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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12 SBS 웃찾사, KBS 개그 콘서트

06/11/12 14:55(년/월/일 시:분)

지난주 웃찾사가 일요일 저녁 7시라는 파격적인 시간대로 옮겼다. 그래서 오랜만에 봤더니 오 쉣... 하긴 요즘 안 본게 재미가 없어서 안 본거긴 했지만, 시간대를 옮겨도 재미없는 건 여전하군. 다들 악에만 받쳐가지구. 열심히만 한다고 개그가 재밌어지나.

SBS 개그의 가장 문제는 너무 옛날 개그라는 것. 유행어, 상황, 캐릭터에 의존하던 개그는 이젠 더 이상 재미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에 재미있는 개그는 과연 어떤 것인가?

개콘 남자를 몰라

오늘 개콘이 끝나자 네이버 실시간 인기검색어에 "개콘 남자를몰라"가 떴다. 대충 재밌긴 했는데 이정도까지 일줄이야.

요즘의 개그 트렌드는 탈 개그, 포스트 개그라고 할 수 있다. 개그라고 해서 더 이상 웃기는 것에만 집착하는 것이 아니라, 별로 웃기지는 않더라도 다른 종류의 재미, 예를 들어 감동을 충분히 주면 얼마든지 관객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종합 예술의 최고봉이라고 꼽을 수 있는 뮤지컬을 소재로 한 "뮤지컬"은 새로운 트렌드의 맨 앞에 서 있다. 이젠 개그맨에게 노래 실력, 연기력까지 요구하는 것이다. 참 요즘은 만능 연예인의 시대인 것 같아. 아이돌도 그렇고 요즘엔 누구나 뭐든지 다 잘해야 돼.

물론 개콘 뮤지컬은 그렇게까지 거창한 컨셉은 아니고, 그냥 대부분 뮤직비디오가 너무 쉽게 신파조로 흐르고, 노래에 맞춰서 내용이 짧은 시간 안에 너무 무리하게 진행되는 걸 컨셉으로 잡긴 했지. 그래서 불과 3분만에 꽤 긴 내러티브를 가지는데, 이게 요즘 비 내러티브 개그 중에 섞여있으니까 나름 신선하기도 하고, 오히려 뮤직비디오에서는 없었던 실제 사람이 노래를 부르는 현장감이 더해지면서 스토리의 허술함을 메워서 꽤 감동까지 주는데 성공한 것 같다.

그렇게 보면 마빡이도 탈 개그의 트렌드로 볼 수 있겠네. 개그맨이 더 이상 관객을 일부러 웃기려 들지 않는다. 개그프로가 개그의 테두리에서 벗어나고 있다. 그냥 한 사람의 배우를 무대 위에 올려놓고 그 사람의 생명력, 현장감에 의존하는 개그. 개그가 더 이상 개그에 머물러있지 않고 스스로의 한계로부터 벗어나려고 하고 있다.

근데 이런 트렌드도, 따지고 보면 MBC 3자토론 때 이미 나왔던 거잖아. 물론 그때 MBC는 너무 탈 개그로 빠져서 정작 중요한 개그를 놓치기도 했지만. 더 옛날로 가면 테마극장, 인생극장까지 갈 수도 있고. 결국 트렌드는 돌고 도는 것인가. 형식이 나오면 형식을 깨고, 형식을 너무 깨면 다시 형식으로 돌아오고.

여담으로 MBC 개그야, 요즘 너무 재밌어. 다들 연기력이 아주 물이 올랐다. 트렌드에는 별로 상관없이, 연기력으로 웃기는 편. 요즘엔 개콘은 빼먹어도 개그야는 챙겨볼 정도.

그런 면에서 SBS는 참담한 수준. 연기력이 뛰어난 기존 배우는 트렌드를 못 읽고, 트렌드를 좀 읽는가 싶은 신인 배우는 연기력이 받쳐주질 않는다. 어떡해.

http://xacdo.net/tt/rserver.php?mode=tb&sl=534

  • 제목: '개콘'의 '뮤지컬'을 보신적 있나요?
    Tracked from Carpe Diem 06/11/16 05:48 삭제
    많은 분들이 각 공중파의 개그프로그램인 개그 콘서트(이하 개콘), 웃찾사, 개그야를 즐겨 보실겁니다. 하지만 저는 세 프로그램을 그 동안 보지 않다가 몇 달 전부터 개콘에 나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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