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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온천의 어르신들과 한국의 단기적 미래

13/12/26 03:57(년/월/일 시:분)

어제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월문온천에 다녀왔다. 아내나 나나 사람들 붐비고 몸이 불편한 명동이나 홍대나 종로나 강남 같은 곳은 아무리 휴일 분위기가 물씬 풍겨도 싫어하는지라, 차라리 좀 노인네스럽지만 몸이 편하고 길도 안 막히는 한적한 온천으로 가는 것도 참 좋았다.

월문온천은 우리 부부가 즐겨 갔던 근처의 율암온천에 비해 물도 평범하고 시설도 딱히 좋지 않았다. 그보다는 모텔 형태의 가족탕이 엄청나게 많아서, 대중탕보다는 가족탕이 많은 것으로 유명한 것 같았다.

하여튼 뜨끈한 탕에 푹 몸을 담그고 뜨겁게 몸을 지지니 좀 살 것 같았다. 안그래도 요즘은 긴장의 연속에 날씨까지 추워서 온 몸이 딱딱하게 굳었는데, 이렇게 온천에 몸을 담그니 이제서야 좀 살 것 같았다.

편안한 마음으로 탕을 둘러보니 역시나 온천답게 할아버지들이 대부분이었다. 머리가 허옇게 세고, 피부가 쭈글쭈글하고, 내장지방이 심하다 못해 흘러내릴 지경의 심한 비만인 분들이 대부분이었다. 사실 나도 정상체중에서 10kg가 더 나가는데, 이런 할아버지들이 살찐 것에 비해면 귀여울 지경이었다. 건강이 괜찮아보이는 분이 전체의 1/3도 안되보였다.

이렇게 어르신들을 많이 본지도 참 오랜만이었다. 나야 뭐 항상 젊은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고 있고, 회사도 55세 정년퇴임이라 아주 나이많은 분들은 그렇게 많지가 않다. (우리회사는 통념과 달리 의외로 젊다)

하지만, 항상 잊고 살고 있지만, 선거때만 되면 다시 깨닿게 되는 사실이, 이렇게 온천에 계신 50대 이상의 나이많으신 분들이 한국을 이끌어가는 주역이라는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온천의 인구구성비율이 지금 한국의 정치현실에 가장 가까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새삼 했다.



나는 요즘 로마의 원로원이 생각난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종신제로 권력을 꽉 잡고 놓지 않는다.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고령화사회로 어르신 위주의 정치현실은 더욱 강화된다. 게다가 남북간 긴장이 고조될수록, 통일에 가까워질수록 오후려 종북몰이는 더욱 심해지고 실질적인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나같은 30대가 50대 이상이 될때까지 약 20년간 바뀌지 않을 것이다. 보수/진보를 떠나서, 솔직히 우리 세대의 이익을 대변해줄 세력이 집권할 가능성이, 인구구성비로 볼때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이 온천에 그득한 어르신들이 노령화시대에 한국을 이끌어갈 압도적인 다수인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참 골치도 아프고 답답하고 화도 났다. 그렇다고 딱히 뾰족한 묘안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라 나는 그저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글 뿐이었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2476

  • dawnsea 13/12/27 01:01  덧글 수정/삭제
    거기 알프스 모텔이 좋아요~ (순환식 월풀이 아니라 위생적인 공기식 스파로 모든 방 교체)

    옆에 반지 모텔인가가 그 형제가 인수해서 하는 건데 마찬가지로 좋다고 함다...

    아기 없는 부부끼리는 심심한 곳이지만 화성쪽에 하피랜드 워터파크(?)도 갠찮슴다.. 물이 좋아여.. H2O는 산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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