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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의 이해

돈 아이머스의 인종차별 발언

07/04/10 17:06(년/월/일 시:분)

오늘 아침에 TV를 켰는데, 왠일로 CNN과 MSNBC가 동시에 무슨 인터뷰를 생중계하고 있었다. 그 5분마다 수시로 튀어나오는 광고도 안 하면서 계속 쭈욱 뭔가 심각한 분위기로 해주는 거야. 무슨 일인가 싶어서 보니까, 돈 아이머스라는 토크쇼 진행자가 인종차별 발언을 했던 모양이다.


http://www.youtube.com/watch?v=pyKB63oPeGw
Don Imus nappy headed ho's comment

그러니까 돈 아이머스(Don Imus)라는 백인 좀 나이든 토크쇼 진행자가 있는데, 매일 아침마다 CNN과 MSNBC의 뉴스 중에 잠깐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유머를 섞어서 독설을 하는 코너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 중에 어떤 여성 대학 농구팀 챔피언십을 보면서 어떤 흑인 선수를 가리켜 "곱슬머리 창녀(nappy headed ho) 같다"고 한 것이 문제가 된 것.

물론 웃자고 한 소리겠지만, 너무하긴 너무 했다. 그래서 이 방송은 2주간 중단되었고, 현재 그는 잠정적으로 해고된 상태다. 많은 흑인 연예인은 물론 백인 연예인까지 돈 아이머스를 비난했고, 이 토크쇼에 대한 보이콧도 일어났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돈 아이머스는 어쩔 수 없이 사과를 했지만, "그건 그냥 평범한 유머였을 뿐이다"고 변명을 하는 바람에 일이 커진 거지.

당사자인 럿거스(Rutgers) 농구팀은 돈 아이머스의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그의 변명을 "치사하다(despicable)"고 논평하며 이와 같은 사태가 "통탄할 일이다(deplorable)"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그러자 돈 아이머스도 발끈해서 "많은 흑인 랩에서도 이 정도 수위의 발언은 있지 않느냐"고 받아쳤고, 마침 럿거스 농구팀 선수 중 한명이 뮤지션을 겸하고 있었는데 "아무리 흑인 음악에서 그런게 일반적이라고 하더라도, 그게 옳은 건 아니다"고 맞받아쳤다.

이 논쟁은 사회적 논쟁을 일으켰고, "그 정도는 코미디 토크쇼에서 용납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과 "아무리 웃자고 한 소리라도 그건 너무했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했다. 어쨌든 돈 아이머스가 궁지에 몰린 것은 확실하기 때문에 그는 럿거스 농구팀에 개인적인 면담을 신청했고, 럿거스는 이를 받아들였다. 상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참 나는 뭐랄까, 고작 이런 발언 하나로 미국 사회가 들썩거리는게 좀 신기했다. 난 좀 미국 정도 되는 나라라면 세계 경제나 정치 같은 거시적인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이런 사소한 인종차별 발언이 그런 것보다 훨씬 민감한 이슈로 떠오르는 것이었다. 한미 FTA 얘기도 없고. 하긴, 미국에게 한미 FTA는 별로 민감한 이슈가 아니겠지.

http://www.msnbc.msn.com/id/17999196/
Rutgers coach: Imus’ comments ‘despicable’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143&article_id=0000057825
“곱슬머리 매춘부”CBS 진행자 돈 아이머스, 망언으로 해고
당초 CBS는 아이머스의 발언 이후 파문이 커지자 2주 동안만 방송을 중단하기로 했었다. 아이머스의 프로그램이 매년 150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인기 프로그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과 배럭 오바마 등 유력 정치인들과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까지 나서 비난하는 등 비판 여론이 가라앉지 않는데다 광고주까지 광고를 거부하자 끝내 그를 해고했다. CBS는 아이머스를 해고하며 그가 출연해 온 프로그램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아이머스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25명에 꼽혔고 방송인 명예의 전당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크고 작은 문제 발언으로 명성만큼이나 여론의 비난이 늘 뒤따라다녔다. 지난 2004년 고 김선일씨 피랍 사건 당시 아이머스는 자신의 프로그램에서 김씨의 동영상을 본 출연자 버나드 맥거크가 “ ‘아메리카 아이돌’의 덜 떨어진 중국인 같다”고 말하자 맞장구치며 웃기도 했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office_id=008&article_id=0000772815
'nappy'는 흑인 특유의 곱슬머리를 저속하게 부르는 속어이고 'hos'는 창녀를 뜻한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652

  • 제목: 이중 잣대 double standard
    Tracked from 작도닷넷 07/04/13 16:06 삭제
    어학연수 와서는 정말로 할게 없다. 아침에 일어나서 학교를 가고 밥을 먹고 체육관 가서 개처럼 헐떡거리면서 칼로리를 소모하고 집에 와서 프로틴 드링크를 먹고 밥먹고 TV 보고..
  • 황진사 07/04/11 00:12  덧글 수정/삭제
    나도 라디오듣다가 알았는데..
    저사람이 변명이라고 한 발언이 문제가 더 되더구만..
    "...I sad a bad thing, but I'm a good person" 이러면서..
    미국 사회는 그런게 있어..
    상대가 어느정도까지는 맘대로 하게 해놓고 자유를 주다가
    갑자기 어느 선을 넘어간다 싶으면 "잡았다" 하고..
    바로 올가미를 졸라매고 사회적으로 매장시키지.

    이런건 사실 미국 정치판에서 훨씬 더 엄격한데
    미국같으면 지금 한국 정치인들 살아남을 사람 없을걸
    예를들어 맨슨시장같으면 수도 봉헌..에서 바로 매장이겠지.
    특히 인종차별(주로 심한 농담)을 공개석상에서 한마디라도 하고
    재선/당선된 경우는 극-히 드물어.

    그런데 문제는 사실 그 '선'이라는게 참 주관적인건데..
    거기에 대해서 좀 문제도 있는게
    저런 발언은 사실 백인선수한테 했으면 아무리 문제가 커져봤자 명예훼손정도일텐데
    흑인한테 했다느것때문에 플러스로 인종차별로 덧대져서 이슈화되는거지.
    뭐 어쨋거나 개인적으로는 저런 발언도 내재된 인종차별이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라고 봐서 그리 동정심은 안들지만, 논리적으로만 따지자면 저걸 인종차별로 싸잡아 매장하는것도 좀 웃기지.
    그러고보니 나도 미국 TV라디오신문 어디에서도 한국하고 FTA한다는 기사를 읽은적이 없네;;

    그리고 확실히 미국 대중들이 좀 멍청하지...
    어차피 엘리트들이 이끌어가는 사회니까.. 그 엘리티들은 세계최고로 똑똑하자나(사실 너무똑똑해서 전세계적 음모를 많이 꾸미지만..)
    • xacdo 07/04/11 05:55  수정/삭제
      무슨 소리. 역사는 항상 대중에 의해 만들어진다. 엘리트가 역사를 이끌어간다는 건 영웅주의가 만들어낸 환상이야.

      여기는 뭐든 이름을 남기는 걸 좋아해서, 캠퍼스를 지나가다 보면 분수 하나하나는 물론 그냥 길거리의 벤치까지도 누구를 기념한다는 글씨가 붙어있다. 그래서 역사를 어떤 특징적인 사람들의 이름을 나열하는 것으로 보기 쉽지.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기념비적인 사건일 뿐이고, 전체적인 흐름은 언제나 하부구조에 의해 움직인다.

      대중은 멍청하지 않아. 단지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잘 모를 뿐이지.
  • 황진사 07/04/11 06:51  덧글 수정/삭제
    반대라고 생각하는데. 캠퍼스에 수많은 건물들, 물건들... 다 거액 기부자 이름을 새기는거야... 그냥 영웅만들려고 그냥 이사람 저사람 이름 붙이는게 아니지.. 하부구조들은 그 엘리트들이 만들어놓은 건물에서 공부하고 벤치에서 앉아서 쉬고 하는셈...
    대중들이 뭘 해야 하는지 모르지만 분명히 흐름이란건 있지.
    그 흐름을 리드하고, 그 흐름을 타면서 이용해먹는게 엘리트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른다는게 바로 멍청한게 아니고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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