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먹을거
06/01/14 09:20(년/월/일 시:분)
나는 보통 콜라를 1.5ℓ 짜리를 혼자 다 마신다. 그렇게 먹고 나면 술 먹은 것처럼 속이 싸~ 하면서 정신이 번쩍 든다. 컴퓨터 쪽 사람들은 알겠지만 콜라만큼 밤 새면서 마시기 좋은 음료수도 없다. 카페인과 당분과 피로를 풀어주는 구연산 인산 기타등등 몸에 좋을지 나쁠지 모르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뱃 속으로 들어오면,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정신은 말짱해지는 신기한 경지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아무리 나같은 헤비 드링커라고 해도 1.5ℓ 콜라를 원샷하면 속이 그냥 뒤집어진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순한 콜라가 없을까 찾게 되고, 코카콜라보다 펩시콜라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래서이고, 그보다 훨씬 순한 콜라인 맥콜을 좋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맥콜은 잘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보리에서 거무죽죽한 뭔가를 추출해서 만든 콜라 비스므리한, 하지만 콜라와는 많이 다른 탄산음료다. 일단 카페인이 안 들었고, 콜라 특유의 속 쓰린 것도 없다. 순하기론 완전 사이다 급인데, 맛도 레몬라임향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보리 콜라' 보다는 '보리 사이다'가 어울리는 맛이다.
|
왼쪽이 일화 구리 공장 |
또 한 가지 맥콜을 즐겨 마시는 이유는, 내가 사는 구리시에 일화 공장이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다른 지역보다 맥콜을 파는 곳이 많다. 옛날부터 구리시는 통일교, 제7일 안식교를 비롯한 준 사이비 종교(딱히 나쁜 일은 안 하지만 뭔가 꺼림칙한 종교)가 활개를 치는 지역이었고, 그래서 삼육 중고등학교, 일화 공장도 같은 이유에서 들어섰다. 신자 중에는 이런 종교적 이유로 구리시로 이사오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마침 일화가 통일교의 재단 노릇을 하다보니, 맥콜도 알게 모르게 종교적인 느낌이 난다. 뭐랄까 금욕적인 느낌이랄까. 카페인도 안 들고 맛도 순하고. 보통 콜라가 악마의 음료라는 느낌이라면, 맥콜은 천사의 음료라는 느낌이랄까. 아니 그래봤자 통일교는 이단이잖아 라고 한다면 그대여,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악(惡)이라고 할 만 한게 있을까? 통일교가 그대에게 피해를 줬어 맥콜이 피해를 줬어.
그래서 맥콜은 좋은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