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영상
06/01/05 04:04(년/월/일 시: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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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따오판 |
"좀 재미 없었다."
"올드보이보다 재미없고 지루했다."
어째서 저 먼 나라 중국의 그것도 불법판에 이렇게 영화를 꿰뚫는 촌철살인의 평이 적혀있는 건지 모르겠다. 인터넷 댓글 보고 적어서 그런가.
물론 맞는 말이다. 재미가 좀 없는 것도 사실이고 올드보이보다 못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의미가 각별한 영화다.
나 같은 경우 군대에 있던 시절, 친절한 금자씨의 제작 소식은 답답한 군 생활의 하나의 활력소였다. 입대 직전 마지막으로 본 영화가 우연찮게도 올드 보이였고, 나는 입대와 동시에 박찬욱 감독 팬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2004년 12월 친절한 금자씨 크랭크인 후로 2005년 7월 개봉때까지 일병에서 상병 그리고 병장까지의 군생활에서 제일 짜증나는 기간을 친절한 금자씨를 기다리며 버텼다. 가끔 인터넷에 올라오는 친절한 금자씨 관련 기사를 보고 또 보고 외어버릴 정도로 친절한 금자씨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본 영환데 어찌 재미가 없으려만은…
너무나 엄숙한 분위기의 극장에서 혼자 키득키득 웃음을 참으며 봤다. 물론 기대하던 올드보이 2편 같은 영화는 결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다. 물론 부대로 돌아가서 곰씹으면 곰씹을수록 딱히 재밌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전역을 하고 DVD가 발매된 지금 다시보니 확실하게 "재미가 좀 없긴 없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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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금자씨 쓰레기통 |
여러가지로 판단하건대 박찬욱 감독은 이제 인기는 됐으니 자기가 하고 싶은 영화를 만든게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일부러 모호필름을 차린 거고. 박찬욱 감독이야 마음을 먹으면 얼마든지 더 재미있고 대중성있게 영화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흥행을 해봤자 돌아오는 것은 과도한 언론의 관심과 늘어나는 안티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예전에 도올 김용옥 선생이 그랬듯이 너무 인기가 과해지면 일부러 떨어트릴 필요도 공인에게는 있는 것이다.
물론 박찬욱 감독은 무명시절 가난의 설움을 많이 겪어선지 흥행성은 '내면화되었다'고 자신을 표현할 정도였고, 친절한 금자씨도 재미가 없다는 평과 18세 관람가와 딱히 받은 상도 없으면서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대중성과 상업성이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거지.
친절한 금자씨는 재미있기보다는 흥미로운 영화다. 평소 보지 못했던 이영애의 독살스러운 모습이라던가, 처음에는 바쁘게 시작해서 점점 차분해지면서 축축 늘어지는 긴장구조의 뒤집기라던가, 별것도 아닌 걸 최첨단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하는 편집 기술이라던가, 돈 들일덴 안 들이면서 안들여도 될데는 엄청 들이는 뒤집기 등등등. 하여간 "잘도 이런 괴작을 만들었군"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뻔한 평범한 작품들에 질릴때쯤 이런거 한번씩 봐주면 재밌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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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대여점에서 빌려왔다 |
그나저나 두장짜리 DVD를 "일반용" / "홈시어터용" 이라는 이유로 따로따로 빌려주다니. 아무리 불황이라지만 너무하는 거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