봤자 연주 끝나면 술도 같이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분위기.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의외로 머리가 하얗게 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좀 있었다는 것. 아무리 적어도 50은 넘어보이는데. 지난번에 현대발레, 현대음악을 들으러 갔을때도 마찬가지였고. 아마도 나같은 사람들이 이런 음악을 20년 이상 좋아하면 지금 미국처럼 되지 않을까 싶다.
하여간 그 중에 가장 이상한 뮤지션이 이 12현 기타를 치는 원맨밴드, 브라이언 케니 프레스노였다. 12현 기타니까 두 손으로 동시에 베이스와 리듬 기타를 진행할 수 있고, 거기에 코러스를 길게 먹이면 실시간 루프를 돌릴 수 있잖아. 그래서 혼자서 기타치고 북치고 노래부르고 조명키고 OHP 쏘고 다 했다.
거기다가 식당 메뉴판, 길거리 광고, 발전기 설계도 등을 가사로 삼는데다가, 거의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읊조리고, 연주도 반 정도는 즉흥이고, 자잘하고 유치한 소품을 끊임없이 사용하는 등 한 마디로 말해서, 미친 사람 같았다.
http://www.youtube.com/watch?v=8ofCM6g78RM
StickWarr by Brian Kenney Fresno
http://www.bonghitrecords.com/
Welcome To Bonghit Records Home of Brian Kenney Fresno!
나는 보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자잘한 소품을 재치있게 사용하는 것은 코미디언 캐럿탑(Carrot Top) 같았고, 가사는 "어어부 프로젝트 사운드" 같았고, 사운드는 "곤충스님 윤키" 같았고, 패션은 철지난 히피(Hippie) 같았고, 그리고 이렇게 지독히 대중성과 거리가 먼 음악을 알리기 위해 주말도 없이 한달에 30일씩 투어를 다니는 모습은, 이재율씨같이 망상에 사로잡힌 수학자, 과학자, 발명가들 같았다.
http://www.combacsa.net/blog/44
오늘은 과학에 대하여, 인터넷상에서 허황된 주장을 펼치는 / 혹은 시대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탁월한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1. 전북대학교 김양곤 교수 [100만 달러 현상금이 걸린 P대 NP문제 내가 풀었다!] 2. 디지털 영상압축기술개발업체 네빌소프트, [4배 높은 압축률의 NV 코덱을 만들었다!] 3. 전직 육군 대위 이강일, [지구 자기장이 역전된다!] 4. 안녕하십니까? 김 영식입니다, [현대물리학도, 상대성이론도 모두 틀렸다!] 5. 건축설계자 최갑우, [지구는 태양을 돌지 않는다!] 6. 택시기사 겸 발명가 최윤식, [무한동력엔진을 개발했다!] 7. 고려대학교 ROTC 동문회 회원 김휘암, [임의각의 3등분은 가능하다!] 8. 전임 지방 YMCA 이사장 및 포항제일교회 원로장로 최인규, [조수부력발전 : 무한에너지!] 9. 경기전기안전공사 전기안전관리사 이재율,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와 4색정리 증명완료!] 10. 전직 교육관련업계 종사자 pile234, [각의 k등분도 가능하다!]
http://xacdo.net/zboard/view.php?id=original&no=173
SBS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 362회 (2005년 10월 13일)
<27년, 의지의 발명가!> 무한동력엔진 - 대전 오필균(51)
사실 가장 놀란 것은 발명가의 순수한 노안(老眼)이었다. 기계를 보니 풍력을 이용하여 엔진의 마찰력을 보완하고 있었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에서 무동력엔진이 아니다. 물론 그 점을 감안해도 엔진의 지속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이 정도면 실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앞으로의 가능성도 전혀 없었다. 하지만 발명가는 그 점을 이미 알고 있었다. 나는 처음에는 그에게 열역학법칙을 가르치고 잘 달래서 그만두게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발명가는 이미 그 법칙을 알고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의욕이 솟는다고 했다. "불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하고 싶다."
나는 이런 점에서 프레스노(Fresno)가 저런 사이비 과학에 빠지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물론 그의 예술도 이제 2007년이나 됐는데 아직도 하는 것은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났다고 할 순 있지만.
아마 원맨밴드를 하는 이유도 다른 멤버들과 어울릴줄 몰라서 그렇겠지. 아마 자기 고집만 죽어라 내세우다가 밴드가 파토났을거야. NIN의 트렌트 레즈너(Trent Reznor)가 그랬듯이.
하여간 아주 썰렁한 반응으로 공연이 끝났다. 솔직히 기타를 썩 잘 치는 것도 아니었고, 공연도 혼자 하다보니까 중간중간에 흐름이 끊기는 부분도 있었고, 어이없는 실수도 있었고, 말만 앞서다가 엇나가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음악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격려의 말도 썩 떠오르지 않았고, 그럼 도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냥 끝나자마자 일찍 나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