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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품들 - 스토리

나의 사랑하는 책 - 구상중

06/01/15 15:00(년/월/일 시:분)



나의 사랑하는 책은 찬송가 234장이다. 교회가 종교적 장소라는 걸 모르고 다녔던 초등학교 성경학교 시절 좋아하던 찬송가다. 파워풀하고 드라마틱한 선율과 가사가 참 좋았다.

나의 사랑하는 책은 당연히 성경이다. 아무리 저 찬송가의 원제가 My mother's bible이라 해도 결국 그 책이 가리키는 것은 성경이다. 가장 성스러운 책, 세상에서 가장 최고의 사랑을 말하는 책.

구상은 이렇다. 주인공이 우연히 공책을 줍는다. 그 공책에 소설을 쓰는데 그 내용이 현실이 된다. 언뜻 보기에 데쓰노트 표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대여, 이 구상은 데쓰노트 나오기 전에 나왔던 거다, 맹세코. 그리고 표절도 아니다. 뻔하디 뻔한 소재이긴 하지.

그래서 자기가 원하는 대로 소설을 써가며 인생을 즐기던 주인공은 그만, 세탁기에 공책을 빨아버리고 만다. 가운데 스프링만 남긴채 흔적도 없이 물에 녹아버린 공책. 결말이 나지 않는 끝없는 이야기는 고통스럽게 계속된다. 세상은 혼란 속으로..


여기에는 두 가지가 들어가있다. 첫째는 군대 있을때 경험이다. 입대할때 선물받아서 훈련소때부터 신병때까지 수 많은 감상과 소중한 주소와 전화번호들이 적혀있던 정말로 나의 정신적 지주였던 수첩을, 그만 호주머니에 넣고 빨아버린 것이다. 플라스틱 껍질과 금속 스프링만 남긴 채 물에 녹아버렸다. 나는 그때 정말 탈영할 뻔 했다.

그리고 결말이 나지 않는 이야기가 고통스럽다는 것은, 일단 유리가면을 보면 그 감정을 이해할 것이다. 이야기는 어떻게든 끝나야 한다. 이야기는 반드시 결말을 내야 한다. 해피 엔딩이든 새드 앤딩이든 좋으니 어떻게든 끝이 나야지, 안 그러면 스토리는 독자의 손에서 끝도 없이 가지를 뻗어 나간다. 불확실하다는 것은 고통스럽다. 사실 그것이 픽션과 논픽션의 가장 큰 차이다.

이 이야기는 액자 형식이다. 내용을 쓰는 소설가는 예쁜 여비서를 두고 집필에 들어간다. 그는 애초에 말랑말랑한 결말로 적당히 팔아먹는 베스트셀러 작가였으나, 여비서에게 복수를 당해 결말이 가혹하게 바뀐다. 해피 엔딩과 새드 엔딩이 소설가와 여비서 사이에서 충돌하며, 둘은 마약에 취한 환상 속에서 소설 속의 인물이 현실을 지배하는 경지에 이른다.

여기서 소설가와 여비서는 돈이라는 족쇄에 얽매인 SM 관계로 나온다. 이 부분에 대한 묘사를 뺄까 말까 고민했으나, 역시 개인적인 취향상 도저히 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말은 어찌 되고 하니, 현실과 환상이 싸워서 환상이 이긴다는 결말이다. 현실은 고통스럽고, 환상은 행복하다. 그렇다면 현실을 거부하고 환상을 택하는 것이 옳은 길이 아닐까? 매트릭스로 비유하자면 나는 진실을 아는 빨간 알약이 아니라 진실을 모르고 사는 파란 알약을 택할 것이다.

소설가는 여비서에게 살해당하고, 여비서는 유명한 소설가의 이름을 빌려 소설을 출판한다. 여비서는 소설 속 주인공에게 조종당하며 살며, 여비서를 조종하는 소설 속 주인공은 소설 속에서 신이 된다. 그에게 더이상 공책은 필요없다.


이 소설은 소설가에게 소설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예술가에게 예술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소설이며, 가혹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진실인 이야기다. 창작은 신의 흉내다. 창작을 하는 이유는 그렇게 하면 뇌내 마약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34

  • 레인 06/01/16 07:29  덧글 수정/삭제
    ^^ 군대갔다 오신 작도님 안녕하세요?
    위 글과는 무관하지만, 한가지 부탁을 드릴려고 이렇게 답글 올립니다.
    다름이아니라, 작도님이 예전에 쓰신 리뷰중에서 천상천하 부분(더 정확히는 sliky whip 부분)을 링크하고 싶습니다.
    출처는 물론 밝힐 생각입니다.
    아직 허락을 받지 못해 글은 올리지 못했지만, 제 블로그 주소는- http://blog.naver.com/lain07 입니다. 부탁드립니다^^
    • xacdo 06/01/16 10:19  수정/삭제
      그 인터넷에서 아무리 찾아도 작도닷넷 말고도 관련 사진을 찾기 힘든 실키윕 말이군요.. 후후
      출처만 밝히면 얼마든지 퍼가셔도 됩니다. 안그래도 조만간에 태터툴즈로 옮기려고 했는데 뭐 그때 가져가셔도 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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