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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출판

된장녀에 대한 이외수의 글

08/02/09 09:44(년/월/일 시:분)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2007)"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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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자는 죽어서까지 예뻐 보이고 싶어하는 것일까.
예쁘다는 것은 아름답다는 것과 동일하다. 인간은 어떤 경우에도 아름답지 않은 대상을 사랑할 수는 없다. 그러니까 죽어서까지 예뻐지고 싶다는 열망은 죽어서까지 사랑받고 싶다는 열망과 동일하다.

31
모든 꽃들이 시가 되고 모든 여자들이 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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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날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외모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여자가 드물다. 그래서 시가 되는 여자도 드물다.
수많은 여자들이 진실한 사랑을 촉발시키는 아름다움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양상을 나타내 보인다. 대다수가 물질만능주의와 외모지상주의에 영혼을 저당 잡힌 채 외모를 치장하는 일에 여념이 없다. 남자를 평가할 때도 심성이나 가치관은 중시하지 않는다. 외모와 재산과 가문과 학벌을 평가의 기준으로 삼는다. 네티즌들은 이런 여자를 된장녀라고 부른다.
그녀들은 실연을 당해도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실직을 당해도 자신의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남자들이 여자의 가치를 외모로만 판단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성이나 교양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당연히 도서관에 앉아 있는 시간보다는 미용실에 앉아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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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유행에 약한 것은 사치성 때문이 아니라 심미안(審美眼) 때문이다.
여자는 언제나 새로운 아름다움을 동경하는 심리가 있다. 만약 새로운 아름다움이 나타나서 그것이 세인들의 관심을 끌면 여자는 터무니없이 비싸더라도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하는 충동에 사로잡힌다. 네티즌들의 표현을 빌리면 지름신의 강림이다.
하지만 지혜로운 여자는 지름신의 강림을 경계한다. 새로운 아름다움이 유행하면 수많은 여자들이 그것을 소유하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수많은 여자들이 그것을 소유하게 되면 한순간이라도 그것을 소유하고 싶어했던 자신에 대해 수치심을 느끼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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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남자 하나 소개시켜 주세요'
여대생 하나가 격외옹(이외수)을 찾아와 멋있는 남자 하나를 소개시켜 달라고 간청했다.
'어떤 남자가 멋있는 남자인가'
격외옹이 물었다.
'일단 잘 생겨야 하고요. 일류대학 출신에 재력있는 집안, 장남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바람둥이는 싫고요. 저만 사랑해야 돼요. 당연히 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가끔은 같이 외식도 하고 영화도 보러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월수입이 오백 이상은 되어야겠지요. 다정다감한 성격에 근면성실한 남자. 유머감각은 필수고요. 무엇보다도 저와 대화가 잘 통할 수 있어야 해요'
격외옹이 여대생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부터는 학생이 그런 남자를 만나기 위해 어떤 소양을 쌓았는지 있는 대로 한번 열거해 보시게'
그러나 여대생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88
문제는 허영이다.
여자들의 허영은 과소비를 부추기고 과소비는 결국 패가망신을 불러들인다. 허영에 대한 남자들의 거부감은 정당하다.
하지만 여자들은 남자들의 거부감이 정당하지 않다고 항변한다. 자신의 소비성향이 허영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믿지 않겠지만 여자들의 항변은 진실이다. 사실 여자들의 잠재의식 속에 숨어서 은밀하게 소비성향을 부추기는 괴물은 허영이 아니다. 허영이 아니라 불안이다.

191
여자는 자기와 결혼할 남자가,
재력,
외모,
학벌,
가문,
종교,
성격,
면에서 가급적 높은 급수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허영과는 무관하다. 여자가 제시하는 조건 속에도 가급적이면 불안으로부터 멀리 떨어지고 싶어하는 심리가 도사리고 있다. 조건 중에서 한 가지라도 결여되면 그만큼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자는 결혼을 전제로 할 경우 자기를 최우선 순위로 삼지는 않는다. 여자의 최우선 순위는 자기가 아니라 자기의 사랑이다. 자기가 불안한 것은 견딜 수 있어도 자기의 사랑이 불안한 것은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자는 자기가 바라는 조건들이 자기의 사랑을 불안으로부터 수호해 주는 울타리가 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http://xacdo.net/tt/index.php?pl=980
된장녀에 대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

지난 번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이 된장녀에 대한 문제제기였다면, 이번 이외수의 글은 해답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게 수필집이 아니라, 무슨 인문과학서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근거는 없지만 공감이 가게) 분석을 해놨다.

이외수의 글을 정리하자면

1. 여자가 된장녀가 되는 이유는, 허영이 아니라 불안 때문이다.
2. 여자는 사랑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 남자의 물질적인 면을 살핀다.
3. 여자는 사랑받기 위해서 예뻐지고 싶어한다.
4. 또한 여자는 심미안이 발달했기 때문에, 새로운 아름다움에도 민감하다. 그래서 명품에도 쉽게 빠진다.
5. 문제는 외면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다보니 내면의 아름다움을 쌓지 못한다.


이 모든 것이 사랑 때문이다.

사랑받고 싶어서 예뻐지고 싶어하고, 사랑을 오래오래 안정적으로 하고 싶어서 남자의 물질적인 면을 살피는 것이다.

그게 나쁘거나 잘못되었다는 건 아니지만, 사랑받기 위해 하는 노력이 조금 굴절되었다는 것이다. 외면의 아름다움만 쌓지말고(물론 외모도 중요하지만), 내면의 아름다움도 쌓으라는 얘기다.

이외수 -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113
그대는 누군가를 사랑하거나 누군가로부터 사랑받기 위해 그토록 힘겨운 모습으로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981

  • kabbala 08/02/10 13:45  덧글 수정/삭제
    혹시 연애 시작하셨습니까;;; (혼자서?)
  • 08/02/20 08:57  덧글 수정/삭제
    관리자만 볼 수 있는 댓글입니다.
  • jk 08/04/22 14:12  덧글 수정/삭제
    흠 먼가 뜨끔하네요..
    사랑받기 위해 자신을 바꾸려하고 꾸미려한다는 거.. 내자신의 존재가치를 남자한테.. 내자신이 아닌 다른곳에 두고 있는것 같아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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